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후쿠오카
익숙한 듯 낯선 그 설렘 속으로.
다시 만난 후쿠오카에서의 하루.
●하카타만에 두둥실 떠 있는 섬
노코노시마 Nokonoshima Island
코로나 이후 2년여 만의 일본이었다. 집처럼 드나들던 후쿠오카는 익숙한 듯 낯설었다. 오랜만의 여행이었던 만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 도시를 바라보고 싶었다. 먼저 배를 타고 하카타만으로 나가서 후쿠오카를 바라보기로 했다. 시내 북서쪽의 메이노하마(姪浜) 선착장에서 페리에 올라탔다. 파도를 가르며 10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둘레 12km의 작은 섬 '노코노시마(能古島)'다. 항구 바로 앞 정류장에서 니시테쓰 버스(西鉄バス)에 올라 구불구불한 언덕을 지나, '노코노시마 아일랜드 파크'에 도착했다.
"봄에는 유채꽃과 벚꽃, 여름에는 해바라기와 수국,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단풍, 겨울이면 동백꽃이 피어 사계절 아름다운 곳이죠." 동행한 가이드가 입구로 안내하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햇살 아래 갖가지 식물이 어우러진 모습은, 겨울이란 계절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사했다. 코스모스가 흐드러진 꽃밭의 작은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붉게 타오르는 단풍나뭇길이 나왔다.
그 너머로 목조 가옥들이 이어졌다. "오모이데도리(추억의 거리)라고 하는 이 길은 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시대 초기까지의 하카타 옛 거리를 재현해 둔 곳입니다!" 단아한 건축물들이 미술관, 공방, 카페, 주점 등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그 시대의 자동차와 우체통도 옛 정취를 더하고 있었다.
이윽고 나온 오르막길을 오르자, 푸른 들판 너머로 하카타항이 펼쳐졌다. 수백년은 된 듯한 굵직한 나무에는 바다를 향해 날아오를 수 있는 그네가 매달려 있었다. 어린아이처럼 그네에 올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한껏 느꼈다.
●식물과 동물이 어울려 사는 곳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Uminonakamichi Seaside Park
노코노시마의 동쪽에는 기다란 반도 모양으로 바다를 향해 뻗어 있는 '우미노나카미치(海の中道) 해변 공원'이 있다. 총면적은 무려 450ha로 공원 내에 버스가 운행될 정도로 대단히 넓다.
"여러 개의 입구가 있는데, 서쪽 입구로 들어가서 '장미 정원', '동물의 숲', '꽃의 언덕' 등을 둘러보기로 해요!" 가이드가 커다란 지도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평일의 공원은 사람이 적어 조용히 이야기 나누며 걷기 좋았다. 갖가지 꽃이 피어 있는 울타리가 이어지는 지붕 없는 박물관인 '플라워 뮤지엄'을 지나자, 물감에 적셔 놓은 듯 여러 가지 색으로 만발한 장미 정원이 나타났다.
자전거를 대여해 섬을 횡단할 수 있는 자전거 도로를 건너니 울타리 없이 동물들을 풀어 놓은 '동물의 숲'이 시작됐다. 까만 눈망울이 예쁘장한 캥거루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껏 가까이 가도 사람을 피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주변의 어린이들이 캥거루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꽃의 언덕'은 반듯한 누각과 분홍빛 코스모스밭이 펼쳐진 수평선이 그야말로 그림을 이루었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밭이 마치 석양 지는 바다처럼 보이네요."라고 가이드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여름이 되면 짙푸른 꽃인 네모필라(Nemophila)가 가득 피어서 정말로 바다 같답니다!"라며 웃었다.
●하늘이 반영된 바다
후쿠츠 카가미노우미
Fukutsu Kagaminoumi
후쿠오카시 북동쪽에 있는 '후쿠츠(福津)'시는 아직 한국인 여행자들에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해안 도시다. 약 3km의 해안선을 따라 후쿠마 해변, 미야지 해변, 쓰야자키 해수욕장 등이 이어지는데 쓰야자키 해수욕장 바로 앞에 '후쿠츠 카가미노우미(かがみの海)'라는 사진 명소가 있다.
