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추격 벅찬데 '복붙' 中폰에 밀릴 판…'왕좌' 갤럭시 굴욕
[편집자주]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위기에 빠졌다. 수년째 '스마트폰 세계 1위'를 지키지만, 최근 프리미엄폰은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폰은 중국업체에 쫓기는 이른바 '넛 크래커(nut-cracker)' 신세가 됐다. 특히 삼성만의 기술 경쟁력, 브랜드 충성도가 빠르게 하락한다는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을 통해 삼성 스마트폰 위기론과 반전을 위한 해법을 진단해본다.
삼성전자가 지난 6일 '어닝쇼크' 수준의 작년 4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했다. 반도체 수요부진이 주 요인이나 스마트폰 역시 눈에 띄는 실적 하락세(영업이익 1조7000억원, 전년동기대비 -34.5%, 증권가 추정치)가 예상된다. 분기 점유율 1위도 애플에 내주게 됐다. 이미 전세계 스마트폰 수익의 70% 이상을 점하는 애플은 최근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폰들은 기술력을 강화하며 삼성을 맹추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은 0%대 점유율로 굴욕을 맛보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세계시장을 호령해온 삼성폰의 위기론이 고조되는 이유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9일 학계(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시장(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 시장조사업체(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 의견 종합), IT리뷰어(최필식 IT전문작가) 등 전문가 집단에 '최근 삼성 스마트폰의 위기와 기회'를 질문했다. 전문가들은 갤럭시의 위기는 일시적인 정체가 아닌, 상당 기간 이어진 기술 경쟁력의 하락과 정교하지 못한 영업 전략의 여파로 진단한다.
◆"애플에 열세, 중국폰과 뭐가 달라?…최대시장 중국 실패, 치명적"
황용식 교수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만의 포지셔닝이 "불분명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애플과의 양강 구도에선 삼성이 '대항마' 이미지를 구축했던 반면 샤오미·오포 등이 초격차로 추격해 오면서 중국 브랜드들과의 차별점을 찾지 못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는 애플에 넘겨주게 된 것이 오늘날 'stuck in the middle(가운데서 꼼짝 못 하는)' 상황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갤럭시의 '태생의 한계'가 1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계점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이제라도 명확한 제품 포지셔닝이 요구되지만, 그 시점을 놓쳐버리지 않았나 우려도 된다"고 덧붙였다.
양승수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서의 추락에 주목했다.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미국의 집중견제를 받은 화웨이가 사라진 가운데 "그 공백을 프리미엄폰은 애플이, 중저가폰은 중국업체가 흡수했다"는 것. 실제로 10년 전 20%대였던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현재 0%대 굴욕을 맛보고 있다. 황 교수 역시 "중국 내수시장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애플과 중국 브랜드에 내준 것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또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부품 원가절감 위주로 대응한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5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진 전략회의에서 "원가 절감에 얽매이지 말고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어 "애플이 중저가 라인업이 부족한 만큼,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삼성을 넘기는 어렵겠지만, 프리미엄폰 시장에선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필식 작가는 '갤럭시만의 강점'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삼성폰이 잘 나갔을 때는 '빠른 처리 성능' '카메라가 제일 좋은 폰' 등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강조한다. 폴더블폰 중심 기술혁신, 삼성전자 제품 간 '초연결 생태계' 기반의 충성고객 확대, 제품군의 과감한 재정비 등이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머니투데이는 7일 학계(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시장(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 시장조사업체(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 의견 종합), IT리뷰어(최필식 IT전문작가) 등 다양한 전문가 집단에 '삼성 스마트폰의 위기와 기회'를 질문했다.
전문가들은 삼성폰의 부흥을 위해선 '양보다 질'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최다 판매' 타이틀에 얽매이기보다는 폴더블폰 시장의 리더십을 비롯한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애플과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정면승부해야 한다는 평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저가 제품군(갤럭시A·M 시리즈)의 라인업 단순화"를 강조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더는 스마트폰 물량 확대에 초점을 두지 말고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하며 라인업 효율화를 우선해야 한다"며 "폴더블·프리미엄 라인(갤럭시 Z·S)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갤럭시만의 차별화된 고객경험 극대화, 롤러블 등 차세대 폼팩터 스마트폰의 선제적인 상용화를 삼성전자의 핵심 과제로 제안했다.
