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탄 정당’ 된 민주당 처지 그대로 보여준 李 대표 출두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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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달 28일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다가 13일 만에 나간 것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 40여 명이 동행했다. 이 대표 지지자 400여 명이 모이고 대형 스피커 차량까지 등장해 커다란 정치 행사를 방불케 했다. 반대편에는 보수단체 회원 300여 명이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면서 부상자가 발생해 119까지 출동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검찰청사에 들어가기 전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10여 분간 읽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현직 야당 대표 소환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불법 혐의를 받는 사람이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의 대표가 된 것도 처음이다. 대표가 개인 비리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는데 국회의원 40여 명이 따라간 것도 처음일 것이다. 그중엔 검찰을 소관 기관으로 하는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도 여럿 있었다. ‘방탄 출두’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의원들 입장에선 총선 공천권을 쥔 당 대표의 검찰 출두를 모른 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대표가 먼저 의원들의 동행을 거절했어야 한다.
밖에서 연설을 한 이 대표는 막상 검찰 조사에서는 미리 준비해온 진술서를 제출하고 일부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수사받겠다”고 수차례 얘기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민주당 전체를 방탄 정당으로 만들 이유도 없고, 묵비권을 행사할 이유도 없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4~2018년 관내 6개 기업으로부터 부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자신이 구단주인 성남FC에 총 182억원의 불법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들이 최순실씨가 만든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후원한 것이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도 같은 법리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불법 후원금이 아니라 성남FC가 해당 기업들과 적법한 광고 계약을 하고 받은 광고비라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 조사도 앞두고 있다. 최측근들이 이미 뇌물, 불법정치자금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최측근들이 연이어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만으로도 이 대표는 큰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한번도 사과한 일이 없다. 이 대표가 받는 혐의 중 민주당과 관련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민주당은 그런 일이 있는지도 제대로 몰랐던 사건들이다. 개인 불법 문제로 민주당 전체를 방탄 정당으로 만드는 것은 대선 후보를 지냈던 사람으로서 온당한 처신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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