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으면 정리 좀…” 청소업체로 ‘마지막 SOS’ 보내는 사람들
특수청소 업체 13곳 중 7곳이 연락 받은 경험
“구조 요청 같았다”

특수청소 업체 ‘바이오클린업’ 대표 정용준(46)씨는 작년 11월 자신의 휴대전화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통상 특수청소 업체는 일상적인 입주·거주 청소가 아닌, 사람이 숨진 현장이나 화재 현장 등을 청소하는 회사를 가리킨다. 정씨에게 전화를 건 남성은 목소리 등으로 봐서 60대쯤으로 느껴졌다. 그는 정씨에게 “혹시 제가 죽고 나면 와서 청소를 해줄 수 있나요?”라고 했다고 한다. 정씨는 처음에는 이를 장난 전화라 생각했지만, 전화 속 남성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더 이상 가족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계속했다고 한다. 정씨는 “알겠다. 청소 꼭 해드리겠다”고 하고 경찰에 이런 전화를 받았다고 신고했다.
그다음 날 낯선 번호로 또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전날 통화했던 남성의 여동생이었다. 그는 “우리 오빠가 몸이 안 좋아 순간 나쁜 마음을 먹은 것 같다”면서 “오빠가 죽을 뻔했는데 막아줘서 고맙다”고 했다고 한다. 정씨는 “자세한 건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아마 경찰이 찾아가 이분의 상태를 살펴서 위급한 순간을 넘긴 것 같았다”며 “특수청소 일을 4년 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최근 특수청소 업체 사무실이나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 “내 신변을 정리해달라”고 부탁하거나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선 고립된 채 홀로 살아가거나 우울증 등으로 건강이 나쁜 사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 등이 마지막으로 구조요청이나 하소연을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본지가 최근 특수청소 업체 13곳에 문의해봤더니 이 중 7곳이 최근 이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26년째 특수청소 일을 하고 있는 ‘바이오해저드’ 대표 김새별(48)씨는 작년에만 3~4차례 이런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주로 문자를 통해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죽고 나면 청소를 해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온다고 했다. 또 다른 특수청소 업체 ‘청소오빠’ 대표 최영진(41)씨도 작년 9월 한 여성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잊지 못한다. 50대쯤으로 추정되는 그는 혼자 살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외로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자식도 있는데 사실상 왕래가 없다”는 사연도 털어놨다. 최씨는 “청소를 하며 목격한 극단적 선택을 한 분들의 마지막 모습을 설명해 드리며 ‘절대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면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도 드렸다”고 했다. 특수청소 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전화가 이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의지할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사람들이 자기가 죽은 뒤 자신의 흔적을 정리해줄 사람들을 직접 찾는 것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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