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건설 자금난에… 농구·컬링계는 ‘빨간불’
컬링세계선수권 후원도 불투명
김용빈, 컬링연맹 회장직 내려놔
프로농구 고양 캐롯은 10일 기준 16승 15패로 중상위권 다툼에 한창이다. 시즌 전 예상을 뛰어넘는 호성적인데도 농구계 안팎에서는 캐롯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모기업의 자금난 때문이다.
캐롯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운영을 포기한 고양 오리온을 인수하며 창단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법인 데이원스포츠가 구단을 운영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해부터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최근엔 임직원의 임금이 밀리고, 하도급 대금을 지연 지급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노조 측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캐롯도 창단 첫 단계부터 삐걱댔다. 한국농구연맹(KBL)에 제출한 자금 조달 계획이 부실해 승인이 보류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즌 시작 직전인 지난해 10월엔 KBL 가입비 1차 납부 기한을 지키지 못했고, 중도 하차시킬 수 있다는 이사회의 최후통첩을 받은 뒤에야 부랴부랴 돈을 냈다. 최근엔 이번 달 선수단 급여가 밀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구단 인수 대금도 이전 모기업인 오리온에 아직 완납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사연 때문인지 캐롯 선수들은 지난 9일 3연승을 거뒀음에도 웃지 못했다. 구단 측은 선수들을 다독이느라 바쁘다. 김승기 캐롯 감독은 “선수들은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구단은 다 준비돼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허재 캐롯 대표도 “걱정하지 말라. 너무 잘하고 있다.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고 선수단에 전했다고 한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건 캐롯뿐이 아니다.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은 2021년부터 맡고 있던 대한컬링연맹 회장직을 지난 3일 내려놨다. 대한체육회 이사직에서도 함께 사퇴했다.
이에 컬링계는 오는 4월 강릉에서 개최되는 2023 믹스더블(혼성 2인조)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한 걱정이 크다. 김용빈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유치한 것인데, 대회 직전 수장을 잃는 악재를 맞았다. 컬링계 관계자는 “연맹 회장 측의 후원금 없이는 대회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9월에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컬링연맹 총회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민폐’를 끼친 건 농구와 컬링뿐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를 개최하려다 대회 운영비를 완납하지 못해 개막 하루 전에 전격 취소시키기도 했다. 같은 시기 프로축구 K리그2(2부) 팀 창단을 위해 고양시에 신청서를 냈지만, ‘자금 조달에 대한 신뢰 부족’이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김용빈 회장은 “회사가 정상화할 때까지 모든 대한체육회 활동과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