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 핀 연꽃' 신생팀 캐롯의 전반기 칭찬받아 마땅한 이유

최만식 2023. 1. 1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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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속에서 잘 자란 당근.'

'진흙 속에 핀 연꽃,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고 하듯, 캐롯의 전반기는 그랬다.

캐롯은 최근 5연패에 빠졌다가 3연승으로 반전하며 올스타전 브레이크에 들어갔다.

캐롯은 혼탁한 진흙탕 같은 상황을 뚫고 '연꽃'처럼 고고하게 버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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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진흙 속에서 잘 자란 당근.'

정규리그 절반 남짓 소화한 9일 현재 승률 5할1푼6리, 리그 중간 순위 5위. 겉으로 보이는 순위표를 보면 '대단하다'고 여길 만한 성적은 사실 아니다. 최근 5연패의 수렁에도 빠졌었다는 '팩트'까지 덧붙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해당 팀이 고양 캐롯이라면 다르다. '진흙 속에 핀 연꽃,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고 하듯, 캐롯의 전반기는 그랬다.

캐롯은 최근 5연패에 빠졌다가 3연승으로 반전하며 올스타전 브레이크에 들어갔다. 김승기 캐롯 감독은 "팀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8연패까지 각오했다. 3연승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캐롯은 혼탁한 진흙탕 같은 상황을 뚫고 '연꽃'처럼 고고하게 버티는 중이다. 2022~2023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캐롯의 이런 약진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오리온그룹에서 데이원스포츠(대우조선해양건설)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이대성(한국가스공사) 이승현(KCC) 등 핵심전력이 떠났다. 전성현을 영입했지만 둘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버거울 것으로 보였다.

김 감독도 "이번 시즌 우리 전력 구성으로는 54경기 중 20승을 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다. 전력 보강을 통해 다음 시즌을 노려 볼 예정"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7일 '1옵션 용병' 데이비드 사이먼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디드릭 로슨 1명으로 버텨야 했고, 가드 한호빈도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다.

캐롯의 악재는 이뿐만 아니었다. 진짜 '진흙탕'이 따로 있었다. 명목상 모기업, 구단 소유주이지 '부모' 노릇을 전혀 못한 대우조선해양건설이다.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재창단 초기부터 한국농구연맹(KBL) 가입금(총 15억원) 1차분(5억원) 지연 납부, 오리온 인수비용(18억원 추정) 지급 유예 등으로 불안감을 조성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즌에 들어가서도 선수단 식비 지연 정산, 운영비 축소 등 '농구단 유동성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사실상 방관하고 있었다. 급기야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위기에 빠진 기업 경영에 전념한다는 이유로 대한컬링연맹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이사직에서 스스로 사퇴한 뒤 선수단 급여 체불 사태(당초 급여일 5일에서 13일로 연기)까지 불러왔다.

허 재 대표와 구단 측은 "걱정말라. 다시 이런 차질 없이 시즌을 꾸려갈 것"이라며 김 감독과 선수단을 다독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계속된 '위기설'에 새해 벽두부터 '체불 사태'를 맞닥뜨리면서 불안감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캐롯 선수들은 안팎으로 혼탁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왔다. KBL 역대 20여년 만에 '최고의 슈터' 전성현을 탄생시켰다. 역대 최다 연속 경기 3점슛(현재 72경기)과 '3점슛 3개 이상(현재 16경기)' 기록을 '진행형'으로 만든 전성현은 최고의 핫 플레이어다. "우리 선수들 정말 대단하고 고맙다"는 김 감독의 말은 '제식구 챙기기'가 아니다. 주변에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인정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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