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수준급 실력 갖춘 그랜저 3.5 LPG

2023. 1.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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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층 다듬어진 LPG 파워트레인
 -성능과 효율, 정숙성 모두 잡아

 대한민국 고급 세단의 기준인 그랜저가 신형으로 돌아왔다. 새 차는 완전변경 수준에 맞춘 파격적인 변화와 최신 기술로 거듭난 플래그십 세단으로, 다양한 파워트레인도 매력을 더한다. 그 중 개선된 성능과 효율로 무장한 3.5 LPG도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그랜저 LPG보다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상품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환골탈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혁신한 그랜저 3.5 LPG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이전 대비 45㎜ 길어진 5,035㎜의 길이를 비롯해 휠베이스와 리어 오버행을 각각 10㎜, 50㎜를 늘려 크기를 확보했다. 대형차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존재감을 키운 모습이다. 앞은 끊김없이 연결한 수평형 LED 램프가 특징이다.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 기능을 통합한 일체형 구조로 개발했다. 아래에는 큼직한 사각 헤드램프가 들어가며 파라메트릭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이 조화를 이룬다.

 옆은 롱 후드의 비례감을 바탕으로 프레임리스 도어와 긴 트렁크 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각진 유리창과 C필러 끝단에 위치한 별도 쪽창은 1세대 그랜저 헤리티지를 보여준다. 반면 공기역학을 고려해 숨겨놓은 플러시 도어 핸들은 최근 트렌드를 잘 반영한 결과물이다.

 뒤는 얇은 굵기의 테일램프와 볼륨감을 강조한 트렁크 디자인, 중앙에 붙은 그랜저 레터링이 깔끔한 모습을 드러낸다. 별도의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은 범퍼쪽에 마련했고 현대적으로 처리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키운다.

 실내는 간결하다. 수평과 수직을 적절히 사용해 세련미를 전달한다. 먼저 12.3인치 대화면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일체형으로 통합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현대차 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들어있어 보는 맛을 더한다. 중앙 하단에는 통합 공조 콘트롤러가 있는데 각도가 절묘하다. 그만큼 직관성이 뛰어나고 조작감도 좋다. 스티어링 휠로 이동한 컬럼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는 변속 조작 방향과 구동 방향을 일치시켜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덕분에 여유로워진 콘솔부는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여준다.

 이 외에 스티어링 휠은 1세대 그랜저의 향수를 담은 원 스포크 스타일이다. 중앙부 혼커버에 브랜드 로고도 과감히 삭제했다. 대신 운전자의 조작 및 음성인식과 연계해 작동하는 4개의 LED 조명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시승차는 신형 그랜저 LPG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프리미엄 트림이다. 하지만 편의 및 안전품목은 빠짐없이 다 들어있다. 가죽으로 감싼 시트는 운전석과 동승석 전동식을 제공하고 전 좌석 열선기능까지 들어있다.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비롯해 버튼시동&스마트키, 패들쉬프트, 듀얼 풀오토 에어컨, 전동식 파킹 브레이크, 오토홀드, 스마트 트렁크, 하이패스 시스템, 후방모니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전부 기본이다. LPG차라고 해서 기능을 덜어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만큼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상품구성을 갖고 있으며 선택 품목도 마찬가지다.

 커진 차체는 2열에서 득을 봤다. 무릎공간이 무척 넓어졌고 머리 위 공간도 여유롭기 때문이다. 덩치 큰 성인 남자가 편하게 앉아도 부담 없을 정도의 광활한 공간이다. 이 외에 도넛 형태 LPG 연료통 장착으로 트렁크는 일반 그랜저와 큰 차이가 없다. 깔끔한 분위기와 함께 다양한 짐을 넉넉히 넣을 수 있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V6 3.5ℓ LPG 액상 분사 방식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 240마력과 32.0㎏∙m의 최대토크를 갖췄다. 기존 3.0ℓ LPG 대비 출력은 5마력, 토크는 3.4㎏∙m 강해졌다. 차이는 명확하다.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풍부한 힘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속도를 올린다. 스로틀은 언제나 힘이 넘치고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차는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무엇보다도 가속을 이어나갈 때 갑작스러운 전개보다는 차분하면서 꾸준히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실린더로 최대한 고르게 연료를 분사하며 매끈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만큼 엔진 회전 질감도 훌륭하며 탑승자는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주행을 이어나가게 된다. 이전 그랜저 3.0 LPG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정제된 감각이 일품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기대 이상의 깜짝 실력을 드러냈다. 순간적으로 뻗어 나가는 힘이 상당하다. 자극이 가득한 성격은 아니지만 충분히 역동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내달린다. 고속안정성이 수준급이라서 생각했던 것 보다 계기판 속 숫자가 높게 찍혀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일상 영역은 물론 고속 주행에서도 부족함 없이 다룰 수 있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무난하다.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서 유연하게 움직이고 적당한 무게감으로 부담도 적다. 이에 따른 핸들링도 마찬가지다. 절도 있게 움직이기 보다는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직하게 읽고 반응한다. 현대차 플래그십이라는 컨셉트를 생각하면 큰 단점이 되지 않는다.

