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나영석의 '탈 방송사'에.... 청년 취준생까지 들썩인 이유
스타 PD들 제작사로 3차 엑소더스···최근 1년 새 10명 이상 이동
'방송사 하청' 기피했지만, 최근엔 취준생 1,000여명 지원하기도
CJ ENM에서 CJ 오너 일가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은 나영석, 신원호 PD가 최근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두 스타 PD의 행선지는 에그이즈커밍.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를 기획하고 드라마 '응답하라' '슬기로운' 시리즈 대본을 쓴 이우정 작가가 2018년 차린 제작사다. 이곳에서 나 PD는 이서진과 박서준,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뷔 등과 함께 멕시코에서 촬영한 예능프로그램 '서진이네'(가제)를 2월처음으로 선보인다.
에그이즈커밍은 지난해 CJ ENM 자회사로 편입됐다. CJ ENM과의 인연이 똑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두 스타 PD가 방송사에서 제작사로 자리를 옮긴 것은 최근 K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자본과 인력이 어디로 쏠리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방송사의 하청 업체로 여겨졌던 제작사들이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주도권을 잡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솔로지옥' 열풍 뒤.... 스타 PD들의 방송사 잇단 이탈
10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1년 새 방송사를 떠난 PD들은 두 스타 PD를 포함해 10명을 훌쩍 넘는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활약하던 PD들이 2010년대 초반 종합편성 및 케이블채널로 대거 이적한 뒤 2010년대 중반에는 SM, YG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옮기는 2차 엑소더스가 벌어졌다. 이젠 제작사로의 3차 인력 이동이 이뤄지는 양상이다. 케이블 방송사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송사의 편성 권력이 줄어든 반면 제작사의 위상이 커진 데 따른 변화다.
요즘 K콘텐츠 유행을 보면 신규 제작사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지옥도'에서의 뜨거운 사랑으로 세계를 달구고 있는 넷플릭스 '솔로지옥' 시즌2는 JTBC 출신 김수아, 김재원, 김나현이 모인 시작컴퍼니에서 만들어졌고, 유재석 김연경 등이 전통이 깃든 현장에서 일하며 웃음을 준 '코리아 넘버원'은 JTBC 출신 정효민과 KBS 출신 고민구 등이 속한 스튜디오 모닥에서 나왔다. 티빙에서 공개된 이효리의 '서울체크인'과 '캐나다 체크인'은 MBC 출신 김태호가 세운 테오에서 기획됐다. 모두 방송사를 떠난 PD들이 지난해 줄줄이 제작사를 차려 내놓은 작품들이다.
제작사들이 대규모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도 콘텐츠 권력의 축이 제작사로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작사 업계 사정에 정통한 방송 관계자는 "테오는 벤처투자업계로부터 최근 100억 원 이상의 신규 투자를 유치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K콘텐츠 시장의 이런 변화에 취업 시장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테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진행한 신입 PD 채용엔 약 1,000명의 취업 준비생들이 지원했다. 웬만한 방송사 못지않은 관심이다. 과거 방송사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을'의 이미지가 강해 청년들이 제작사 지원을 꺼렸던 것에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IP 주도권 쥐어 해외 시장 개척" 블록버스터 예능 활로도
제작사로 둥지를 옮긴 PD들은 IP 확보 등으로 몸값을 올리기 위해 시장 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방송사를 나와 독립제작사를 꾸린 PD는 "IP 확보 지분을 넓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고 해외 시장도 개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명한 에그이즈커밍 공동 대표는 "나영석, 신원호, 이우정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 다시 모였고 당장은 어렵겠지만 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려 한다"고 했다. 독립 제작사를 차린 김태호 PD는 기존 방송계 자원이 아닌 원지, 곽튜브, 빠니보틀 등 유튜버들만 불러 모아 여행 예능 '부루마블 세계일주'를 제작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사 즉 스튜디오 중심 제작은 거스를 수 없는 미디어 업계의 변화"라며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걸 수 있고 외부 투자도 자유로워 드라마처럼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예능 제작도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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