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코레일과 ‘헤어질 결심’…국토부 속내는[현장에서]
SR “코레일, 책임 회피 급급” vs 코레일 “감리 결과 봐야”
국토부 ‘SR편들기’…대표 강성노조 코레일노조 힘빼기
‘SR 밀어주기’ 둘러싸고 전문가 간 시각 극명히 엇갈려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통복터널 단전사고’를 두고 공기업(SR) 대표가 또다른 공기업(한국철도공사·코레일)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SR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해석한다. 국토교통부가 양사의 통합에 대해 ‘판단 유보’를 내린 상태에서 코레일의 입지는 앞으로 한층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SRT(수서발고속철도) 운영사인 SR의 이종국 사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같은 유지보수 체계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며 “코레일과 분리해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SR이 ‘독립선언’을 외친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연말 벌어졌던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2월30일 오후 5시3분쯤 SRT 상행선 충남 천안아산역~경기 평택 지제역 구간 통복터널에서 전차선이 차단돼 전기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기 공급은 5시간 만인 밤 11시20분께 복구됐지만 150여 대가 넘는 열차 운행이 최대 2시간10분 늦어졌다. 자체 집계한 사고 피해 규모는 총 130억원에 달했다.
SR 자체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터널 하자 보수 과정에서 겨울용이 아닌 여름용 접착제를 사용하는 등 부실 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일제점검 초동조사 역시 유사한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SR이 불만을 품은 부분은 책임소재다. 해당 구간 공사는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하고 GS건설이 시행·하자 공사를 맡고 있다. 코레일는 철도공단에서 위탁받아 사고 구간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관리주체, 책임소재를 쉽게 나누기 어려운 구조다.
SR측은 사고의 원인을 사실상 코레일로 지목했다. 이어 코레일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이종국 SR 사장은 “전차선 단전사고 원인은 부실한 자재 사용과 공사 과정에 대한 허술한 관리다”며 “SR 자체적으로 차량 정비를 확대하고 코레일과의 위수탁 계약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코레일도 물러서지 않았다. 코레일 측은 GS건설이 하자보수 시행사라는 점을 들며 “이달 31일 하자보수공사 완료 통보 시 완료검사를 할 예정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더해 코레일은 SR이 임시로 빌려 간 고속열차 22편성 외 추가임대는 불가하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SR은 “사실상 원청인 코레일이 책임을 져라”고 주장하고 있고 코레일은 “시행사와 감리사의 부실 원인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 SR은 지난해 7월 대전조차장에서 벌어진 ‘SRT 탈선사고’ 역시 선로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코레일이 원인이라고 의심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하고 있지만 SR은 이번 사고도, 지난 탈선사고 역시 ‘SRT 사고’로 명명된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상황은 SR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상황이다. 주무부서인 국토부는 내심 SR에 힘을 실어줘 코레일과 경쟁을 붙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불리는 코레일 노조의 힘을 빼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정부는 SRT 노선에 경북 포항, 전남 여수를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코레일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유지보수업무의 철도공사 위탁 규정’을 삭제하는 법도 국회에 올라온 상황이다.
다만 ‘SR 밀어주기가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는 시각이 극명히 갈린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현재 적자 원인 중 하나인 낙후지역에 대한 노선 운영은 코레일이 떠안고 있다”며 “돈이 되는 프리미엄 노선만 가지고 있는 SR은 무조건 큰 폭의 수익이 날 수밖에 없다. 양사는 오히려 통합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유지보수는 사실상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어 철도산업에 발전이 없었다”며 “코레일이 지금껏 스스로 구조개혁을 외친 적 있나. 지금 코레일과 노조의 주장은 밥그릇 지키기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박경훈 (vi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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