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자동차보다 ‘기후 악당’?…주먹구구식 셈법 ‘억울하다’
①성긴 통계·강한 주장에 갇힌 소
‘자동차, 비행기보다 온난화 효과 더 크다’?
소들이 정말 ‘기후변화 주범’ 맞나 따져봤다
소가 인간의 세계로 들어온 지 8천년이 넘었다. 그동안 농가의 일꾼으로,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 지냈다. 고기는 최종적인 부산물이었을 뿐 농업 경제를 이끄는 노동이 소의 핵심 역할이었다.
이런 계약 관계가 깨진 것은 비인간동물이 대량 생산되는 식품으로 전락한 현대에 들어서다. 19세기말 세계 최대의 도축장인 미국 시카고의 유니언 스톡 야드가 문을 열면서 공장식 축산 시대가 개막했고, 소는 귀한 일꾼에서 단숨에 길러져 한순간에 팔리는 고기로 전락했다.
기후위기 시대, 소의 운명이 다시 바뀌고 있다. 소는 실험실에 진입하는 중이다. 15년 전부터 ‘기후변화의 주범’이자 ‘메탄 발생 기계’로 낙인 찍힌 소는 지금 ‘개량돼야 할 신체’로 취급받는다. 소가 그런 대우를 받아도 합당할까?
앞으로 다섯 차례 이상 이어질 이 기획은 기후변화를 위한 노력에 딴지를 거는 것이 아니다. 침착하고 균형감 있게 주위를 둘러보고, 모든 종에 ‘정의로운’ 기후변화 담론을 위한 작은 돌 하나를 쌓는 것이다. 8천년 동안 우리가 소를 대했던 것처럼, 그들을 기계가 아닌 동료로 대하며 기후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은 없을까? 편집자주
소는 기후위기 시대에서 ‘기후 악당’ 취급을 받고 있다. ‘소 한 마리가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동차 한 대보다 많다’, ‘축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자동차, 비행기를 타는 배출량보다 많다’ 등등.
우리가 흔히 듣는 주장이다. 정말 그럴까?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산정하는 세계는 복잡하다. 어떤 분야는 연구가 진척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무엇을 배출 항목에 포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특히, 축산업∙임업 등이 속한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통계의 회색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도 “아직 과학적으로 논란이 된 부분이 많고, 개발도상국은 배출량 산정이 힘들어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인정한다. <한겨레>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그동안 나온 통계를 분석해봤다.
소 온실가스 배출량: 숲 벌목부터 슈퍼마켓 트럭까지
소가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소가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뀔 때 나오는 메탄이다. 이 메탄 가운데 트림과 방귀의 비중은 각각 95%, 5% 정도다. 둘째, 다른 가축과 마찬가지로 소의 분뇨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가 있다.
이 둘을 가축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라고 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은 농업∙수송∙에너지 전환 등 부문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하는데, 소의 트림과 분뇨는 각각 ‘장내발효’와 ‘축산분뇨’로 농업 부문에 포함된다. 좁은 의미에서 소가 내뿜은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은 일련의 복잡한 공급망에서 생산된다. 위의 배출량을 ‘부문별 직접 배출량’이라고 한다면, 한 제품이 생산되기까지 공급망(supply chain)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죄다 합한 것을 ‘전주기 배출량’이라고 부른다.
아마존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개간하는 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가축을 방목하거나 소가 먹는 사료용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숲을 베어낸다. 이렇게 만든 농경지에서 수확한 대두를 짜 식용유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대두박으로 가축 사료를 생산한다.
숲은 탄소 저장고다. 숲이 사라지면 온실가스는 추가된다. 소비의 관점에서 보면, 토지 개간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 배출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온실가스는 농업 부문 ‘토지 변화’(LUC) 항목에 속해 산정된다.
토지 변화는 소를 포함한 축산 부문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은 ‘세계축산환경측정모델’(GLEAM 3.0)을 보면, 2015년 축산 부문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62억톤(tCO 2eq·이산화탄소환산량, 이하 같음) 가운데 토지 변화와 목장 확장(Pasture Expansion) 과정에서 나온 배출량은 약 7억톤으로 11%를 차지한다.
가축이 먹는 사료용 작물을 재배하는 데도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다. 작물에 뿌리는 화학비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인 이산화질소가 나온다. 농기계를 운전하고, 작물을 가공하고, 사료를 농장으로 수송하는 데도 에너지가 든다. 도축한 소를 식품으로 가공, 수송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든다. 여기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수송, 산업 등 비농업 부문에서 산정된다.
