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잡지가 가장 사랑한 한국 영화 감독은? [MD칼럼]

2023. 1. 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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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의 시네클럽 인 파리]

홍상수 감독의 ‘인트로덕션이 프랑스의 유서 깊은 영화 전문 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 선정 2022년 최고의 영화 톱 10안에 들었다.

지난 1951년 창간 한 ’까이에 뒤 시네마‘는 매년 연말에 그해 최고 영화 10편을 발표한다.

사실 ’까이에 뒤 시네마‘는 영화가 예술로 인정받지 않았을 때, 영화 비평으로 영화를 ’제7의 예술‘로 자리 잡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매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도 프랑스 영화하면 누벨바그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다.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전 세계 시네필들의 필독서로 불리는 책의 저자인 앙드레 바쟁을 필두로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같은 누벨바그 감독들이 영화를 연출하기 전 비평가로 활동한 잡지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영화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기 훨씬 이전 세대의 씨네필들은 불어를 배우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까이에 뒤 시네마‘를 정전처럼 읽기도 했었다. 전 세계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한 번쯤은 품어보았을 이름이 바로 ’까이에 뒤 시네마‘인 셈이다.


유튜브, 블로그 등 새로운 미디어들의 발달로, 종이로 발행되는 영화 비평 전문 잡지의 입지가 줄어드는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지닌 ’까이에 뒤 시네마‘. 그들이 최고로 꼽은 영화는 무엇일까. 오늘은 그 중에서도 한국 영화들을 살펴 볼까 한다.

’까이에 뒤 시네마’의 톱 10에 처음으로 뽑힌 한국 영화는?

한국 영화가 프랑스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언제일까? ‘까이에 뒤 시네마’에서 20년간 영화 비평을 해 온 뱅상 말로사 평론가는 2000년부터 화산이 분출하듯 한국에서 새로운 감독들이 많이 나왔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세계 3대 영화제인 프랑스 칸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처음 한국 영화가 올라간 해도 2000년이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경쟁부문에 최초로 올라간 것이다.. 그 이후 2002년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거머쥔다.

그리고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타며, 한국 영화에 무지했던 전 세계 영화광들을 놀라게 했다.

그렇다면 ‘까이에 뒤 시네마’ 베스트 톱 10에 오른 첫 번째 한국 영화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2005년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9위를 기록한 것이 처음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까이에 뒤 시네마’ 10위안에 들었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수상 소식에도 잠잠했던 ‘까이에 뒤 시네마’가 홍상수의 ‘극장전’을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홍상수 감독을 향한 ‘까이에 뒤 시네마’의 열렬한 사랑

71년간 한국 영화는 모두 13편, 홍상수 감독 작품만 총 9편이 선정될 만큼 ‘까이에 뒤 시네마’는 홍상수 감독을 사랑했다. 지난 2020년에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만 2편이 선정되기도 했다.

까이에 뒤 시네마의 한 평론가는 ‘극장전’을 “다큐멘터리와 픽션, 실제와 상상처럼 양분되는 것들로 짜인 영화, 홍 감독은 삶의 미세한 차이들을 확대시킨다”라고 칭찬했다.

반면 칸 영화제가 박찬욱의 ‘올드보이’에 주목할 때, ‘까이에 뒤 시네마’는 “15년간 미스터리게 갇혀 있던 오대수의 운명은 스타일리스트하게 뒤범벅되는 게 아니라 더 엄밀하게 다뤘어야 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이 확고한 취향의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기에 앞서, 먼저 71년간 베스트 10편에 꼽힌 한국 영화 13편의 목록을 소개할까 한다.

2005년 홍상수 ‘극장전’ 9위, 2006년 봉준호 ‘괴물’ 3위, 2010년 봉준호 ‘마더’ 10위,, 2012년 홍상수 ‘다른 나라에서’ 4위, 2013년 홍상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8위, 2014년 홍상수 ‘우리선희’ 10위, 2017년 홍상수 ‘그 후’ 5위, 2018년 이창동 ‘버닝’4위, 홍상수 ‘밤의 해변에서 혼자’ 7위, 2019년 봉준호 ‘기생충’ 2위, 2020년 홍상수 ‘도망친 여자’ 2위, 홍상수 ‘강변호텔’ 6위, 2022년 홍상수의 ‘인트로덕션’ 등 한국 영화 13편 중 홍상수 감독의 영화만 총 9편 선정됐다.

특히 2020년에는 그 해에 프랑스에서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2편 모두 2위와 6위에 선정하기도 한다. 이는 ‘까이에 뒤 시네마’ 역사상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가 7번,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영화가 6번 베스트 10에 오른 것보다 더 많은 셈이다.

사실 홍상수 감독에 대한 사랑은 2012년 10월 홍상수 특별판에서도 드러난다. ‘까이에 뒤 시네마’의 표지는 매달 가장 인상적인 영화나 배우, 감독 등으로 표지를 장식하는데, 한국 감독으로는 최초로 홍상수 감독이 표지를 장식했다.

또한 ‘까이에 뒤 시네마’의 경영 사정상 해외 출장 인터뷰는 손꼽히는데, 직접 서울로 가서 홍상수 감독과 제작사인 전원사 스태프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특별호를 만들기도 했다.

이 특별판은 현재 절판되고 공식 사이트에서도 재고가 부족해, 중고 사이트에서 2배 정도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2022년에는 홍상수 감독의 ‘인트로덕션’을 꼽으며 다음과 같은 평을 했다. “홍상수의 예술은 이제 검소함, 수수함, 우아함의 최상의 상태에 도달했다.”

올해 프랑스에서는 한국에서는 이미 개봉한 ‘소설가의 영화’와 ‘탑’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한 오는 2월에는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홍상수 감독의 회고전과 마스터 클래스가 예정되어 있다. 회고전을 환영하며 ‘까이에 뒤 시네마’가 또 한 번 홍상수 감독으로 표지를 장식할지 기대가 된다.

['까이에 뒤 시네마' 2012년 10월호 표지모델인 홍상수와 2022년 톱 10영화 목록. 사진=까이에 뒤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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