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린 검찰과 이재명... "정치적 목적 후원금" "광고비 적법 유치"
제1야당 대표 출석 헌정사상 최초··· 성남지청만 4차례
검찰, 대법 판례 및 증거·증언 통해 후원금 대가성 판단
이재명 "후원금 아닌 적법 광고비"… 檢, 영장 청구 검토
李 "답은 정해져 기소할 것 명백"··· 12시간 조사 끝 퇴청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검찰에 출석해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성남FC가 받은 후원금을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대가성 뇌물'로 규정한 반면, 이 대표는 '적법한 광고비 유치'라고 맞섰다. 검찰은 이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티타임' 생략한 채 조사실 직행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19분쯤 성남지청에 도착해 "(오늘 조사는) 정치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 응원을 받으며 조사실로 향했다. 이 대표가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은 것은 △검사 사칭 사건(2006년) △사전선거운동 의혹(2016년) △'친형 강제입원 의혹'(2018년)을 포함해, 이번이 네 번째다.
검찰은 유력 인사 조사 전에 통상적으로 마련하는 수사 책임자와의 티타임을 권했지만, 이 대표 측에선 곧바로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조사는 유민종 형사3부장이 맡았으며, 이 대표 측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박균택 변호사가 배석했다.
검찰 "증거·증언·판례 확보" VS 이재명 "정상적 광고비"
이 대표와 유 부장검사 사이의 수싸움은 오후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는 낮 12시 30분쯤 성남지청 인근 식당에서 주문한 설렁탕으로 점심을 해결했으며, 잠깐의 휴식 후 곧바로 조사가 재개됐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연루된 기업들의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와 사건 관계인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성남FC 후원금과 이 대표의 인허가 사이에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성남시 전 전략추진팀장과 두산건설 전 대표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대표를 공모자로 적시했다. 이 대표가 후원금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고 지시했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다.
수사팀은 특히 이 대표 소환을 앞두고 '제3자 뇌물죄' 관련 대법원 판례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사업을 청탁하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판례가 대표적이다. 청탁 내용이 위법하지 않더라도 대가가 오갔다면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기 때문에,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도 이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에 '제3자 뇌물죄' 적용을 반박하는 내용의 A4용지 10장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검찰 측 질문에는 "(진술서 외에) 더 자세히 설명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사실상 진술 거부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진술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응한 것으로 진술거부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 측은 기업이 성남FC에 지급한 돈은 '후원금'이 아닌 '광고비'라는 입장이다. 특히 2015년 성남FC가 △FA컵 우승에 따른 아시안컵 진출 △프로축구 1부 중위권 성적 달성 △시민구단 가운데 관중 동원 1위 등 성과를 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축구팀의 성과를 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비를 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성남FC를 후원한 기업들의 개발 부지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과 관련해서도 성남시의 세수 확보, 지역사회 일자리 확보 및 상권 활성화 등 공익을 위한 적법하고 정당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12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오후 10시 40분쯤 검찰청사를 나왔다. 이 대표는 취재진들에게 "(검찰에) 충실하게 설명했고 어차피 답은 정해져서 기소할 것이 명백하고 조사 과정에서도 그런 점들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라며 "제시된 여러 자료를 봐도 제가 납득할만한 것들은 없었다"고 답했다.
검찰, 구속영장 청구는 신중히 검토
검찰이 수사의 마지막 단계인 이 대표 조사까지 마치면서, 최대 관심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쏠려 있다. 다만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서울중앙지검)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대북송금 의혹(수원지검) 등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다른 사건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보내는 강수를 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1야당 대표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제3자 뇌물액수가 160억 원이 넘을 만큼 많고, 대장동 등 다른 수사보다 혐의 입증이 용이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가 불러올 정치적 후폭풍과 지난달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을 감안해 섣불리 국회 문을 두드리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불러 조사한 순간 퇴로를 막아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회 상황보다는 원칙대로 사건 처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12시간 만에 검찰 조사 종료... "법정에서 진실 가려질 것"
- 중학생이 모텔서 동급생 옷 벗기고 생중계… 30여 명이 지켜봤다
- 이경규 "딸이 이혼남과 결혼? 개의치 않아" ('호적메이트')
- '눈에는 눈'으로 보복한 중국... 한국·일본 찍어 비자 발급 중단
- 최정원, 불륜설에 강경 대응 예고 "불미스러운 일 없었다"
- 이제 30대 신부가 대세… 18배 격차 좁히고 20대 추월
- "더 살 테니 1억 돌려줘요"... '갑'이 된 세입자 '감액 갱신' 봇물
- "외출 땐 물 안 마셔요" 있어도 못 쓰는 장애인 화장실
- 어린 시절 학폭 연루됐던 태국 유명배우, '더 글로리' 드라마 열풍에 사과
- "운전자 꺼내자마자 폭발" 테슬라 화재 급박했던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