 그랜저는 애초에 빠르게 질주하거나 코너를 공략하는 차가 아니다. 그만큼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초점을 뒀다. 최대한 침착하고 도로 위 굴곡을 흡수한다. 탑승자가 느끼는 불쾌한 감각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브레이크는 적응하는 데까지 제법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번 답력을 파악하면 누구나 이질감 없이 쉽게 차를 멈춰 세울 수 있다.

 신형 그랜저 3.5 LPG에는 기본형부터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대거 적용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는 물론,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지능형 속도제한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보조, 후석승객 알림 등이 대표적이다. 

 구현 과정이 자연스럽고 차간 거리나 차선 이탈 반응도 민첩해 완벽한 주행 보조 역할을 보여줬다. 불안하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은 거의 오지 않으며 탑승자 모두에게 피로를 줄여준다. 그만큼 장거리 주행 시 기능을 활용한다면 꽤 유리할 듯하다.

 마지막으로 이 차의 핵심과 같은 효율을 알아봤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만량법(풀투풀 Full to Full)'을 활용했다. 만량법이란 기름을 가득 넣은 후 출발한 뒤 도착지에서 다시 기름을 가득 넣어 그 차이를 통해 연료효율을 알아보는 방법이다. 테스트는 판교에서 출발해 대전까지 약 140㎞ 구간에서 진행했다. 또 만량법을 기본으로 하되 각 순간을 사진 및 영상으로 남기고, 주유량과 금액은 모두 영수증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주행 중 조건도 꼼꼼하게 정했다. 먼저 실내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맞추고 바람 세기는 오토와 최대 1단만 사용했다. 규정 속도에 맞춰 플러스 마이너스 10㎞까지 허용하고 정속으로 주행했다. 절반에 해당하는 약 70㎞ 구간은 막히는 도심 속 길로만 다녔고 나머지 구간은 고속도로 주행을 이어나갔다. 

 이와 함께 크루즈 컨트롤과 일반 조작을 절반씩 사용했다. 참고로 시승차는 18인치 휠을 장착한 프리미엄 트림(빌트인캠 포함)으로 복합 7.8㎞/ℓ(도심 6.7㎞/ℓ, 고속도로 9.6㎞/ℓ)를 인증받았다. 

 도착지에서 다시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웠다. LPG는 약 13ℓ가 들어갔고 당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 기준 ℓ당 가격인 1,020원을 대입해 1만3,260원을 지불했다. 이를 바탕으로 실 연비를 계산해본 결과 약 10.8㎞/ℓ를 기록했다. 환경부로부터 인증 받은 복합 효율보다 훨씬 높게 찍힌 숫자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1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같은 휠의 가솔린 2.5ℓ 및 3.5ℓ 제품과 비교해보면 약 40만원, 56만원 LPG가 더 저렴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주행가능거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고 연료 게이지는 미동이 없어 고장이 났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효율을 보여줬다. 친환경을 넘어 친경제성까지 챙긴 모습이 인상적이다.

 ▲총평
 그랜저 3.5 LPG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매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강력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큰 폭으로 바뀐 상품성을 가지고 LPG차가 주는 장점을 극대화했고 반대로 단점은 말끔히 지워냈기 때문이다. 대배기량 엔진이 낼 수 있는 강력한 성능, LPG 연료 특징이 묻어나는 부드러운 주행질감 및 정숙성, 신형 그랜저의 개선된 승차감이 모두 어우러져 훌륭한 결과값을 만들었다. 여기에 실 효율 계산을 통해 제법 합리적인 유지비도 확인할 수 있어서 가계경제에 도움을 주는 차로 손색없는 모습이다.

 가격은 프리미엄 3,863만원, 익스클루시브 4,349만원이다. 그랜저 2.5ℓ 가솔린과 비교하면 약 147만원 정도 비싸고 3.3ℓ 가솔린에 비해서는 평균 103만원 저렴하다.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되며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 합리적인 소비자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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