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행동도 전염된다 [광화문]
8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는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 대법원, 대통령실에 난입해 물건을 뒤집어엎고 창문을 깨는 등 난동을 부렸다. 몇 개월 이어진 대선 불복 시위의 결정판이다. 이들은 주요 정부 시설을 3시간가량 점거했다. 체포된 사람만 1500명. 꼭 2년 전 미국에서 있었던 상상 밖의 사건과 닮았다.
2020년 미국 대선과 2022년 브라질 대선 결과 후보 1, 2위 득표율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양국 시위대는 투표 결과에 조작된 부분이 있다고 믿는다. 언론의 보도 내용은 가짜라고 생각하고 SNS 등에서 원하는 음모론을 보고 듣는다. 폭력으로라도 정권을 가져가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것이라는 믿음도 가진 듯하다. 선거에서 진 전직 대통령들 역시 선거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고 속 시원히 승복하지 않았다. 난동을 부추긴 셈이다.
하지만 두 나라에서 펼쳐진 모습을 비슷하다고만 표현하는 건 부족하다.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자타공인 세계의 중심 국가 역할을 하는 미국이 남겼던 "저런 것도 돼?" 할 만한 나쁜 선례가 분명히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측과 '남미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측은 이미 연결된 사이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0일 브라질 대선 이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국회의원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가 미국 플로리다의 트럼프 전 대통령 리조트에서 트럼프와 만났다. '트럼프의 책사'로 통하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제이슨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과 논의도 했다.
아들 보우소나루 의원은 배넌이 만든 포퓰리스트 민족주의 연합 조직인 '더 무브먼트'(The Movement)의 남미 지부 대표에 2019년 올랐다. 2021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이 브라질 정치행사에 참가해 사실상 보우소나루를 지지했다. 브라질 불복 시위대는 자국에서 쓰는 포르투갈어 아닌 영어로 '#브라질의봄'(#BrazilianSpring)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었다.
극단적인 생각을 머릿속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내보이는 일은 확산 추세다.
한달 전인 지난달 7일 독일은 수사기관 3000명을 동원해 25명의 쿠데타 세력을 붙잡았다. 이들 중엔 귀족 출신 하인리히 13세가 있었고, 전직 국회의원인 현직 판사도 포함돼 충격을 줬다. 이들은 무기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라이히스뷔거'(제국의 시민) 회원으로 나라를 새로 세우려 했다. 어둠의 세력이 국가를 실제 지배하고 있다는 미국 '큐아논'(QAnon) 극우 음모론이 독일에도 영향력을 떨친다. 독일 정부는 이제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 한다.
네덜란드의 국제반테러리즘센터(ICCT)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독일 내 폭력적 극단주의, 음모론에 의한 폭력 등이 늘고 있다면서, 서방 세계에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극단주의가 생겨나고 있다고 짚었다. 영국 반극단주의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 연구원인 제이콥 데이비는 "코로나19 이후 극단주의자 활동과 음모론이 상당히 늘었다"고 BBC에서 말했다.
위험한 생각이 머리 밖으로 나와 잇따라 위법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분명한 '경고' 신호가 필요하다.
유고브의 최근(12월31~1월3일)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2년 전 "대선 결과 인증을 저지하기 위한" 의회 폭동 행위에 대해 64%가 반대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2년 전 81%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작년 말 미국 하원 특위가 '내란 선동' 등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무뎌지는 여론을 감안하면 양당이 공통으로 당시 사건에 대한 빠른 진상 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
발발 1년 가까워진 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화 되며 다소 관심에서 멀어지는 중이다. 만약 러시아에 이득 되는 결론이 난다면 다른 조직의 나쁜 행동을 부추길지 모른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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