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서, 불황이니까, 아닌 불황에도 불구하고[광화문에서/김창덕]
김창덕 산업1부 차장 2023. 1.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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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보와 인터뷰한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가 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다.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초 중장거리 항공기 'A330-300'을 도입했다.
하지만 정 대표의 말을 간단히 해석하면 가장 필요한 물건을 가장 쌀 때 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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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보와 인터뷰한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가 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다. 그가 전한 핵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되면서 리스료가 매우 저렴해졌는데 그때가 도입 적기라고 봤다”는 말에 있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초 중장거리 항공기 ‘A330-300’을 도입했다. LCC가 대규모 자금을 들여 대형 항공기를 들여온 것 자체도 과감한 결정이지만, 글로벌 팬데믹으로 여행 산업 자체가 완전히 망가져 있던 시기였기에 더 주목받았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 대표의 말을 간단히 해석하면 가장 필요한 물건을 가장 쌀 때 산 셈이다. 위기를 버텨낼 체력이 전제돼야겠지만 이보다 좋은 전략이 어디 있겠는가.
우연인지, A330-300을 만든 에어버스 역시 경기 침체 시절의 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본 기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항공사들의 실적 추락 속에 에어버스 같은 항공기 제조사들도 역성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위기대응 전략 맨 윗줄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플랜이 자리했다. 그러나 에어버스는 우주, 방위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병행했다. ‘A320 NEO’라는 유류 효율이 높은 신규 모델도 개발했다. 현재 에어버스의 먹거리는 이때 만들어진 것이란 평가가 많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경기 침체의 충격이 예상보다 더 크다. 대한민국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70% 가까이 빠졌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90% 넘게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아예 10년 만의 분기 적자가 예상된다. 올 1분기(1∼3월)엔 실적이 더 가라앉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이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어질지, 또 얼마나 지속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김도균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테나를 걷어선 안 된다”고 했다. 불황기에는 비교적 건실한 기업들도 일시적 유동성 문제에 빠져 매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란다. 김 파트너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이미 좋은 기업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중”이라며 “당장 대규모 자금 확보가 부담된다면 타깃 기업의 일부 지분만이라도 사는 ‘마이너리티 투자’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실제 경기 침체 시의 기업 인수합병(M&A)이 2∼4배 수익으로 되돌아왔다는 자체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김 파트너는 지금 같은 시기엔 기존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스케일 딜(Scale deal)’보다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을 살피는 ‘스코프 딜(Scope deal)’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불황이라서 투자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 ‘불황이니까 생존이 우선 과제다’는 명제만이 반드시 정답일 순 없다. 미래를 준비하려면 ‘불황에도 불구하고’가 더 자주 언급될 필요가 있다. 첨단 산업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 사업 구조 재편이 절실한 기업들에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에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초 중장거리 항공기 ‘A330-300’을 도입했다. LCC가 대규모 자금을 들여 대형 항공기를 들여온 것 자체도 과감한 결정이지만, 글로벌 팬데믹으로 여행 산업 자체가 완전히 망가져 있던 시기였기에 더 주목받았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 대표의 말을 간단히 해석하면 가장 필요한 물건을 가장 쌀 때 산 셈이다. 위기를 버텨낼 체력이 전제돼야겠지만 이보다 좋은 전략이 어디 있겠는가.
우연인지, A330-300을 만든 에어버스 역시 경기 침체 시절의 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본 기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항공사들의 실적 추락 속에 에어버스 같은 항공기 제조사들도 역성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위기대응 전략 맨 윗줄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플랜이 자리했다. 그러나 에어버스는 우주, 방위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병행했다. ‘A320 NEO’라는 유류 효율이 높은 신규 모델도 개발했다. 현재 에어버스의 먹거리는 이때 만들어진 것이란 평가가 많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경기 침체의 충격이 예상보다 더 크다. 대한민국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70% 가까이 빠졌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90% 넘게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아예 10년 만의 분기 적자가 예상된다. 올 1분기(1∼3월)엔 실적이 더 가라앉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이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어질지, 또 얼마나 지속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김도균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테나를 걷어선 안 된다”고 했다. 불황기에는 비교적 건실한 기업들도 일시적 유동성 문제에 빠져 매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란다. 김 파트너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이미 좋은 기업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중”이라며 “당장 대규모 자금 확보가 부담된다면 타깃 기업의 일부 지분만이라도 사는 ‘마이너리티 투자’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실제 경기 침체 시의 기업 인수합병(M&A)이 2∼4배 수익으로 되돌아왔다는 자체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김 파트너는 지금 같은 시기엔 기존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스케일 딜(Scale deal)’보다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을 살피는 ‘스코프 딜(Scope deal)’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불황이라서 투자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 ‘불황이니까 생존이 우선 과제다’는 명제만이 반드시 정답일 순 없다. 미래를 준비하려면 ‘불황에도 불구하고’가 더 자주 언급될 필요가 있다. 첨단 산업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 사업 구조 재편이 절실한 기업들에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에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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