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13일 기준금리 인상에도 예금금리 안 올릴 듯

서상혁 기자 2023. 1. 1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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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수요 줄고 은행채 발행 재개돼 무리하게 올릴 유인 없다고 판단
예금 대신 적금 금리 인상 가능성…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3~4%대로 떨어져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의 현금인출기(ATM)에서 시민들이 입출금을 하는 모습. 2022.12.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은행권이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당분간 예금 금리를 올리지 않거나 적금 상품 위주로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지난 연말부터 은행채 발행을 허용한 가운데 쌓아놓은 여윳돈도 많아, 무리해서 수신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리면 겨우 안정됐던 저축은행 자금 시장도 요동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는 분위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논의한다. 현재로선 0.25%포인트(p)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뉴스1>이 국내외 증권사 소속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명 모두 오는 13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현 3.25% 기준금리가 3.50%로 0.25%p 오른다고 전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주요 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곧장 올리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상하더라도 적금 상품 위주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권고에 따라 은행들은 지난해 11월 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신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유출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신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면서도 "예전처럼 서로 수신금리를 발 빠르게 올리는 등 '수신 경쟁'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연말처럼 이번에도 모두 즉각적으로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금 상품 정도는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예금 금리를 올렸다. 예금 금리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와 기본금리로 구성되는데, 그중 기본금리를 올리는 식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늘어난 기업 대출 수요에 더해 건전성 규제까지 맞춰야 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려왔다. 하반기부터 시행된 예대금리차 공시도 수신 금리 경쟁을 부추겼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가계 대출 수요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막혔던 은행채 발행도 제한적으로 재개된 만큼, 굳이 무리해서 예금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시중은행의 주력 예금 상품은 시장금리와의 연동성이 높은 상품들이어서 기본금리를 통한 가격 조정에 나설 여지가 크지 않다.

시중은행 수신 담당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계없이 현재 자금 시장 여건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굳이 무리해서 올릴 유인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간 쌓아둔 여유 자금도 넉넉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18조43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조5700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권고도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 수신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안정권'에 접어든 건 아닌 만큼, 금융당국은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0일 기준 정기예금 1년 만기 평균 금리는 연 5.25%로 지난해 11월말 연 5.53% 대비 0.28%p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올리면 저축은행도 수신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

은행권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당분간 3~4%대를 유지할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개 은행의 지난 9일 기준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금리는 연 3.93~4.30%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연 5%를 넘는 정기예금 상품이 등장했으나, 당국의 금리 인상 자제 권고에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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