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IB' 증권사, 지속가능 ESG 경영 모색
[편집자주]새해 금융권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이 거세다. 대형 금융지주는 ESG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관련 경영체계를 정비하고 고객 수요에 부합하는 금융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통 금융사에 더해 높은 IT 역량을 갖춘 핀테크사들도 ESG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2021년 기준 국내 ESG금융 규모는 787조원으로 집계됐다. 611조원인 2020년과 비교해 29%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공시 의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비재무적 지속가능경영이 가치 평가의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한 지금, 금융사의 ESG 경영은 어디까지 왔을까.
① 계묘년 금융권 화두 'ESG'… 불황일수록 지속경영 강화
② "우리가 ESG 1위" 공들이는 보험사
③ "세상을 바꾸는 금융생활" ESG 경영에 진심인 핀테크
④ '선진IB' 증권사, 지속가능 경영 모색
ESG(사회·환경·지배구조) 경영의 중요도가 높아지며 증권업계에서도 관련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사들은 ESG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것은 물론 전문투자회사의 특성을 살려 친환경 투자 등 ESG 관련 사업 확대에 나섰다.
한국ESG기준원(KCGS)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상장사 기준)들의 ESG등급을 살펴보면 ▲A등급은 미래에셋·삼성·현대차증권으로 나타났다. ▲B+등급을 받은 증권사는 NH투자메리츠·대신·교보·SK·다올·한화·신영 ▲B등급 키움·이베스트·DB금융·유진 ▲C등급은 유안타·부국·코리아에셋 3곳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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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은 ESG 경영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증권사 중 하나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일찍이 지난 2006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UNGC'(UN Global Compact)에 가입했다. 이후 2021년 3월 이사회 산하에 ESG와 연계된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ESG위원회'를 설립하고 ESG 경영에 집중해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기관이 주관하는 ESG 평가에도 관심이 높다.
지난해 10월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는 S&P Global이 발표한 ESG 평가점수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다각화된 금융(Diversified Finance) 부문 글로벌 542개 기업 중 상위 1%대에 위치하는 6위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순위다. 또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무디스(Vigeo Eiris), CDP 등에도 대응하며 ESG 경영 성과의 대외 공개 채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NH투자증권도 2021년 꾸린 'ESG추진팀'을 'ESG추진부'로 승격시킨데 이어 지난해 임원진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도 신설했다. ESG추진부는 ESG 추진과제 관리, ESG 경영성과 평가, ESG 캠페인 기획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SG 위원회는 ESG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ESG 경영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한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사내이사인 정일문 사장 등 총 3인으로 구성된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가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ESG 위원회를 통해 ESG 경영의 기본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 내역 등을 관리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A등급을 받은 현대차증권은 지난 2020년 ESG 총괄 전담부서를 지정한 바 있다. 지난해는 ESG 투자 원칙을 제정하며 ESG 경영에 적극적 행보로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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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은 리서치 부문의 강점을 살린 ESG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부 내 ESG 담당 애널리스트를 선발해 업계 최초로 ESG 리포트를 발간하며 관심을 모았다. 연 2회 총 45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분석자료에 ESG 평가를 반영했다. 기업의 주요 가치 평가 기준으로 떠오른 ESG 관련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첫 ESG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목표액은 1000억원이었으나, 3800억원이 몰리자 500억원을 증액한 15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영국·일본 태양광 발전 사업과 독일·핀란드 풍력발전 프로젝트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입했다. 지난해 4월부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조성자로 선정돼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도 2021년 7월 한국서부발전이 발행한 2700억원 규모의 원화 녹색채권 발행에 단독 대표주관사로 참여한 바 있다. 이후 탄소저감 활동을 이행하고자 하는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7월 탄소배출권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채권·외환·상품(FICC)운용본부 내 탄소·에너지금융팀을 새로 만들었다. 전 세계적 탄소절감 노력 확산으로 더욱 커질 탄소배출권 시장의 자기매매와 중개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ESG 투자 관련 행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SK증권은 2014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금융자문 주선·지분투자 업무를 수행하며 ESG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2015년부터 진행한 신재생에너지 환경사업 PF 규모는 1조3238억원에 달한다. 2018년부터는 293건의 ESG채권을 대표주관하며 43조2142억원의 주관 실적을 쌓았다. 해당 채권 가운데 사회적채권 발행액이 43조2142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SK증권은 2019년 국내 첫 ESG채권 발행을 시작으로 2021년 3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발급하는 탄소배출권을 획득했으며, 지난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시장조성자, 자기매매증권사로 지정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국내 단일 증권사 중 처음으로 SBTi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과학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로부터 탄소 감축 목표를 승인받았다. SK증권은 이를 계기로 올해도 환경경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금융감독원과 '기후리스크 관리모형'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기후리스크 관리모형은 기후변화와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 발생하는 기업의 손실을 예측해 기업들에는 경영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관리토록 하고, 금융권에는 효율적인 자금 배분에 활용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SG경영은 금융뿐만 아니라 세계 전반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며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각 증권사에서도 관련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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