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별'] 엄마와 가수, 영리한 공존과 성장
14년 만의 정규앨범 'Startrail' 발매, 지난 20년과 앞으로의 궤적 담아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살면서 한 수많은 일 중에 육아가 가장 어렵다"는 세 아이 엄마 김고은, "열심히 해서 여가수의 생명력이 짧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22년 차 가수 별. 하나만 해도 쉽지 않은 두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별은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4년 만의 정규앨범은 팬들에겐 선물이고 별에겐 훈장과 같은 것이다.
별은 11일 오후 6시 여섯 번째 정규앨범 'Startrail(스타트레일)'을 발표한다. 무려 14년 만의 정규앨범인 만큼 발매 전 앨범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가수 별로 마주한 자리였지만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모습도 보였다. 이번 앨범 자체가 별의 지난 세월을 담고 있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별은 2002년 데뷔하자마자 '12월 32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12년 가수 하하와 결혼했다. 지난해인 2022년은 데뷔 20주년이자 결혼 10주년을 맞는 유의미한 해였다. 조금 늦어졌지만 정규 6집 'Startrail'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다. 앨범 준비 과정부터 결과물까지 별의 지난 20년의 궤적과 앞으로의 궤적이 그려진다.
싱글이 주류인 시대에 자칫 무리일 수도 있는 정규앨범을 준비한 건 "20주년 가수라고 얘기할 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수로서의 고집이자 진정성이다.
"20대 때 10년은 많은 음악 활동을 했는데 이후 10년은 가정에 충실한 상황들 때문에 음악 활동이 적었어요. 20년 가수라고 하기엔 명목이 안 섰죠. 팬 분들에게도 미안하고요. 그래서 싱글은 성에 안 찼고 정규를 준비했어요. 저알 힘들었지만 끝내고 나니까 당당하게 20년 음악을 했고 이런 앨범 만들었다고 얘기할 수 있어서 뿌듯해요."
그 과정은 험난했다. 정규 6집 프로듀싱을 맡은 별은 "이전 앨범도 쉽게 만든 적은 없다. 그래도 그땐 노래만 하면 됐는데 이번엔 정말 힘들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앨범에만 집중할 형편이 아니다 보니 분 단위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야만 했다. 잠을 줄여가며 가정과 앨범 작업에 모두 충실했다. 그런데 본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2022년 10월 발매를 목표로 거의 1년 반 정도 전부터 곡 수집을 시작했어요. 1000곡 이상을 받았고 엄선해서 곡이 거의 다 찼을 때쯤 녹음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러던 중에 아이가 갑자기 아팠어요. 감기처럼 기약이 있는 병이면 그래도 괜찮은데 알려진 것처럼 희귀한 병이었고 앞날을 내다보기 어려워서 앨범이 올스톱 됐어요."
별 하하 부부는 지난해 9월 SNS를 통해 셋째 딸 송이가 길랑바레 증후군에 앓았다고 고백했다. 다리에서 시작해 몸통, 팔, 머리 등에 감각 이상, 근력 저하, 마비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이다. 글을 적을 땐 다행히 완치된 뒤였지만 별은 "한동안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후 다시 힘을 낸 별은 마침내 정규 6집을 완성했다. 더블 타이틀곡 '오후'와 'You’re(유아)'를 비롯해 '달', '노래', 'Imagine(이매진)'(Feat. 죠지), '알 순 없지만', '이런 밤', '여유', '나이', '그때의 난'까지 총 10곡이 수록됐다. 별은 '노래', '나이' 가사를 쓰고 '이런 밤', '그때의 난' 작사 작곡을 해 진솔한 마음을 담았다.
"가장 발라드 같은 곡이 '오후'고 나머지는 발라드지만 별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발라드가 아니라 팝스럽고 리드미컬하고 그루브한 곡도 있어요. 가사도 제 나이와 상황에서 깊이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많아졌고요. 가장 큰 마음은 '스킵하지 않고 들을 수 있는, 트랙리스트 안에 담고 싶은 곡들로 10곡을 딱 채우자'였어요."
타이틀곡 '오후'는 딱 별 감성의 발라드 곡이다. "사람들에게 농담 삼아 다시 돌아간다면 발라드가 아닌 장으로 데뷔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발라드보다 힙합을 더 많이 듣는다"는 별이지만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대하는 스타일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데뷔 20주년을 지난 별, 대중이 사랑한 별의 과거와 현재인 셈이다.
서브 타이틀곡 'You’re'는 우리에게 익숙한 별의 애절한 목소리가 아닌, 섬세하고 세련된 보컬을 만날 수 있다. '별 같으면서도 별 같지 않은 곡'이다. 그렇게 트랙들은 익숙한 별에게서 조금씩 벗어나다가 그가 작곡한 '이런 밤'에 이르러서 새로운 별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가장 안 해본 스타일의 곡이에요. 너무 불러보고 싶었는데 아무도 안 시켜주니까 나라도 시도해보자 싶어서 직접 쓰게 됐어요.(웃음) 정규앨범이 좋은 게 여러가지를 채울 수 있잖아요. 새로운 모습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 변화가 없거나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서 여러가지를 시도한 앨범이에요."
다양한 스타일의 곡에 담은 이야기는 별의 지난 20여 년을 관통한다. '노래'는 자신의 노래를 가장 좋아한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담았고, '나이'는 데뷔 20주년이자 결혼 10주년인 지난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그때의 난'은 힘든 20대를 보낸 자신에게 전하는 위로다.
"데뷔하자마자 아빠가 아프셨어서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흔들리면 안 된다고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했어요. 누군가에 기대고 위로도 가르침도 받을 나이인데 혼자 어른인 것처럼 버텼어요. 마흔이 되고 돌이켜 보니 20대의 제가 안쓰럽더라고요. '그때의 난'은 그때의 나에게 미안했고 그때의 나를 위로하고 싶어서 쓴 곡이에요."
"견디는 것만이 어른스럽고 멋있는 게 아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열심히 살아 온 김고은의 성장을, "그래도 지금의 난 후배들과 비슷한 일을 겪는 분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연차와 연배가 됐으니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말에서 22년 차 가수 별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다. 'Startrail'은 그런 마음을 정성스럽게 담은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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