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기후를 위한 결심[오늘을 생각한다]
과학은 해마다 더 높은 정확도로 기후변화가 초래할 인류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큰 단어 앞에 개개인의 행동이 미미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위기를 비껴가기 위함과 동시에 불가피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삶과 행동 패턴을 바꾸어나갈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최적의 시기인 연초를 맞아 하루하루 먹고, 구매하고, 이동하는 일과 관련해 작은 실천들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먼저 ‘냉장고의 마지막 남은 채소까지 남김없이 먹겠다’ 같은 결심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먹을 만큼 조금씩 구매하고, 외식을 할 때도 남은 음식은 챙겨오는 것도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이다. 수입산 식재료 대신 제철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식재료의 소비를 줄이자는 결심도 가능하다.
개인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중요한 실천은 소비를 줄이는 일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 이상은 물질 소비와 관련돼 있다. 소비를 줄이기 위해 올해에는 ‘옷을 한 벌도 사지 않겠다’라든가, ‘중고 또는 재활용 소재 제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 같은 고무적인 결심을 해볼 수 있다. ‘포장이 과다한 상품은 구매하지 않겠다’라거나 ‘벌크 제품을 구매하겠다’처럼 소비와 관련된 작은 행동은 무궁무진하다.
교통수단과 관련해서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의 사용을 늘리겠다’ 같은 행동 변화가 가능하다. 또한 비행기 여행을 기차 여행으로 전환하는 휴가 계획을 세워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교통수단 중 시간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교통수단이 항공기다. 이에 프랑스에서는 재작년 기차로 2시간 반 구간의 비행기 운항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다. 유럽에서는 항공기가 발생시키는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반(反)비행 사회 운동인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운동이 활발하다.
‘개인의 실천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해봤자’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작은 행동을 하고 이것을 주변에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후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확산시켜 나갈 수 있다. 결국 시스템 전환을 위한 정치적 참여 또한 작은 관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마음을 울렸던 마야 괴펠의 저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민주주의는 선거 날만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정치가나 경영자가 알아서 공동체에 봉사하기를 기대하는 마음가짐만으로 민주주의는 발전하지 않습니다. 바람직한 변화는 이를 진지하게 원하는 우리 개개인의 의지가 모일 때 비로소 이뤄집니다. 비록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소소한 변화일지라도 이런 것이 쌓여야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변화가 찾아옵니다.”
지현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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