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프레젠테이션 쇼 하나"…'빌라왕 피해자' 지원 설명회 분통

금준혁 기자 2023. 1. 1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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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씀 1개.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정부 및 공공기관 관계자가 아닌 피해자가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발표 내용이 간략히 요약된 책자였으나 피해자들은 법률용어로 채워진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애썼다.

19분 사이에 22개의 질문이 지나치자 피해자들은 설명회를 멈춰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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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발언시간 늘리고 임차인 질의시간 절반 끊어
국토부 2번째 행사…지원안·제도 허점에 아유·눈물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3.1.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인사말씀 1개. 프레젠테이션 5개. 질문 22개. 1시간21분.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정부 및 공공기관 관계자가 아닌 피해자가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을 대상으로 2번째 설명회를 개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이날 현장에는 51명이 참석했다. 그중 미리 신청받은 인원은 55명이나 27명이 자리를 차지했고 신청하지 않은 24명의 피해자가 대신했다.

오후 1시57분쯤 다소 빠르게 시작된 이원재 국토부 차관의 모두발언은 예정과 달리 8분이 더 쓰여 10분 정도가 걸렸다. 이어진 국토부 관계자의 피해 임차인 지원계획 역시 6분이 더 걸려 10분을 소요했다.

뒤이은 HUG, 대한법무사협회, 또다시 HUG, 법률구조공단 관계자가 정해진 대본을 빠른 속도로 읽어나갔다. 피해자들은 연신 휴대전화를 머리 위로 들어 순식간에 사라지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캡처하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동영상을 녹화했다.

각 책상에는 국토부와 HUG가 제작한 '임대인 사망 시 전세피해 대응방안 안내집'이 놓여있었다. 발표 내용이 간략히 요약된 책자였으나 피해자들은 법률용어로 채워진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애썼다. 5개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는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그대로 인쇄해 묶은 자료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진은 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2023.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번입니다. 2번입니다. 3번입니다. 4번입니다. 5번입니다."

오후 3시2분부터 재개된 사전 질의답변 시간, 현장 관계자들은 1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미리 받은 질문과 답변을 쏟아냈다. 작은 책자도 사진을 찍을 시간도 없었다. 19분 사이에 22개의 질문이 지나치자 피해자들은 설명회를 멈춰 세웠다.

"저리대출도 이사를 해야 받을 수 있잖아요. 대항력을 행사하려면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데 지금의 (높은) 금리로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공적자금으로 이용되는 대출이다 보니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은 이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발언을 기점으로 현장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진척 없이 이미 공개된 정보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피해 임차인들의 반응 역시 날카로워졌다. 한 임차인은 "지금 연차 내고 이딴 소리 들으러 온 것 아닙니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공황장애 증세를 보인 다른 임차인은 현장을 벗어나기도 했다.

국토부는 "정부에서 결정된 부분이 있다면 시원하게 답을 드렸을 것이다"며 연신 머리를 숙였다. 그제야 현장의 피해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한 질문 기회도 늘었다.

차라리 설명회를 하지 말라는 질타도 나왔다. 국토부에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범정부 차원의 설명회를 개최해달라는 요구까지 더해졌다. 자신을 피해자들이 모인 카페 관계자로 소개한 임차인 A씨는 국토부 관계자의 피해자 카페 가입을 권유했다.

결국 2시간으로 예정된 설명회는 4시간이 지난 오후 6시쯤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원래대로라면 피해 임차인에게 주어진 질의 시간은 대략 45분이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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