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동남아 진출 ‘허브’…세금·리스크 적어”

이주형 기자 2023. 1. 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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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영상 이김컨설팅 대표

19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약 40여년이 지난 지금, 네 마리 용의 성적표는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만은 2000년대 이후 성장 둔화를 겪으며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했고, 지난 몇년간 정치적 불안정을 경험한 홍콩은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금융·산업 허브로서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은 국토에 자원도 부족한 싱가포르가 꾸준히 발전하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에도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코노미조선이 그 비결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이김컨설팅 대표 경북대 공과대 전자공학, 미국 카네기멜런대최고경영자(CEO) 과정 수료,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영정보학 석사, 현 싱가포르 한인회 부회장,전 삼성물산 IT사업개발팀장. 이김컨설팅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 어느 한 나라만을 딱 집을 순 없지만, 싱가포르는 친기업 정책을 펼치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싱가포르에서는 1~2영업일이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자본금은 1싱가포르달러(약 964원)를 넘기만 하면 요건이 충족된다. 대부분의 국가와 이중과세방지 조약(DTA), 세금 감면 협정 등을 체결한 덕분에 싱가포르에서 다른 국가로의 진출도 용이하다.

이러한 정책을 배경으로 싱가포르는 세계은행(World Bank)이 2020년까지 발표한 ‘기업 환경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해왔다. 정부 정책이 기업 투자에 얼마나 매력적으로 작용하는지 비교한 해당 평가에서 2006년부터 10년간 1위를 차지했고, 2019년까지도 2위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연구소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이 발표한 ‘향후 5년간 기업 환경 평가 전망’ 조사에서는 2022년 4분기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에서 14년간 법인 전문 컨설팅을 해온 이영상 이김컨설팅 대표는 12월 5일 화상 인터뷰에서 “싱가포르에서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거의 없어 고용의 유연성이 높은데다 투자금도 풍부하다”며 “최근 미·중 갈등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생긴 홍콩과 달리 중립국인 점도 글로벌 기업의 투자가 늘어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약 3000개 법인의 세무·회계 등을 관리하며 절세·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온 전문가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싱가포르는 어떤 나라인가.

“싱가포르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의 중심지에 있다. 태평양하고 인도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또 정치적으로 중립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이뤄졌던 것도 싱가포르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동남아시아 나라를 연결하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를 가교로 만든 다른 강점이 있나.

“‘허브’로서의 지리적 장점뿐 아니라 다른 동남아 국가에 진출할 때 싱가포르를 거치면 비용 감축 효과가 더 크다. 세금은 급여로 받는 소득세와 법인이 내는 법인세뿐이다. 법인세는 17%로 아세안 국가의 평균(22.5%)보다 낮고, 우리나라와는 차이(8%포인트)가 더 크다. 싱가포르를 잘 활용하면 합법적인 절세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상장사들은 다 이 방법을 활용하고 있고, 모르는 기업만 직접 지출한다고 보면 된다. 배당세, 양도세, 상속세 등이 없어 타국 진출 시에도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또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과 맺은 협정보다 싱가포르와 맺은 협정이 더 많다.”

이김컨설팅의 주 업무가 궁금하다.

“2009년 설립한 이김컨설팅은 지난 14년간 약 3000개 이상의 법인 설립을 도왔다. 회계, 세무, 외부 감사, 비자를 담당하면서 절세·투자에 대한 자문 등을 주로 해왔다.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면 회사 서기가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 이김컨설팅이 1000개 이상 법인의 서기 역할을 맡고 있다. 용역을 수행한 데이터가 방대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해외 진출 시 소송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변호사 선임비 등으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든다. 이김컨설팅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저렴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매년 반복되는 회계 보고나 세무 보고, 정기 주주총회 보고 등을 자동화하기 위해 2018년 도입한 자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으로 업무의 정확성도 높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몰렸다. 어떤 분야가 두드러지나.

“구체적인 분야로는 최근 4년간 블록체인 업계에서 진출한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글로벌 대란이 있었던 반도체, 물류 등 업계의 진출이 늘었고 전통적으로 강했던 금융도 마찬가지다. 금융 허브였던 홍콩이 중국화하면서 금융사들이 싱가포르로 많이 넘어왔다. 최근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지사가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하면서 관련 금융사들이 따라온 것이다. 그 결과 싱가포르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하고, 금융업 활황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홍콩에서 중개 무역을 하던 기업들도 싱가포르로 왔다.”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선호하는 이유는.

“싱가포르는 전 세계에서 기업 하기 좋은 나라 1, 2위를 다투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기업 활동에 제재를 하지 않아서다. 가장 단적인 예는 법인을 등록할 때 사업과 그 목적, 두 가지만 적도록 하는 것이다. 등록 시 적지 않은 사업으로 충분히 확장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를 하는 회사들에 대해 영세상인 보호 등을 위한 여러 규제가 있지 않나. 그런 것이 싱가포르엔 없다. 정부 제재가 거의 없으니 완전 자율 경쟁 시장이 되는 것이다.

다른 장점은 고용의 유연성이다. 고용도, 해고도 쉬운데 노동조합도 없다.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한 트위터, 아마존 등 회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싱가포르에선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싱가포르는 고용률이 97%를 넘어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운 국가다.

리스크도 적다. 기존 아시아 허브였던 홍콩은 중국 리스크가 커졌다. 싱가포르는 정치적으로 중립국인데다 지난 50년간 정권이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자연재해도 없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우리나라의 두 배 이상인 7만달러(약 9170만원)가 넘는다. 투자금도 풍부하고 금융도 잘 발전해 있으니 안정성이 높다. 아시아 지사를 싱가포르에 두는 글로벌 기업이 많아지는 이유다.”

아세안 국가 진출 기업에 팁을 준다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으로 진출을 추진할 때 한국에서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 싱가포르를 통해서 진출하는 게 훨씬 유리한 점이 많다. 세금 등 비용이 적게 드는 것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아세안 국가들과 협정이 많아 절차도 간편하다. 주주를 변경하는 등의 서류 수속도 싱가포르를 거치면 훨씬 빠르다. 한국에서 베트남 등에서 주주를 직접 바꾸려면 한두 달 정도 소요되지만, 싱가포르를 통하면 절차가 하루면 끝난다.

싱가포르는 또 기본적으로 영어를 쓰는 나라지만, 중국식 영어를 사용한다. 이른바 ‘싱글리시’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추기 위해 넉넉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 이유다. 싱가포르에 진출하는 일부 스타트업 중 어떤 회사와 계약해 바로 실적 내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컨설팅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조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3년 정도는 차근차근 현지화하며 교감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뒀으면 한다.”

한국과 싱가포르를 비교한다면.

“앞서 말한 규제 말고도 우리나라는 미국에 가까운 법을, 싱가포르는 영국에 가까운 법을 쓰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3심제 때문에 재판이 5~10년간에 걸쳐 열린다. 기업에 그 정도 기간은 굉장히 치명적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단심으로, 한 번이면 끝난다. 유사한 점이라면 아시아권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싱가포르 사람에게 한국인의 인상이 상당히 좋다. 우리나라 사람이 싱가포르에서 사업할 때 대우받을 수 있는 것이다. 동업이나 공동 투자를 할 때 거의 동등한 위치로 사업할 수 있어, 중요한 비즈니스를 하기에 적절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설 문화가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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