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수의 생명력도 짧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작곡가들에게 받은 1000곡 중 엄선
2000년대 인기 끌다 하하와 결혼
“‘데뷔 20년 차 가수’란 명함을 자신 있게 내밀 수 있어야 하는데, 정규 음반이 아니면 면이 안 선다 싶었죠. 30대 땐 아무래도 음악 활동이 저조했으니까요.”
지난 5일 서울 상수동에서 만난 가수 별(40)은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한 표현으로 자신의 지난 20년을 압축했다. 11일부터 판매되는 14년 만의 정규 앨범이자 데뷔 20주년 앨범 ‘Startrail(별의 궤적)’ 발매를 앞둔 자리.
별은 2002년 정규 1집 ‘12월 32일’과 동명 타이틀곡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데뷔했다. 이후 가수 나윤권과의 듀엣곡 ‘안부(2005년)’ 등 다수의 히트곡을 냈지만 2010년대 정규 활동이 뜸해졌다. 2012년 방송인 하하와 결혼한 이후엔 2남 1녀의 삼남매 육아에 매진했다. 이번 앨범도 본래 지난해 발매 계획이었지만, 막내딸의 희소병 길랑-바레 증후군(급성 말초신경 염증 질환) 발병 시기가 겹쳐 계획을 미뤄야 했다. “감사하게도 최근 딸이 완치돼 다시 발매할 용기를 냈죠.”
그만큼 “앞으로 내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줄 특별한 앨범이다. 꼭 전곡을 다 들어달라”며 직접 사인CD를 건네는 그의 말에 간절함이 엿보였다. “저 데뷔 초에는 사실 타이틀곡 하나에 소위 ‘깔리는 곡’ 9개 가량을 싣는 게 정규앨범이란 인식이 있었죠. 그래서 솔직히 부르기 싫은 곡도 있었어요.(웃음) 이번에는 스스로도 전곡을 주르륵 듣고픈 10곡을 꽉 채우는 걸 목표로 데모곡을 1000곡이나 받아서 추렸어요.”
그중 “남편(하하)이 ‘별이라면 이거지!” 해줬다는 타이틀곡 ‘오후’는 그의 데뷔곡이 연상되는 감성적인 발라드곡. 하지만 나머지는 경쾌한 박자의 알앤비 등 “제가 너무 좋아하는데 ‘가수 별’에게는 안 어울릴 것 같은 장르로 채웠다”고 했다. 데뷔곡 인기로 생긴 ‘소녀 발라드 가수’란 ‘고정관념’을 인식해서다. 그가 2021년 tvN 방송 ‘엄마는 아이돌’을 통해 원더걸스 출신 선예 등과 함께 걸그룹 활동을 한 이유이기도 했다. “농담처럼 ‘시간을 되돌리면 발라드 말고 다른 장르로 데뷔하겠다’는 말을 자주 해요. ‘곡 주세요’ 하면 매번 애절한 곡만 왔죠. 데뷔 때 나이가 스무 살이었는데, 결혼하기 전까진 ‘여인이 되어 돌아온 별’이란 기사가 쏟아졌고요. 약간 성숙해 보이는 무대 의상, 진한 화장을 선보일 때면 일부 팬들은 소속사로 “싫다” “코디 바꿔라” 전화도 했어요.”
이번 음반엔 자작곡·작사한 3곡을 실었다. 그중 ‘노래’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그때의 난’은 20대 시절의 자신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았다. “데뷔 때 무대 영상은 보기 싫다. 너무 어리숙한 게 티가 난다. 게다가 어떤 무대에선 (우스꽝스런)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옷도 입었다”며 웃은 그는 “20대의 저를 돌아보면 참 안쓰럽다”고 했다. 데뷔 초부터 아버지의 투병 생활이 시작됐고, 마음고생이 많았지만 “그때는 혼자 잘난 줄 아는 자존심 때문에 도움을 받을 줄도 몰랐다”고 했다. “하루는 자는데 천장이 막 얼굴로 내려와요. 그땐 몰랐는데 지금은 공황장애 증세랑 비슷하단 걸 알았죠.”
“이제는 나이만큼 깊이 있게 말할 거리가 많아졌고, 위로받을 줄도 알게 되어 좋다”고 별이 말했다. “지금의 전 여전히 육아 등으로 고군분투 중이지만, 제 곡이 저처럼 힘든 경험을 하고 있는 20대에게 위로가 됐으면 해요. 후배들을 위해 ‘(결혼한) 여가수의 생명력도 짧지 않다’를 보여주는 길 또한 열심히 닦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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