◆"중저가 라인업 단순화해야…반중 정서 큰 '인도' 공략"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또 "모바일 기기 외 스마트홈 가전, 엔터테인먼트, 시큐리티, 헬스·웰니스 용도의 삼성그룹 내 전 제품 간의 통합연결을 통해 삼성 유저만의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AI(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 기반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이로써 중국 등 다른 안드로이드 진영은 물론 애플로의 고객 이탈을 막고, 삼성만의 충성 고객군을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승수 연구원은 "원가절감에 따른 가격 유지보다는 소비자로부터 기술적 혁신을 인정받아 가격을 올리는 전략이 낫다"고 봤다. 또 폴더블폰의 확고한 리더십을 위해 "현재의 2가지(폴드·플립) 폼팩터 외 새로운 혁신"을 기대했다. 아울러 중저가폰 시장에선 "반중 정서가 커진 인도시장 공략"을 대안으로 꼽았다.
최필식 작가는 기술 혁신 기반의 마케팅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 갤럭시 '언팩' 행사는 신제품의 강점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다. 특정 기능의 가치를 제시하고, 얼마나 투자하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더라"고 평가했다. 그는 "2016년 구글이 픽셀폰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최초의 AI 탑재 카메라'를 내세웠고, 지금도 고객들은 새로운 구글폰이 나올 때마다 AI카메라의 기능 향상을 주목한다"며 "삼성폰도 독자적인 강점의 이미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용식 교수는 "어디서부터가 문제인지에 대한 철저한 '복기'가 필요하다"며 "삼성전자가 기술력의 문제점을 시작으로, 가격과 브랜드 등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매년 4분기 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신제품을 내놓는 애플에 점유율이 역전당한다. 반복되는 악몽인데 애플의 점유율이 갈수록 상승세라는 게 문제다. 비슷한 시기 폴더블 신제품을 출시하는 삼성은 그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중국 제조사들도 어느새 합산 점유율 30%대를 넘나들며 만만치않은 세를 과시하고 있다. '차이나디스카운트'(중국 기업의 평가절하)는 옛말이고, 자칫 삼성이 안드로이드 맹주자리 마저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 애플 밴치마킹 필요"
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하 출하량 기준) 추정치는 20%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3분기 점유율 대비 1%포인트(p)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애플은 8%p 증가한 25% 로 삼성을 제치고 단숨에 1위 자리를 꿰찼다.
애플의 점유율 상승은 지난해 9월(1차 출시국 기준) 출시한 아이폰14 출시 효과다. 비슷한 시기(8월) 4세대 폴더블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는 그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폴더블폰 신제품 판매량이 본격 반영된 지난해 3분기 삼성의 점유율은 21%로 1~2분기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흐름은 매년 반복된다. 지난 3년간(2020~2022년) 4분기 애플의 점유율 역전 현상은 매년 되풀이됐다. 양사의 연간 점유율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두 제품이 한 달 차로 출시되지만 연말까지 폭발적인 판매량을 이어가는 것은 아이폰이다. 삼성폰이 아이폰에 비해 신제품의 매력도, 고객 충성도가 뒤진다는 의미다. 애플은 자체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및 OS(운영체제) 개발로 SW(소프트웨어)와 HW(하드웨어) 간의 최적화를 이뤘다. 특히 자체개발한 AP는 최근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경쟁작대비 압도적 성능을 과시한다. 더욱이 아이패드, 맥북 등과의 연동성은 애플의 브랜드 파워를 견인하는 동시, 고객 '락인 효과'(묶어두기)를 이끌어냈다.
◆中 제조사 추격도 거세...삼성 기술적 리더십 필요
안드로이드 진영내에서 삼성의 위상도 최근 흔들린다.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제조사들이 빠르게 세력을 키워서다. 특히 샤오미의 성장세가 심상찮다. 샤오미는 현재 삼성과 애플에 이어 점유율 3위지만, 2021년 6월에는 점유율이 17.1%(이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까지 오르며 창사 10여년만에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중국업체들은 최근 수년 간 삼성을 벤치마킹하며 '패스트 팔로워'로 성장했다. 삼성 폴더블폰이 인기를 모으자 불과 1년만에 고스란히 베낀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안드로이드폰 제조기술이 평준화된데다 가격 경쟁력과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우며 글로벌 시장까지 넘본다. 샤오미는 지난해 3분기 유럽에서 9.1% 점유율로 애플(8.5%)을 제치고 1위 삼성(13.5%)을 바짝 추격했다.
삼성 입장에선 중국의 성장을 견제할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게 뼈 아픈 대목이다. 삼성폰이 중국 시장에서 수년째 0%대 점유율에 머물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폴더블폰으로 폼팩터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 원가경쟁력 강화에 몰두하면서 사용자 경험(UI /UX) 혁신이나 하드웨어 성능 등 경쟁력이 저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이를 회복할 해법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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