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기술](96)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밀어주기 위해 알고리즘 조작”... 공정위 ‘266억 과징금’ 부과 정당 입증한 지음 법률사무소
비교쇼핑·오픈마켓 시장 획정 후 알고리즘 분석
“검색 순위에 영리 목적 개입은 소비자 약속 배반하는 행위”

인터넷 플랫폼 시장에는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한다. 특정 플랫폼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늘면 해당 플랫폼에만 사용자가 몰리고 경쟁 플랫폼은 외면 받다가 소멸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의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플랫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매개체로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의 선택을 돕는 창구다. 특정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가지게 되면 결국 자사 업체를 우대하고, 신생 업체를 차별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일이 발생한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력이 강해지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제한 받을 수밖에 없다. 특정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경쟁사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져 소비자가 선택할 서비스(상품)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자기 플랫폼 안에서 사업을 벌이면 이런 경쟁 제한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심판이 선수를 겸하는 꼴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이런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적 남용 행위에 대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는 중개 업체와 입점 업체 두 가지 역할을 하는 이중적 지위의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를 우대한 행위를 제재한 최초의 사례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오픈마켓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경쟁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혐의를 포착해 26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네이버, 제휴업체 지원 의도 인정… 경쟁 제한 효과 발생”
국내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는 네이버는 2012년 오픈마켓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알고리즘을 조작했다. 11번가·G마켓·옥션·인터파크 등 경쟁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순위를 고의적으로 내리고, 제휴 쇼핑몰은 검색 결과에서 일정 비율 이상 노출되도록 특혜를 준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작으로 네이버 쇼핑 내 스마트스토어 점유율은 2015년 3월 12.68%에서 2018년 3월 26.2%까지 상승했다. 네이버의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도 2015년 4.97%에서 2018년 21.08%까지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A사(27.03%→21.78%), B사(38.30%→28.67%), C사(25.97%→18.16%), D사(3.15%→2.57%) 등 경쟁사의 점유율은 떨어졌다.
2021년 1월 공정위는 네이버가 2012년 2월부터 2020년 8월까지 검색 결과 노출 순위를 부당하게 조작한 것으로 보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거래 조건 차별행위, 부당한 차별 취급 행위,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를 적용해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 266억3500만원을 부과했다.
‘공룡 플랫폼’ 네이버는 소송대리인(법무법인 지평·법무법인 이제)을 선임해 2021년 3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네이버 측은 “스마트스토어를 우대하고자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한 적이 없고, 검색 엔진의 알고리즘 변경은 검색 결과의 다양성 증진을 통한 소비자 후생 증대를 위한 것”이라며 “경쟁 제한의 의도나 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 전문가 지음 법률사무소의 김설이(사법연수원 34기)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김 변호사는 “모든 산업의 관문 역할을 하는 네이버가 검색 순위의 자의적 결정을 통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한다면, 플랫폼에서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 점유율을 선점할 수 있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법 행정6-1부(부장판사 최봉희 위광하 홍성욱)는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제휴 업체와 경쟁 오픈마켓 입점 업체를 차별한 것으로 판단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작 행위에는 스마트스토어를 지원하고자 하는 의도와 목적이 인정된다”며 “거래 조건을 차별화해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를 우대했다”고 판단했다.

◇”검색 서비스 향상 위한 것”… 알고리즘 분석해 정면 반박
이번 재판에서는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이 비교쇼핑 시장에서 오픈마켓 시장으로 전이된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자사 제휴 업체에 특혜를 준 서비스인 스마트스토어가 오픈마켓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다툼이 전개됐다.
네이버 측은 “자사의 비교쇼핑 서비스는 다른 오픈마켓 사업자의 오픈마켓 서비스와 경쟁 관계에 있다”며 “비교쇼핑 시장과 오픈마켓 시장은 별개의 시장이 아니고 하나의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비교쇼핑 시장과 오픈마켓 시장은 하나의 시장이기 때문에 네이버의 검색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전이’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공정위 측은 재판부에 비교쇼핑과 오픈마켓 서비스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김 변호사는 “비교쇼핑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검색 결과로 순위를 매겨 보여주는 사실상의 검색 서비스이고, 오픈마켓은 입점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시장을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두 서비스는 명백히 기능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비교쇼핑과 오픈마켓을 별개의 시장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비교쇼핑은 검색 서비스의 이용이 중심인 반면, 오픈마켓은 상품의 매매가 중심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시장 획정’을 마친 공정위 측은 네이버가 검색 순위의 자의적 변경(알고리즘 조작) 행위를 통해 경쟁을 제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김 변호사는 네이버 내부 자료를 입수해 네이버가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변경한 ‘명시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네이버 직원들의 이메일과 각종 회의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알고리즘을 조정하면서 스마트스토어 상품의 노출 빈도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계획을 수립했다”며 “스마트스토어 성장을 위해 네이버 쇼핑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직접적인 언급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측은 검색 알고리즘도 분석해 네이버가 제휴 업체에만 가중치를 부여한 사실도 확인했다. 네이버는 2012년 2월 오픈마켓 랭킹 가중치를 하향 조정하고, 7월 스마트스토어 노출 비중을 15% 보장, 12월에는 노출 비중 20% 확대, 2013년 1월에는 스마트스토어 판매 지수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그 이후인 9월에는 ‘동일몰 로직’ 알고리즘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인터파크 내 상품이 검색 순위에서 1위부터 8위를 차지하게 되면 ‘동일몰’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식이다.
네이버 측은 “우리는 영리 기업인데 반드시 공정해야 하느냐”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알고리즘 조정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네이버는 시기마다 알고리즘을 조정하면서 자사 제휴 업체에 유리한 개입을 했다”며 “검색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보장한 서비스는 ‘적합한 검색 결과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검색 순위에 자사 서비스의 영리 목적이 개입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약속을 배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독점적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가 지속되면 시장 자체가 도태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양쪽 시장의 경쟁이 전부 제한되면 그만큼 발전이 더뎌지고 소비자가 누릴 후생의 크기가 줄어든다”며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가 유지되면 모두 경쟁에서 도태되고 다른 사업자의 신규 진입도 어려워져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해 지난 4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하고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지음 법률사무소=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활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모토 아래 설립됐다. 언론사·국회·청와대 등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와 전문위원이 지음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음은 입법 규제 자문, 언론 대응 및 위기 관리 등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작년 ‘공정거래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은 김설이 대표변호사를 필두로 공정거래 자문 및 소송에서 최고의 강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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