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돌아온 외국인…'반·금·플' 담았다
삼전·하이닉스 등 반도체株 집중 매수
은행·플랫폼株도 주요 타깃
긴축부담 완화 및 달러 약세 덕
긴축정책 효과 추가 확인시…외국인 수급 우호적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외국인이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순매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낙폭이 컸던 반도체와 금융 및 플랫폼주를 집중적으로 담으면서 주요 종목의 주가가 바닥을 다진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추후 발표되는 경제 지표에서 긴축 정책 효과가 추가 확인될 경우 외국인의 매수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1.12포인트(0.05%) 오른 2351.3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연말 2236.40과 비교하면 114.91(5.14%) 상승한 수준이다.
코스피의 상승을 견인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올해 첫 거래일부터 6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를 이어갔다. 누적 기준으로는 1조8258억원 담았다. 기관은 지난 9일을 기점으로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이날까지 3085억원을 담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2조2207억원 순매도했다.
긴축 경계감 추가 완화 시 외인 수급 확대
외국인이 올 들어 코스피 대형주를 사들인 데는 긴축 정책 완화 기대가 기저에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초만 해도 긴축 부담과 기업들의 이익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중·소형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미국 12월 고용보고서에서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경계감이 완화하고, 원·달러 환율이 1240원대까지 하락하자 대형주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앞으로 12월 CPI, 1월 미시간대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 등에서 또 한 번 긴축 효과가 드러날 경우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또는 지난해 9월 말 이후 국내 증시는 글로벌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만큼, 절대적 기준뿐 아니라 상대적 측면에서 국내 증시로의 외인 매수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 코스피 5%대↑…외인, 삼전·하이닉스 매수 ‘쑥’
외국인들이 올 들어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반도체주였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나란히 순매수 1·2위에 올랐다. 각각 7224억원, 1877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외국인들은 이를 매수 기회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10년 만에 적자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발표된 직후 거래일(9일) 삼성전자는 약 한 달 만에 6만원대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도 3.49% 상승하며 8만6000원대로 뛰었다. 가파른 실적 악화가 반대로 주가가 바닥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인식되면서 공격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 4일 정부가 반도체 대기업의 투자세액 공제율을 확대하기로 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금융주 역시 외국인이 이달 적극 매수한 업종 중 하나다. 이달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위권에는 금융주는 4개나 올랐다. KB금융(105560)은 외국인이 920억원 순매수해 3위를 기록했다. 4위와 5위는 각각 하나금융지주(086790)(858억원)와 신한지주(055550)(809억원)가 올랐으며, 8위에는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323410)(665억원)가 자리했다.
은행·플랫폼株도 매수 상위권 포진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은행주들은 지난해 연말 배당락일을 앞두고 하락세를 보이다 올 들어 반등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주주환원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초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국내 7대 지주사에 대출자산(RWA) 성장에 투입되는 자본을 줄이고, 주주환원에 투입해야 한다는 공개 주주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외에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가 완화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주주환원 캠페인에 따라 주주환원에 있어 자본비율이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생길 여지가 있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플랫폼주 역시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네이버를 이달 742억원 담아 순매수 순위 7위에 안착하게 했다. 카카오는 20위권 안에 들었으며 296억원 순매수됐다. 플랫폼 종목은 나스닥 호조와 글로벌 동종업계의 주가 상승 움직임 영향에 이달 들어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흐름이다. 올 하반기 펀더멘탈이 개선될 여력이 커진 점도 선호되는 이유로 꼽힌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기업의 수익성 하락 추세가 올해 3분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 주가는 최악의 센티멘트를 모두 반영하고 있는 바닥권이라 중장기 투자 매력은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005380)(752억원), 기아(000270)(636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6·9위에 각각 올랐다. 미국 재무부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시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도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지침을 내놓은 게 반등 재료로 작용했다. 10위에 오른 삼성전기(009150)(555억원)는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 개선 전망에 외국인의 매수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응태 (yes01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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