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파월 무시한 이유···①CPI기대②과거자료③연착륙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뉴욕=김영필 특파원 2023. 1. 1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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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0일(현지 시간) 릭스뱅크 국제 심포지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릭스뱅크 중계화면 캡처
[서울경제]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장중에는 롤러코스터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개장 후 상승하던 증시가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서는 인기 없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마이너스 전환을 했었죠.

하지만 증시는 이날 나스닥이 1.01%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70%, 0.56% 뛰었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전후로 지속 상승해 한때 연 3.63%대까지 뛰었는데요. 전날 103선이 깨지기도 했던 달러인덱스도 103.3선까지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연초 랠리는 이날 이어졌는데요.

종목별로는 FTX 후폭풍에 지난해 18%에 이어 또다시 20%(950명) 인원 감축을 발표한 코인베이스가 12.96% 뛰었습니다. 파산신청 가능 소식에도 인력 20% 감원 소식에 베드 배스&비욘드는 주가가 27.78% 급등했는데요. 월가는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와 함께 기준금리가 어떻게 될지 계속 고민 중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연준의 말을 안 믿는데요. 오늘은 파월 의장의 발언과 세계은행(WB)의 경기진단, 증시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파월, “경기둔화 위해 인기없는 금리인상 필요”···다이먼, “기준금리 5%에서 최대 6% 확률 각각 50%”

먼저 파월 의장의 연설부터 보죠. 파월 의장은 이날 스웨덴 릭스뱅크가 주최한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가격안정은 건강한 경제의 기반이며 대중들에게 오랜 기간 셀 수 없는 혜택을 준다”며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물가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 경제를 둔화시키는 단기적으로 인기가 없는 정책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우리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정치권력의 간섭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단기적인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다”며 “우리는 우리의 일에 집중하고 방황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금리인상이 단기적으로 인기가 없어도 이를 밀어부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겁니다. 정치적 고려 요인이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거꾸로 정치권에도 압력을 넣지 마라는 무언의 압박(?)을 한 건데요. 기후변화 대응도 좁은 의미에서만 하겠다고 했죠.

행사에 참여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치인들은 중앙은행에 그들이 해서는 안 되는 것이나 원하지 않는 것을 하기를 원한다. 이것은 불평등이나 환경처럼 정치적 시스템을 통해서 하지 못하는 것들”이라며 파월 의장을 측면 지원했는데요.

지난해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과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원이 파월 의장에게 “과도한 금리인상을 하지 마라”고 요구했었죠. 대통령 선거 후보로도 나섰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 의원도 연준에 경고를 했었는데요.

릭스뱅크 국제심포지엄에 나선 연사들

이날 발언을 기존 원칙의 재확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같은 말이라도 언제 하느냐, 그 시기가 중요합니다. 12월 고용보고서 이후 시장이 다시 기대를 갖기 시작한 상황에서 어제 연방준비은행 인사들의 시장 길들이기에 이어 오늘, 파월이 다시 등판해 누가 뭐라고 해도 금리를 올리겠다고 했기 때문이지요. 통화정책에 관한 구체적인 발언은 없었지만 큰 틀에서 파월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의 발언 이후 증시가 흔들렸다”고 했는데요.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도 이날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의 일부 감소를 보았지만 우리는 할 일이 더 많이 있으며 나는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려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에 도달하면 이를 한동안(for some time)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기존 연준 인사들의 약속을 재차 언급하면서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가 인하 없이 한동안 유지된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했는데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보는 구체적인 금리수준과 확률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약 5%까지 높인다는 지금의 확률이 맞을 가능성이 50%이고 6%로 가야만 할 확률이 50%”라고 했는데요.

이는 기준금리가 최소 5%이며 6%로 뛸 확률도 50%나 된다는 겁니다. 5% 미만을 기대하는 일부 투자자들의 생각과 정반대인데요. 다이먼 CEO는 “나는 그것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쪽”이라며 “우리는 약간 느리게 (긴축을) 진행해왔다”고 했습니다.

시장이 연준 안 믿는 이유 ①CPI 기대 ②오래된 데이터 ③연착륙 가능성 ④경기침체···WB “올해 글로벌 경제 경기침체 미국 올해 0.5% 성장”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요. 잠깐 움찔했지만 크게 바뀐 건 없습니다. 증시도 상승 마감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파월을, 연준을 믿지 않는 건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4시21분 현재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상폭 전망치는 0.25%포인트(p)가 79.2%로 가장 많습니다. 연준의 정책금리는 3월 4.75~5.00%(68.4%)로 올라가는데 이후에도 4.75~5.00%가 9월까지 단일 확률로는 1위입니다. 11월에는 4.50~4.75%가 33.0%로 1등인데 4.25~4.50%도 18.0%나 되는데요. 못해도 11월부터는 금리인하입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 부회장은 “연준이 2월에 금리인상폭을 줄이고 4.75~5.00% 수준에서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이는 12월 FOMC에서 제시한 최종금리 5.1%(5.00~5.25%)와 차이가 있습니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와의 생각과도 다른데요.

시장이 연준을 무시하고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이유가 몇 개 있습니다. 먼저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기대인데요. 12월 CPI의 경우 헤드라인 CPI가 전년 대비 6.5%로 11월(7.1%)보다 낮고, 전월 대비로는 0.0%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두 번째는 연준이 오래된 데이터를 쓰고 있다는 건데요. 연준이 주요하게 보는 고용보고서, CPI,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등은 집계기간과 실제 발표일을 고려하면 1달 정도 전의 겁니다. 12월 CPI도 CPI지만 실제 경제에서는 인플레는 더 빨리 낮아지고 경기도 빨리 둔화하고 있을 수 있다는 건데요. 사우트 스트래티지의 해리 카티카는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경제는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며 “데이터가 공개되는데 한 달 가까이 걸리는데 투자자들은 증거를 기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죠.

