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코리안 드림’ 무대된 KLPGA… 외국인 선수들 잇단 어프로치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2023. 1. 11. 0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중심 선수들 도전 러시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지난해 2월 장벽 하나를 허물었다. 한국 국적자만 참가할 수 있었던 준회원 선발전과 점프 투어(3부) 시드전을 외국인 선수에게 개방했다. KLPGA투어의 문을 두드리는 외국인 선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최근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20년 넘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산실인 KLPGA투어 경쟁력도 높아지면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아메리칸 드림’에 도전했던 한국이 이제 누군가의 꿈의 무대가 되기 시작했다.》
●KLPGA투어 진출 시도 4년 만에 11배 늘어

외국인 선수들의 진출 시도가 늘면서 KLPGA투어는 2015년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IQT)’를 도입했다. 이 대회 성적을 토대로 투어 시드 순위전 등의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

매년 한 차례 열리는 IQT의 참가자는 2015년 3개국 6명에서 2019년 10개국 66명으로 4년 만에 11배로 늘었다. KLPGA투어는 더 많은 선수를 초청하고, 아시아 골프 허브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2017년부터 IQT를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열고 있다. 2019년 IQT 우승자인 태국의 깐얄락 쁘리다숫띠짓(25)은 “한국 선수들은 내가 본 적 없는 골프 기술을 구사한다.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2020, 2021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IQT가 열리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는 7개국 46명이 출사표를 냈다. 참가자 국적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리슈잉(중국)
지난해부터 외국인 선수에게 준회원 선발전, 점프투어 시드전도 개방하면서 KLPGA투어 도전 경로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4명의 외국인 선수가 바뀐 규정을 통해 KLPGA투어의 문을 두드렸다. 정규투어 입성을 눈앞에 둔 선수도 나왔다. 중국의 리슈잉(20)은 지난해 점프투어, 드림투어(2부)를 거쳐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17위를 하면서 올해 정규투어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리슈잉은 “IQT도 좋은 기회이지만 점프, 드림투어를 거치며 KLPGA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새 시즌 정규투어 1승과 신인상이 목표”라고 말했다.

●KLPGA투어 상금 많고, 선수 수준 높아 인기

왼쪽부터 창치옌(대만), 차야닛 왕마하뽄(태국)
외국인 선수들이 KLPGA투어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상금 규모와 선수들의 높은 수준 때문이다.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IQT에 출전한 태국의 차야닛 왕마하뽄(26)과 작년에 처음 IQT에 도전한 대만의 창치옌(21)도 마찬가지다. 왕마하뽄은 “KLPGA투어 대회의 상금 규모는 LPGA투어의 일반 대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항공료, 숙박비 등은 훨씬 적게 든다. 태국에서 멀지 않아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KLPGA투어의 지난해 총상금은 약 300억 원이다. 역대 처음으로 300억 원 고지를 넘었다. 대회 평균 총상금은 약 9억 원으로 LPGA투어(약 37억 원)와 차이가 크다. 하지만 LPGA투어는 상금 규모가 큰 메이저대회와 시즌 최종전 상금이 포함됐다. LPGA투어의 일반 대회 상금은 150만∼200만 달러(약 19억∼25억 원) 수준이다. 숙박비, 이동 경비 등을 고려했을 때 계산기를 두드려볼 법하다. 왕마하뽄은 “KLPGA투어 대회는 미국처럼 국내선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고, 외국인을 위한 환경도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KLPGA투어에서 뛰는 수준 높은 한국 선수들도 외국인 선수들을 끌어당기는 요소다. KLPGA투어 대회에 걸린 세계 랭킹 포인트는 LPGA투어보단 낮지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유럽여자프로골프(LET)투어와 비슷하다. LPGA투어 우승자에게 대개 30∼100점의 포인트를 주는데 KLPGA투어 우승자는 10∼30점의 포인트를 얻는다. 중국, 대만 투어 우승자는 한 자릿수 포인트에 그친다. K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박민지(25)는 지난해 LPGA투어 선수들을 제치고 세계 랭킹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창치옌은 “한국에는 골프를 잘 치는 선수가 많다. 필드 위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는 한국 선수들을 보면 도전 의식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창치옌은 현재 KLPGA투어 진출에 대비해 한국어도 공부하고 있다.

후원사가 많다는 점도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된다. 과거 대기업 중심이던 선수 후원이 금융업, 건설업 등에 이어 최근 중소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골프단은 한국 선수 외에도 패티 타와타나낏(24), 아타야 티띠꾼(20), 짜라비 분찬트(24) 등 태국 선수 3명을 후원하고 있다. TV 중계방송 수준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왕마하뽄은 “중계방송의 샷 추적 기술이 인상 깊었다. 샷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선수 입장에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체계적인 드림, 점프투어 운영 시스템과 열광적인 갤러리들의 응원 문화도 인기 요소 중 하나로 꼽혔다.

●한국으로 골프 유학 오는 외국인 선수들

LPGA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배출한 한국 골프 코치들에게 교육받기 위해 한국으로 ‘골프 유학’을 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LPGA투어 고진영(28),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김주형(23) 등을 지도한 이시우 빅피쉬 골프아카데미 원장(42)은 “20명 정도의 선수를 가르친다면 이 중 2, 3명은 외국인 선수다”라며 “방학을 맞아 일주일 정도 집중 레슨을 받거나 자국 투어를 뛰다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LPGA투어에서 뛰는 전인지(29)의 스승인 박원 모델골프 아카데미 원장(58)은 “유학을 오는 선수 대부분이 동남아시아 출신이지만 프랑스, 일본 선수들이 올 때도 있다. 전지훈련지에서 만나 교육을 하기도 하고, 영상을 주고받으면서 소통하기도 한다”고 했다.

글로벌 투어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KLPGA투어는 해외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KLPGA투어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골프협회(SGA)와 공동 주관해 싱가포르에서 제1회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을 개최했다. 이 대회는 KLPGA투어의 2023시즌 개막전이자 SGA의 내셔널타이틀 대회로 열렸다. 한국 주도로 일본, 중국,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 협력해 구성한 아시아골프리더스포럼(AGLF)은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첫 여자골프 국가대항전인 시몬느 아시아 퍼시픽컵을 출범하기도 했다. 한국, 미국, 일본, 태국 등 16개국 44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windup@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