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배터진다” 우짖는 중년남성, 왜?
"아랫배 터져요! 찢어져요!"
환절기나 한겨울에 대학병원 응급실에선 중장년 남성이 배가 퉁퉁 부어오른 채 "오줌보가 터진다"고 비명을 지르면서 실려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 전립선비대증 증세를 가볍게 여기고 있다가 소변이 나오는 길이 막혀서 응급 상황에 들어간 사람들이다.
전립선은 방광(오줌보) 바로 아래 20g 정도의 생식기관으로 정액의 일부 성분을 만드는 '제2의 고환'이다. 밤톨만하다고 해서 일부 학자들은 밤톨샘이라고 부르자고 주장하기도 했고, 한때 의학용어사전에 반영되기도 했다. 물질이 분비되는 샘을 뜻하는 선(腺)을 줄을 뜻하는 선(線)과 구분하자고 해서 전립샘으로도 불린다. 이 전립선이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커지는 것이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은 소변 줄기가 약해지는 것을 노화에 따른 자연현상으로 여기고 방치하다가 위기를 맞곤 한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전립선과 부근 근육이 수축되기 십상이다. 여기에 더해 감기약을 복용하면 약의 항히스타민 성분과 교감신경흥분제 성분이 전립선과 방광 입구를 둘러싸고 있는 요도의 근육을 수축시키고 방광의 배뇨기능을 약화시켜 오줌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 급성 요로폐색이다. 응급실에서는 소변을 빼주는 치료를 하고 근본치료에 들어가게 되지만, 이마저도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방광과 신장 등의 기능이 떨어져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문제는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 대한비뇨의학회가 최근 서울·경기 및 5대 광역시(인천·대전·대구·부산·광주)에 사는 50~70대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국제 전립선 증상 점수표(International Prostatic Symptom Score:IPSS)'로 '전립선비대증 인식 설문조사'를 했더니 52%가 병의원에 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특히 중증 환자의 36.7%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유로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증상이라 굳이 병원에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가 66.9%, '적당히 참을 만해서' 44.7%,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 같아서' 16.2%였다.
박현준 대한비뇨의학회 홍보이사(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화장실에 다녀왔지만 소변을 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2시간 안에 또 소변이 마렵거나, 소변을 볼 때 금방 나오지 않는 증상 등이 있다면 지체없이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비뇨의학회 전문의들은 "많은 환자들이 소팔메토를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에 의지하면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데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증세가 아주 초기단계일 때에는 '생활요법'을 따르게 한 뒤 기다리면서 관찰하고, 이 외에는 약 처방과 수술로 문제를 해결한다. 생활요법으로는 첫째가 좌욕이다. 소변을 너무 오래 참지 않도록 하고 육류와 자극적 음식이나 탄산음료, 커피, 술은 섭취를 줄이도록 한다. 된장이나 두부 등 콩이 많이 든 음식과 과일, 생선 등은 전립선 건강에 좋다.
약은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남성호르몬 억제제, 전립선이 감싸고 있는 요도와 방광 입구의 긴장을 줄여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알파차단제 등을 처방한다.
최근에는 병원을 거치지 않고 약국에서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도 나왔다. 전립선의 염증과 부종을 줄여줘 비대증을 누그러뜨리는 신약이 나왔는데 단독 또는 병용요법으로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L-글루탐산, L-알라닌, 글리신 등 3가지 성분이 함유된 이 약은 임상시험에서 전립선비대증에 의한 배뇨곤란과 잔뇨감, 빈뇨 등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요법이나 약으로 개선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대부분 수술을 받아야 한다.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비대해진 전립선 부위를 절제하는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이 전통적 수술법. 요즘에는 전립선동맥색전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동맥이나 손목 동맥을 통해 전립선 동맥에 가는 도관을 넣어 전립선 동맥에 미세 플라스틱 구슬을 주입해 혈류를 차단하는 수술이다. 전립선 동맥이 차단되면 자연스럽게 전립선이 수축되고 전립선 비대에 의한 증상이 호전된다. 최근에는 'KTP 레이저'로 전립선 조직을 태워없애는 치료도 시행되고 있다.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조강수 교수는 "모든 전립선비대증에 똑같이 듣는 마법의 치료는 없다"면서 "노화 탓이라고 방치하거나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며 혼자서 병을 키울 것이 아니라 집 부근의 전문의를 찾아가서 자신의 상태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지원 기자 (ljw316@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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