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놓은 아파트, 왜 온라인에서 안보이지… “비슷한 물건 너무 많아”

오은선 기자 2023. 1.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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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비슷한 가격대 매매와 전세 물건이 쌓이자 광고를 줄이는 공인중개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영등포구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비슷한 가격대 매물이 많으면 먼저 올린 것도 잘 거래가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미루는 경우가 있다"며 "전세는 하나의 물건에 5~6명 공인중개사가 우르르 홍보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마저도 역전세난 때문에 잘 안나가지 않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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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소, 매물 적체로 광고에 ‘소극적’
전세는 더 꺼려... ‘옥석 가리기’
“시세에 맞게 내는게 중요”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에 사는 A씨는 최근 본인이 살고 있는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전세 놓기 위해 부동산에 내놨다. 4군데 공인중개소에 전화해 “네이버 부동산에 노출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고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온라인 플랫폼에 매물을 올린 부동산은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다시 연락하자 “곧 올리긴 할텐데, 지금 비슷한 가격대 매물들도 거래가 어려워 상황을 보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A씨는 “리모델링 된 집이라 주변 시세보다 조금 더 붙여서 내놨는데, 부동산에서 적극 나서주지 않고 있다. 직접 발품이라도 팔아 홍보해야 할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비슷한 가격대 매매와 전세 물건이 쌓이자 광고를 줄이는 공인중개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개 보수도 줄어든 상황에서 ‘광고비라도 아끼겠다’는 것이다. 특별히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괜찮은 매물이 아닌 광고를 더욱 꺼리는 분위기다. ‘역전세난’으로 매물이 쌓인 전세 시장은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부동산 밀집지역. /뉴스1

11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건수는 지난 10일 기준으로 5만4544건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인 2022년 6월 2만6000건대였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매매 매물은 같은 날 기준으로 5만379건이 나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중개사들이 가지고 있는 매물은 이보다 더 많다. 강남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온라인에 올라와있는 전세 매물 말고도 5개 이상은 더 보여줄 수 있는 물건들이 있다”며 “온라인에 올려두진 않았지만 손님들이 원하는 조건이랑 맞으면 그때 그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개업자들은 통상 중개사들끼리 매물을 공유하는 부동산 정보업체(CP)를 이용한다. 집주인이 공인중개사에게 매물을 내놓으면 중개사들은 수십개가 넘는 부동산CP에 매물 광고를 한다. CP에 올라온 매물 대부분은 다시 ‘네이버 부동산’ 같은 소비자들이 보는 플랫폼에 올라가게 된다.

중개사들은 일반적으로 한 달에 몇십 건의 매물을 올릴 수 있도록 플랫폼과 계약한다. 이 과정에서 중개사들이 매물 ‘옥석가리기’를 하고 있다. 거래 가능성이 높은 매물 위주로 올리는게 성공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높으면 거래가 안 된다. 반대로 너무 낮아 ‘튀는 가격’일 경우, 항의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전세는 쌓인 매물이 많아 ‘올려봤자 거래가 안 된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영등포구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비슷한 가격대 매물이 많으면 먼저 올린 것도 잘 거래가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미루는 경우가 있다”며 “전세는 하나의 물건에 5~6명 공인중개사가 우르르 홍보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마저도 역전세난 때문에 잘 안나가지 않냐”고 토로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영등포구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은 B씨는 “이미 6개월 전부터 10군데 이상 공인중개사에 얘기했는데, 온라인에 올려준 공인중개사는 한 두곳 뿐”이라며 “보러 오는 사람도 없고 누가 관심은 갖고 있는 건지 알수도 없으니 난감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시세에 맞게 매물을 올리는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만약 주변 시세가 10억인데 12억에 팔아달라고 하면 팔릴리가 없으니까 광고를 올려도 손님들이 안올 것”이라며 “시세와 너무 다르면 구청에서 조사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중개사들이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래가 없는 상황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공인중개사들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중개사들이 광고비를 아끼려 온라인에 올리지 않는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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