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8% 뚫자 금감원장 '제동'…우리은행 금리 인하

노희준 2023. 1.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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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원장, 임원회의 당부사항..."금리 인상 과도해"
우리은행, 우대금리 확대 등 통해 주담대 0.9%p↓
금감원장, 조속한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도 주문
은행 '성과급 잔치'에도 '옐로카드'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감독원장이 연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8%를 돌파하는 등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사실상의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당국의 압박과 안좋은 여론이 이어지자, 최근 주담대 금리 상단을 가장 높게 끌어올린 우리은행은 이날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은행채 민평금리, 단위=%, 3년물(AAA/무보증)
코픽스 하락 전망인데, 주담대 상승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금리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 산정 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덧붙였다.

연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상단이 8%를 돌파했다. 우리은행 주력 주담대인 ‘우리 아파트론’ 금리가 신규 코픽스 기준 지난 2일 연 7.32~8.12%를 기록해 주요 시중은행 금리 상단을 8%대로 끌어올렸다. 이 상품은 지난해 말 6.92∼7.72% 수준이었는데 상단이 0.4%p 뛴 것이다. 주담대 금리가 연 8%대를 넘긴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도 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상단이 8%대를 뚫은 것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금감원은 최근 시중은행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졌다고 본다. 대출금리 인상 요인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한동안 중지됐던 은행채 발행이 지난해 12월 19일 재개된 데다 시장금리도 하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은행채 3년물(AAA/무보증)금리(민평기준)는 지난해 10월21일 5.255%로 정점을 기록한 후 전반적으로 하락해 지난 6일 4.222%까지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수신금리도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연 5%대 정기예금 상품이 자취를 감추는 등 하락 추세다. 변동금리 주담대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는 예적금이 70~80% 비중을 차지해 이달 15일 공시되는 코픽스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금리 올리고 성과급 받고

우리은행은 이와 관련 이날 전격적으로 대출금리를 끌어내렸다. 우대금리와 가산금리(본부조정금리)를 조정을 통해서다. 우리은행은 아파트 담보대출 기준으로 급여이체와 신용카드 사용 등 부수거래에 적용되던 금리 감면 수준을 기존보다 0.2%p 확대했다. 동시에 본부조정금리를 통해 최대 연 0.7%p까지 금리를 깎아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실질 금리를 0.9%p 인하하는 효과를 노렸다. 전세대출 금리도 부수거래 감면과 본부조정금리 조정을 통해 최대 연 1.55%p까지 낮게 적용받을 수 있게 했다.

이날 이복현 원장은 단축된 은행 영업시간의 조기 정상화도 요청했다. 그는 “은행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되면서 국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 노사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확산을 내세워 지난 2020년부터 대구 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영업시간을 앞뒤로 30분씩 총 1시간 단축했다가 2021년 7월부터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특히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해 4월 해제됐지만, 은행 노사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된 후 영업시간 단축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며 영업시간을 되돌리지 않고 있다.

은행권은 이렇게 대국민 서비스는 등한시 한 채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지난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61%를 책정했다. 2021년의 기본급 300%였던 것에 견주면 61%p가 오른 셈이다. 국민은행도 성과급을 기본급의 280%로 잡아 비율 자체는 전년(300%)보다 줄었지만, 특별 격려금을 통해 실제 직원이 받는 금액은 더 늘어났다. NH농협은행도 전년(350%)보다 50%p 높은 기본금의 400%를 성과급으로 제시했다.

이 원장은 “은행의 성과보수체계가 단기 성과에 너무 치우쳐 중장기적으로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소홀, 금융사고 발생 등의 문제점이 초래될 수 있다”며 “은행권과 함께 성과보수체계의 개선 노력도 지속해달라”고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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