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평온하지만은 않은 겨울 풍경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23. 1.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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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아침에 출근하면 건물이 냉기를 머금어 난방을 틀어도 훈훈해지기까지 한참 걸린다.

실내에서 외투를 입고 있기엔 이상스럽고 해서, 연구실에서 입는 용도로 낡은 패딩점퍼를 하나 비치해두었다.

실내에서 입는 보온용 겉옷은 난방시설이 개선된 20세기 어느 무렵부터 사라진 듯하다.

19세기만 해도 유럽 사람들은 집에 들어오면 외출용 외투를 벗고 그보다 더 따뜻한 두툼한 담요 같은 실내용 겉옷을 걸쳐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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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아침에 출근하면 건물이 냉기를 머금어 난방을 틀어도 훈훈해지기까지 한참 걸린다. 실내에서 외투를 입고 있기엔 이상스럽고 해서, 연구실에서 입는 용도로 낡은 패딩점퍼를 하나 비치해두었다. 실내에서 입는 보온용 겉옷은 난방시설이 개선된 20세기 어느 무렵부터 사라진 듯하다. 19세기만 해도 유럽 사람들은 집에 들어오면 외출용 외투를 벗고 그보다 더 따뜻한 두툼한 담요 같은 실내용 겉옷을 걸쳐 입었다. 털을 댄 포근한 모자를 쓰고 양말·실내화도 신었다. 장작이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서 불을 쬐면 몸이 녹겠지만, 벽난로는 방마다 설치된 것이 아니었다. 방 안의 썰렁한 기운은 뼛속까지 파고들어 몸을 꽁꽁 얼렸기에 옛사람들은 실내에서도 추위에 대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했다.

정말로 추운 날의 그림을 보여드릴까 한다.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el the Elder, 1525∼1569)이 한겨울을 그린 <스케이트와 새 덫이 있는 겨울 풍경>(사진)이다. 집 안의 추위가 외부의 추위 못지않다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던 시절에 살았던 사람들은 취침 시간 외에는 집에 머무는 일이 없었고, 해만 뜨면 집을 뛰쳐나가서 어둠이 내리기까지 밖에서 보냈다. 브뤼헐의 그림에서도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스케이트를 타고 팽이를 돌리는 등 빙상 놀이에 몰두하고 있다.

브뤼헐은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활동하며 농부들의 일상을 주로 그렸다. 마을 사람들의 겨울나기를 보여주는 이 그림은 현재 다수의 복제본이 여러 나라 미술관에 흩어져 있다. 브뤼헐의 아들이 대를 이어 화가로 활동하면서 아버지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리곤 했기 때문이다. 1565년도에 완성한 그림이 아버지가 그린 원본으로, 현재 벨기에 왕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 그림은 마을의 저 멀리까지 온통 눈으로 뒤덮였는데, 벨기에가 이토록 얼어붙는 일은 흔치 않다고 한다. 1565년도와 그 이듬해 유럽에 이상 한파가 몰아닥쳤다는 해석도 있고, 해외여행 도중에 눈 쌓인 알프스 풍경을 습작으로 그렸던 브뤼헐이 그 분위기를 이 그림에 활용했다는 설도 있다.

브뤼헐은 인생이라는 길을 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그림 속에 슬며시 감춰두었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 줄을 매단 널빤지로 된 덫이 보인다. 새들은 그 아래에 깔려 죽을 수도 있는 운명인 줄도 모르고 먹이를 쪼아 먹으러 날아든다. 스케이트를 타는 이들이 서 있는 빙판도 얼음이 깨질 위험이 도사리기는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멀리서 보면 평온하고 별일 없는 듯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세상은 예측할 수 없는 함정투성이다.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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