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건축 공간의 창의적인 운영관리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우리는 현재 '공간의 전쟁'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와 문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사회 속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들 상생과 진화 속도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
혹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가속화가 오프라인 공간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단하면서 학교 등의 교육공간과 업무공간인 회사 등이 모두 없어질 것이라는 극단적 세상의 모습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현 상황을 보면 그것은 빗나간 생각임을 알 수 있다.
전세계가 국가, 문화, 인종의 장벽을 허물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건축 및 공간을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이에 대해 이전보다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공공, 민간 구분할 것 없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아 집객과 체류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쉽게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건축물이나 공간 뿐 아니라 장소와 지역개발 차원에까지 확장돼 지자체들도 방문객을 불러 모으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간과 장소에 대한 매력도(필자는 이것을 각각 공간력(力)과 장소력(力)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가 얼마나 지속가능할 수 있느냐이다.
모든 공간과 장소는 분명한 관리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한결같이 그것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고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생태적, 친환경적 용어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회적 지속가능성 또한 중요한 문제라고 볼 때 필자는 개인적으로 후자인 이 부분을 더 강조하고 싶다.
물론 모든 건축 공간들이 상업 건축물들처럼 수익을 담보로 경제적 생산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목적 없이 '돈 먹는 하마'처럼 낭비되는 일은 최대한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건축물을 하드웨어로만 바라보고 지어놓으면 어떻게든 잘 쓰겠거니 하는 막연한 생각은 점점 더 설득력 없는 무책임함으로 비난받게 될 것이다. 개별 공간의 용도나 목적에 맞는 소프트웨어 역시 공간의 점유율 및 이용률 등의 관점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알차게 사용되는지도 관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과거처럼 건축물을 단순한 시설 관리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보수적이고 관습적인 운영관리 방안엔 적잖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이외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휴먼웨어라 할 수 있다.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로 사용자들이 그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발굴 및 기획해 공간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은 개인이건 집단이건 중요한 존재다.
그런 맥락에서 요즘엔 공간을 위탁해 운영 관리하는 전문성 있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자체가 발주해 준공한 멋진 공공건축물 중에서도 애물단지로 전락해 유지비는 들어가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진 안타까운 사례들이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 우여곡절 끝에 준공했으나 운영관리자의 부재로 장기간 문이 잠겨있는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공공건축물의 총예산엔 준공 이후 시범운영기간 동안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예산도 포함돼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에 여기저기서 사용자참여설계가 숱하게 거론되는 것처럼 예비 또는 잠재적 운영자의 목소리도 반영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성도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제자가 찾아와 본인이 살고 있는 거주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 기억난다.
다른 곳보다 월세는 비싸지만 커뮤니티 공간에 상주하고 있는 매니저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하며 거주자의 욕구에 부응하면서도 만족도 높은 프로그램을 진행해 퇴근 이후와 주말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예산을 들였고, 아름다운 우수건축물로 상도 받았고, 유명한 건축회사나 건축가가 설계를 한 건물이지만 그것을 지속가능하게 창의적으로 운영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람'인 것이다.
지나친 조례나 기존 관행들에서 벗어나 이 공간을, 이 장소를 활성화시켜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해 보다 온기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 '사람'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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