'숨은 영웅' 상대 에이스 기를 꺾는 리베로의 중요성[한유미의배구생각]

정다워 2023. 1.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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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떠오른 여자배구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좋은 리베로는 상대의 기를 꺾는 동시에 동료의 사기를 올린다.

선수 시절을 떠올려보면 리베로의 몸 날리는 수비 하나, 파이팅을 외치는 목소리 한 번에 팀 공기가 달라졌던 기억이 난다.

때로는 간과하기도 하지만 리베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기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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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리베로 김연견. 제공 | 한국배구연맹
겨울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떠오른 여자배구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더 나은 미래와 도약을 위해 한유미 KBSN 해설위원이 자신만의 배구생각을 이야기한다. V리그 출범부터 함께했던 레전드의 시선으로 여자배구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살펴보자. <편집자주>

배구에서 리베로가 차지하는 비중을 숫자로 표현하면 어느 정도일까. 팀 득점을 책임지는 에이스 아포짓 스파이커, 리시브에 공격까지 함께하는 아웃사이드 히터, 중앙에서 중심을 잡고 공수에 걸쳐 기여하는 미들블로커, 팀 사령관인 세터 등과 비교하면 분명 덜 중요하게 보일 수 있다. 퍼센트로 따지면 10~15%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비중이 커 보이지 않지만 리베로 없이 팀을 완성할 수 없다. 리베로에게 주어진 10~15% 정도가 팀을 완전하게 만든다.

현대건설 리베로 김연견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건설에는 주목받는 선수들이 많다. 파괴력 있는 야스민, 중앙에서 큰 키를 활용해 경기를 지배하는 양효진, 다재다능한 아웃사이드 히터 고예림, 황민경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 후에도 주로 이 선수들이 MVP에 선정되고, 기자회견장에도 들어간다. 하지만 김연견의 존재를 빼놓고는 현대건설을 이야기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번시즌 가장 눈에 띄는 리베로다. 리시브 효율에서는 다소 처진 9위에 머물고 있지만, 디그에선 세트당 5.987회로 1위에 올라 있다. 수치로 잡히지는 않지만, 김연견은 어려운 볼을 잘 받아낸다. 모두가 실점이라 생각하는 순간에 몸을 날리는 플레이가 일품이다.

바로 이 플레이 하나가 상대 에이스를 좌절하게 만든다. 득점이라 생각하며 제대로 때린 공격이 막히면, 공격수는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마음 먹고 시도한 회심의 공격이 통하지 않을 때의 좌절감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랠리가 길어 체력 소모가 큰 여자배구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김연견은 수비 하나로 팀에 활기를 더하는 선수다. 김연견이 없다면 현대건설이 이 정도로 잘하지는 못할 것이다.

좋은 리베로는 상대의 기를 꺾는 동시에 동료의 사기를 올린다. 리베로는 팀에서 가장 투지가 넘친다. 분위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동료들을 독려하고, 후방에서 지원하는 든든한 존재다. 선수 시절을 떠올려보면 리베로의 몸 날리는 수비 하나, 파이팅을 외치는 목소리 한 번에 팀 공기가 달라졌던 기억이 난다. 때로는 간과하기도 하지만 리베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기억들이다. 최근 IBK기업은행만 봐도 신연경의 이탈 후 분위기를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리베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은 이유다.

리베로는 숨은 영웅이기도 하다. 매번 플로어에 몸을 날리는 리베로는 공격수 못지않게 부상에 시달린다. 어깨, 팔꿈치, 무릎, 발목 등 다치는 부위도 다양하다.

리베로는 나름의 매력이 있는 포지션이다. 단신이어도 능력만 되면 프로선수로 뛸 수 있고, 상대적으로 롱런이 가능하다.

다만 공격수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점은 아쉽다. 사실 이번 3라운드 MVP 순위에 김연견이 없는 게 아쉬웠다. 당연히 성적이 좋은 팀의 공격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지만 때로는 리베로가 MVP 후보로 주목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KBSN 배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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