"날씨가 아주 맑은 날 오후 3~4시 무렵의 썰물 때에 맞춰 가면 새파란 하늘이 바다에 그대로 비치는 '후쿠츠 씨 미러(Fukutsu Sea Mirror)'를 볼 수 있어요. 일본 각지의 젊은이들에게 사진 명소로 유명해요."
조금 일찍 도착해 해변을 거닐다가 카페에 들렀다. 테라스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한 음료를 사진에 담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바다에 하늘이 반영되기 시작할 때 벌떡 일어나 카메라를 들춰 멨다. 날씨가 아쉬웠지만, 나름 하늘이 반영된 바다를 주워 담았다.
●후쿠오카 여행 3종 세트
후쿠오카시 남동쪽에 위치한 우키하시, 아사쿠라시, 구르메시는 한 번에 묶어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우키하시에서 가볼 만한 곳은 우키하 이나리 신사다. 이나리 신사는 일본에 여러 곳이 있는데, 여우를 토속신으로 모시는 신사다. 여기는 문 역할을 하는 붉은 기둥인 '도리이(鳥居)'가 91개 촘촘히 늘어선 풍경으로 유명하다.
신사를 천천히 둘러보다 배전 옆 기계에서 '오미쿠지(おみくじ)'를 뽑았다. 오미쿠지는 일본의 사찰이나 신사에서 운세를 점치기 위해 뽑은 뒤 나뭇가지나 나무판에 매다는 종이를 말한다. 100엔짜리 동전을 넣자 빨간색으로 접힌 오미쿠지가 나왔다. 한자 가득한 내용을 가이드가 해석해 주길, '바라는 일이 반드시 일어나되 조금 기다리면 온다'라는 내용이었다. 그 말에 나뭇가지에 곱게 매달아 놓고 나왔다.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길, 아사쿠라시에 있는 '다이센가쿠 료칸'에 들러 잠시 온천욕을 즐긴 후, 인접한 구르메시에 위치한 단아한 스시집 '스시 지겐'에 들러 따뜻한 사케에 스시를 맛봤다. 후쿠오카에서 당일 여행으로 이런 여정이면 특별한 하루 코스로 완벽하구나 싶었다.
●후쿠오카 여행 Spot 6
라라포트 후쿠오카
LaLaport Fukuoka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오랫동안 청과물 시장이었던 자리에 올해 4월 대형 쇼핑몰인 '라라포트'가 오픈했다. 신상 복합쇼핑공간으로 입구에 일본 최대의 건담 모형이 서 있는 것으로 유명해 마니아들의 성지로 통하기도 한다.
디 아웃렛 기타큐슈
The outlets kitakyushu
올해 4월 기타큐슈에 새로 문을 연 대형 아웃렛. 패션, 잡화, 식품 등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일본 로컬 브랜드까지 약 170개 매장이 들어서 있다. 향후 기타큐슈 취항이 재개되면 기타큐슈 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명소가 될 듯하다.
이시쿠라 사케 주조 공장
Ishikura Shuzo's Hakata Hyakunen gura
19세기 중반부터 술을 빚어 온 하카타 유일의 사케 주조장. 공장 건물의 일부는 일본의 문화재로 등록돼 있어서 의미가 깊다. 누구나 방문하면 각종 사케를 시음한 뒤, 마음에 드는 술을 구입할 수 있다.
아지 타케바야시
Aji Takebayashi
오너 셰프 '타케바야시'씨가 오사카의 유명 레스토랑 '킷쵸'에서 정통 가이세키 요리를 배운 뒤, 1984년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곳에 식당을 열었다. 양식과 중식 스타일이 가미된 창작 요리를 선보인다.
모츠나베 타슈 고쿠라점
Motsunabe Tashu Kokura
한국의 곱창전골과 비슷한 하카타의 명물 요리인 모츠나베를 전문으로 하는 곳. 다양한 메뉴가 있는데, 크게 분류하면 하얀 모츠 나베와 약간 매운맛이 가미된 빨간 모츠 나베 두 종류가 있다. 여럿이 가서 골고루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카타 아카초코베
Hakata Akachokobe
하카타에 있는 독특한 우동집이자 선술집. 낮에는 우동을 파는데 면은 주전자에 담겨 나오고 국물은 따로 준비돼 찍어 먹으면 된다. 저녁에는 하카타 향토 요리를 파는 선술집으로 운영된다.
글·사진 나보영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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