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도 광어처럼 ‘양식’으로 대중화할 수 있죠"

정병묵 2023. 1.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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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이인창 존폴인터내셔널 대표 인터뷰
"천연 다이아보다 가격 1/4…2021년부터 본격 시장 태동"
SSG닷컴, 12월 랩그로운 전문관 오픈…350여개 제품 판매
"채굴 과정 인권유린·환경파괴 없어 MZ 사이 '가치템' 주목"
"고급 천연 다이아 시장과 별개, 대중 다이아몬드 확산 기대"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광어는 예전엔 매우 귀한 횟감이었는데 양식 사업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죠. ‘랩 그로운(lab grown·연구실 생산) 다이아몬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태동기이지만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고가 주얼리 대중화를 더 앞당길 것으로 봅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0.5캐럿’ 샘플(사진=정병묵 기자), ‘존 폴 핑크 물방울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목걸이’, ‘존 폴 1캐럿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반지’(사진=SSG닷컴)
보석 세공·유통업체 ‘존폴쥬얼리’를 운영하는 이인창(40) 존폴인터내셔널 대표는 10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2021년부터 외국에서 랩 그로운 시장이 본격 열리는 것을 감지하고 국내에 도입했다”며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가격은 3분의 1~4분의 1 가격에 불과해 국내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보석상을 한 이 대표는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직접 창업한 12년 업력의 존폴쥬얼리는 서울 청담동·종로 등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SSG닷컴의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전문관’에 입점해 온라인 판매도 본격 진행 중이다.

이인창 존폴인터내셔널 대표가 서울 청담동 매장에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사진=SSG닷컴)
인공 다이아몬드, 천연보다 가격 3~4분의 1정도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말 그대로 ‘사람이 연구실에서 직접 만든’ 다이아몬드 원석이다. ‘인공’ 또는 ‘양식’ 다이아몬드로도 불린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지하 맨틀에 있던 탄소(C) 덩어리가 높은 열(섭씨 900~1300도)과 압력(3만 기압)을 오랜 시간 받아 생성된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사람이 기계장치를 통해 생성 기간을 축약해 만든 것으로,성분·굴절률·분산도·경도 등 물리·화학·광학적 특성이 천연 다이아몬드와 같다.

인공 다이아 원석은 현재 인도, 중국 등에서 주로 생산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만들고 있다. 천연인지 인공인지 전문가들도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워 전문 식별 장비를 사용한다. 세계적인 보석 감정기관인 ‘GIA’, ‘IGS’, ‘IGI’ 등에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똑같은 감정 기준으로 랩 그로운 제품 감정서를 발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과거 반도체 생산장비 등 공업용으로 사용했지만 생산 단가가 낮아지면서 2021년부터 주얼리 시장으로 확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화학적 특성이 같더라도 천연 다이아몬드만의 가치가 있고 랩그로운 제품과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천연 다아이몬드가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분들이 (랩그로운 제품을)많이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루비, 사파이어 등 다른 주얼리도 천연제품과 인공제품의 시장이 엄연히 다르게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1월 현재 SSG닷컴 기준 3부(1캐럿의 10분의 3)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제품 가격은 98만원, 천연 다이아몬드 제품은 148만원이다. 또 1캐럿 랩 그로운 제품은 350만원인데 비해 천연 제품은 1170만원으로 8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인창(왼쪽) 존폴인터내셔널 대표가 서울 청담동 존폴쥬얼리 매장에서 임애랑 SSG닷컴 주얼리 바이어에게 상품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SSG닷컴)
◇채굴 과정 인권유린·환경파괴 없어…‘가치소비템’으로 주목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최근 ‘가치 소비’ 아이템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에서 묘사됐듯이 특히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에서 잔혹한 인권유린 문제가 불거졌다. 또 천연 다이아몬드 1캐럿을 채굴하려면 물 500ℓ가 필요하고 지면 6.5t을 깎아 내야 해 환경 훼손 문제도 꾸준히 지적됐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국제 보석상들은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유통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임애랑 SSG닷컴 명품잡화MD팀 바이어는 “랩 그로운 제품 생산방식은 천연 제품보다 윤리적이고 가격 접근성도 좋아 MZ세대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천연 제품이 혼수 시장의 전유물이었다면 랩 그로운 제품은 주얼리에 관심 많은 젊은 세대 중심의 시장을 새로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SSG닷컴에 따르면 작년 12월 주얼리 카테고리 내 MZ세대(1981~1996년) 매출이 전월 대비 270% 증가했다. 랩 그로운 구매 고객 3명 중 1명도 신규 고객으로 랩그로운 다이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제품의 확산 여부는 미지수다. 세계적인 명품 주얼리 브랜드인 티파니, 까르띠에, 불가리 등의 제품은 천연 다이아몬드를 고집하고 있어서다. 다만 스와로브스키, 판도라 등은 이미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결국 소비자가 좋다면 좋은 것이며 실제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징후를 느낀다”며 “제품의 투명한 유통과 ‘인공제품’이라는 점을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용어정리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전했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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