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농 열전 백년농부] 아버지와 따로 또 같이…“소비자가 먼저 찾는 농부 되고파”

지유리 2023. 1. 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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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화촌면에 2800㎡(850평)짜리 스마트팜이 들어섰다.

"농사를 지을수록 해볼 만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먹거리는 필수품인데 농업인구는 계속 줄고 있거든요. 수요와 공급을 생각하면 분명 경쟁력이 있는 거죠. 15년만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눌러앉았습니다." 귀농 초반에 아버지는 농사를, 박씨는 경영을 맡았다.

스마트팜을 선택한 것도 노지 농사를 짓는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걷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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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농 열전 백년 농부] (23) 딸기 스마트팜 농가 박근호씨
10년전 부친 도움 요청에 고향 내려와
젊은 감각 살려 농장 경영…판로 확대
청년농 클럽 만들어 지역 살리기 ‘선도’
스마트팜으로 스타농부 홀로서기 도전
강원 홍천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팜 딸기를 선보이는 박근호씨. 요즘 그는 제철 맞은 딸기를 수확하고 인근 농가에 스마트팜 기술을 알려주느라 바쁘다. 홍천=지영철 프리랜서 기자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에 2800㎡(850평)짜리 스마트팜이 들어섰다. 밖은 매서운 한파가 기승인데 실내는 포근하고 쾌적하다. 그곳에서 분주히 손을 놀리는 작업자 옷차림이 가볍다. 제철을 맞아 한창 딸기를 수확하는 박근호씨(36)를 만났다.

지난해 9월 딸기 스마트팜을 연 박근호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전국에서 박씨네 딸기를 찾는 주문이 밀려들어서다. 게다가 군에서 처음 선보이는 딸기 스마트팜인 터라 영농 노하우를 배운다고 그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에서 유명한 청년농부인 박씨는 요리사로 사회생활 첫발을 뗐다. 조리 고등학교·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강남구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의 베이커리 카페에서 조리팀장으로 근무했다. 탄탄대로를 걷던 그가 농업으로 삶의 방향을 튼 건 아버지 때문이다. 참숯공장 운영과 감자·배추 농사를 병행하던 아버지가 농사에 투신하기로 마음먹고 아들인 박씨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한달만 돕겠다며 고향에 내려온 것이 벌써 10년 전 일이다.

“농사를 지을수록 해볼 만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먹거리는 필수품인데 농업인구는 계속 줄고 있거든요. 수요와 공급을 생각하면 분명 경쟁력이 있는 거죠. 15년만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눌러앉았습니다.”

귀농 초반에 아버지는 농사를, 박씨는 경영을 맡았다. 젊은 감각을 살려 홍보·유통 전략을 세워 새 판로를 뚫었다. 농장 규모는 빠르게 커졌고 동시에 고민도 깊어졌다. 아버지 그늘을 벗어나 자신만의 영농을 펼치고 싶었다. 그때 눈을 돌린 것이 드론이다.

“방제용 드론이 막 뜰 때였어요. 작동법을 배워두면 쓸모가 있겠다 싶었죠. 무엇보다 아버지는 전혀 모르는 기술이니 선점한다면 저만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제철을 맞아 딸기 수확이 한창이다. 사진은 수분용 벌이 딸기 꽃에 앉아 있는 모습.

결심이 선 박씨는 군에 사업을 제안했고 결국 지원을 받아 드론 방제단을 꾸렸다. 이후 지금까지 도 전역에서 방제단 활동을 하며 부수입도 쏠쏠히 올리고 있다. 당시 경험으로 박씨는 아버지와 차별화한 능력을 키우려면 신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마트팜을 선택한 것도 노지 농사를 짓는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걷기 위해서다.

“농촌인구가 줄면서 갈수록 노동력이 부족해요. 기후변화 탓에 노지 작물 생산량은 들쭉날쭉하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스마트팜입니다.”

요즘 박씨는 가족농으로서 장점을 한껏 체감하고 있다. 고설재배하는 딸기는 양액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비료 전문가인 아버지 조언을 얻어 액비 성분을 배합한다. 믿을 만한 베테랑 농부에게 도움을 받으니 마음이 놓인다. 자신은 아버지가 농사지은 감자·배추를 홍보하고 판매하며 능력을 뽐낸다. 각자 잘하는 분야를 맡아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박씨에게 지난 시간은 부모님이 만든 편안하고 따뜻한 울타리를 벗어나고자 채찍질한 시간이다. 영농기술을 배우고자 전국을 돌아다녔고 강원대학교 농업 관련 마이스터 과정은 2개나 수료했다. 여러 지역 모임에 참여하며 판로를 넓히는 데도 애썼다. 그렇게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제 목표는 스타농부가 되는 겁니다. TV에 나와 유명해지고 싶다는 게 아니라, 뛰어난 영농기술을 지녀서 농민은 물론 소비자가 먼저 찾는 그런 농부가 되는 겁니다.”

가족농이자 청년농으로서 고민을 거듭한 박씨는 비슷한 처지의 후배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홍천농업고등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4H연합회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도내 청년농부를 모아 ‘강원 유스파머 라이온스클럽’을 결성했다. 성공한 청년농부의 모습을 널리 보여주는 것이 지역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부모 세대가 닦아 놓은 기반은 청년들에게 큰 디딤돌이지만 거기에만 기대면 안돼요. 안주하지 않고 도전해서 자신만의 것을 찾아야 합니다. 후배에게 가족 품을 떠나라고 조언하죠. 저도 딸기 스마트팜으로 홀로서기를 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홍천=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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