소는 어쩌다 기후악당이 됐나?
2006년 식량농업기구는 <가축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 보고서에서 육류를 생산하는 데 나오는 (축산 부문) 온실가스가 세계 일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에 이른다고 밝혔다. 언론은 ‘육식을 하는 데 필요한 온실가스가 자동차∙비행기 등을 타는 수송 부문 배출량(약 14%)보다 많다’며 이 보고서에 주목했지만, 엄밀히는 정확한 비교가 아니다. 보고서는 육류 제품을 생산하는 공급망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모두 합하는 전주기 분석을 한 반면, 언론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수송 부문 배출량은 그렇게 하지 않고 단순히 자동차, 비행기 등의 배기관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만 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주기 분석은 우리가 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지만, 이를 다른 것과 비교할 때는 신중히 해야 한다.
미국의 환경변호사 니콜렛 한 니먼은 2021년 쓴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에서 <가축의 긴 그림자> 보고서 이후 소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서사가 공고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이 보고서가 공장식 축산으로 운영되는 닭∙돼지 고기로 식량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보고서라며, 맥락을 살피지 않고 마구잡이로 인용돼 소고기의 기후변화 영향이 과장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한다. 소는 여전히 공장식 축산이 아닌 방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감금 사육의 경우에도 닭, 돼지에 견줘 밀집도가 덜하다.
7년 뒤인 2013년 식량농업기구는 <축산업의 기후변화 해결>(Tackling Climate Change through Livestock) 보고서에서 ‘축산업의 전주기 배출량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4.5%로 낮췄다. 사료 생산에 33억톤, 가축 사육에 35억톤, 농장 밖의 수송∙가공 활동 등에서 2억톤 등 총 71억톤이 배출된다고 봤다.
이어 식량농업기구는 세계축산환경측정모델을 공개한다. 이는 소∙돼지∙닭∙염소∙양∙아메리카들소 등 가축 6종을 2015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것이다. 이 모델에서 전주기 배출량을 보면, 가축 부문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1.2%의 비중인 62억톤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트림과 방귀, 똥 등 가축이 직접 배출한 양은 36억톤으로 58%였다. 축종별로 보면, 소가 38억톤(62%)로 가장 많았고, 돼지가 8억톤, 닭이 6억톤이었다. 소의 배출량이 많은 이유는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배출량을 산정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개 식량농업기구 자료를 이용하는데, 이 또한 분석 모델의 종류와 온실가스 배출 행위 설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가장 최근 분석은 2021년 아툴 제인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 캠퍼스 교수 등이 <네이처 푸드>에 쓴 논문이다. 2007~2013년 200개국 171개 작물과 16개 동물성 식품을 분석했는데, 동물성 식품 생산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한해 99억톤(전체 배출량의 20%)으로, 2015년 식량농업기구 추정치의 1.5배였다. 기존의 연구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많은 이유는 기존에 포함하지 않았던 밭갈기나 가축의 호흡 등을 넣었기 때문이다.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앞으로도 바뀔 것
정리해보자. 전주기 분석에서 육류를 생산하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의 11~20%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개 절반 안팎을 차지한다. 따라서, 교통수단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보다 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주장은 비교의 범주도 잘못됐을뿐더러 그 자체로 틀렸다.
물론 소가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풀을 뜯어 먹고 사는 반추동물은 지구 탄소순환의 핵심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소가 배출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 온실가스 효과가 높지만, 대기∙해양 등에서 수백∼수만년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몇 년 혹은 십여 년 안에 사라진다. 이런 이유를 들어 소의 메탄 배출 우려가 과장됐다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토양’이라는 불확실성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토양은 식물을 통해 얻은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있다. 풀밭에 방목한 소는 땅을 밟고 배설물을 뿌려줌으로써, 토양의 질을 높이고 종국적으로는 탄소 저장 능력을 향상한다. 학계 또한 이를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연구 결과가 충분치 않아 공식 배출량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2018년 미국 미시건대 연구팀의 분석을 보면, 소 방목지 1만㎡당 연간 약 3.75톤의 탄소를 격리한다. 니콜렛 한 니먼은 “소고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하고도 남는 격리량”이라고 주장한다. 공장식 축산이 아닌 방목 형태의 소 사육이라면, 적어도 소가 기후악당은 아니라는 것이다.
※ 다음 회에서는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따라 천차만별인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그 이유를 분석해봅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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