세계은행의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 WB

추가로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한동안 경기침체 가능성에 금리인하를 안 하고 못 배길 것이라는 생각, 또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연착륙 기대 때문에 금리인상이 거의 끝나가며 연준이 생각보다 낮은 수준에서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예측도 맞물려 있습니다.

두 판단은 서로 정반대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더 낮은 금리를 예측하는 논거로 쓰이고 있는데요. 이중 며칠은 연착륙 예상이 컸던 게 사실이죠. 애틀랜다 연은의 GDP 나우를 보면 이날 4분기 GDP 전망치가 기존의 3.8%에서 4.1%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12일 나올 CPI에서 ‘인플레 둔화=연착륙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도 있는데요.

강세론자였었던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일자리와 임금 인플레이션에 관한 데이터는 위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꾼다. 상반기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이 20%에서 15%로 떨어진다”며 “물가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임금 인플레이션도 완화하고 있어 연착륙 시나리오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세계은행(WB)은 이날 세계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WB는 이날 세계경제가 올해 1.7% 성장에 그친다고 했는데요. 지난해 6월 전망 때보다 1.3%p나 낮춘 겁니다. 성장률 하향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높은 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투자감소 등이 주요 원인인데요. WB는 “2020년 팬데믹에서 벗어난 지 3년 만에 연간 세계 1인당 개인소득 감소로 정의되는 경기침체가 예상된다”며 “그동안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이 필요했지만 이것이 (이제는) 발목을 잡고 있으며 통화정책의 시차와 실질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점을 고려할 때 경기둔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WB는 미국의 경우 올해 0.5%, 내년에 1.6% 성장을 예측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2.7% 성장에 그쳤을 것이라고 판단한 뒤 올해 4.3%를 거쳐 내년에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봤는데요. 주요2개국(G2)인 미국의 성장률이 0.5%(연준 예측치 0.5%), 중국이 5%에 못 미치는 4%대 초반일 것이라는 예측은 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죠.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내년 말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GDP가 코로나19 이전 예상치보다 약 6% 낮을 것”이라며 더딘 성장과 긴축, 부채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투자가 줄어들고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튜더 존스 “연준 인플레 다루기 성공 땐 증시 7~8%↑”···스티펠 “미 증시 향후 10년 크게 얻을 것 없어”···세인트 연은 “주가하락해야 노동공급↑”

마지막으로 증시 상황 보죠. 억만장자인 폴 튜더 존스는 이날 CNBC에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성공하면 올해 주가가 7~8% 오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해 침체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이 더 심각해져 과잉긴축이 나오는 상황이 아니라면 증시는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튜더 존스는 “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수정구슬을 갖고 있지 않은데 많은 부분이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구체적인 스탠스를 정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핵심은 인플레이션이 잡히면 증시가 오르겠지만 지금은 어떻게 되는지 좀더 봐야 한다는 건데요.

HSBC는 좀더 긍정적입니다. HSBC의 전략가 맥스 케트너는 “인플레이션이 예상 컨센서스보다 더 빨리 냉각돼 소비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며 이미 시장 심리가 경기와 어닝에 너무 비관적이어서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주의인데요. 회복력 있는 경제와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유럽의 추운 겨울 부재 등도 호재라고 봅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요. 베리 배니스터 스티펠의 시장 전략가는 “2020년대부터 시작한 구조적 약세장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2021년부터 2031년까지를 추정한 결과 주가지수가 (2031년에도) 거의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며 “2031년 S&P500 지수는 2021년 12월30일 최고점과 거의 비슷할 것이며 이는 지난 10년 간 강세장에서 보였던 연 16% 이상의 수익률과 대조적인 것”이라고 해석했는데요.

미국의 노동참여율 추이. 세인트루이스 연은

스티펠은 2021년의 과잉밸류가 2020년대 전체에 영향을 주면서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 S&P500이 4300까지 오를 수 있지만 이는 단기랠리이며 국제유가가 오르면 지수가 하락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물론 현재로서는 12월 CPI가 최대 관건입니다. 울프리서치의 크리스 세니예크 전략가는 “연초 랠리가 며칠 간 이어질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임시 근로자 감소 같은 지표가 노동시장과 미국경제에 불길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했는데요. CPI 이후 본격화할 어닝시즌도 분명한 리스크 요인입니다.

추가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서 참고해야 할 보고서를 하나 내놓았는데요. 최근 세인트루이스 연은은 주가하락이 장년과 노년층의 공급확대를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계층은 부의 효과와 돈에 민감한데 51~65세의 경우 자산가치 급락이 17만 명을 노동시장으로 되돌아오게 했다고 했는데요. 지난해 10월까지의 증가분의 약 16%입니다. 51세 이상으로 잡으면 38만 명, 총 36%에 달하는데요.

이 연구가 주는 의미는 뚜렷합니다. 노동공급을 늘려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려는 연준 입장에서는 결국 주가하락이 필요하다는 거죠. 섬뜩하면서도 명확한 결과입니다.

이날 릭스뱅크 심포지엄에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패러다임 변화일 수 있다고 했는데요. 전미경제학회(AEA)2023에서 나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발언과 비슷합니다. 그는 “우리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첫번째 에피소드를 보고 있을 수 있다”며 “이것은 아마도 약간의 패러다임 이동(paradigm shift)일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시장의 변동성이 큽니다. 미국 경제와 증시의 큰 그림도 바뀌고 있다는 얘기들도 많은데요. 일단은 12월 CPI와 그 이후의 상황부터 챙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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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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