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추가연장근로 일몰 대책 세워야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2023. 1. 11.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력난·경기불안 시달린 중기·소상공인에 큰 도움
여야 합의로 제도 영구화, 근본적 문제해결 해주길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지역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고질적인 인력난에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데, 지킬 수도 없는 주 52시간제 때문에 이제 범법자가 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부산에서 제조공장을 운영 중인 한 중소기업 대표의 절박한 하소연이다. 30인 미만 사업장 직원이 주당 8시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이 지난달 28일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날로 심해지고 있는데, 이 제도마저 폐지되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더 버티기가 어려워졌다. 주52시간제에선 주40시간 기본근로에 최대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한데, 30인 미만 사업장은 8시간을 더 일할 수 있었다. 근로기준법에 일몰제로 도입된 이 제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빠듯한 인력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 제도가 지난해 말로 종료되면서 올해 예상되는 부작용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연장근로수당 감소로 기존 근로자들이 빠져나가 일손이 더 부족해질 것으로 걱정된다. 30인 미만 중소기업 생산현장은 취업을 하려는 내국인 구직자들이 없어 돈을 벌기 위해 타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가 대부분인데, 추가연장근로를 못 하면 급여를 더 주는 사업장으로 이직해 영세기업의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30인 미만 사업장까지 주52시간제를 적용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영세기업은 일감을 따와도 납기를 못 지켜 거래 단절 위험이 커지고, 수주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해진다.

또한 근로자들도 기존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장시간 근로로 내몰리게 생겼다. 지난해 8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조선업체 근로자의 73.3%가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임금이 줄어들었고, 절반 이상은 투잡을 뛰느라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한다. 급여와 복지혜택이 좋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산하 근로자들은 이 제도로 급여에 큰 차이가 없지만, 중소·소상공인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연장수당을 받지 못하면 생계가 힘들어진다. 연장수당이 통상임금의 1.5배인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들은 기존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1.5배의 장시간 근로를 강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도입된 주 52시간제이나, 아이러니하게도 근로자들은 전보다 더 일하면서 소득은 도리어 낮아지게 되었다.

이렇듯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존속은 중소기업과 소속 근로자들의 생존이 달린 민생문제로, 그동안 중소기업계는 일몰 연장을 강력히 촉구해 왔으나, 국회가 외면했다. 이 제도가 적용되었던 30인 미만 사업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포함해 전국에 63만 곳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대안조차 없어 법에 저촉되더라도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납품을 맞춰 공장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연장근무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연장근무를 하는 모든 영세업체 사업자들은 범법자가 된다. 그렇더라도 대안 없는 사업장은 어쩔 수 없이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이는 근로자에게 이롭지 않고, 대표자에게도 이롭지 않으며, 국가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처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29인 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52시간 초과 기업 열 곳 중 아홉 곳 이상(91.0%)은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75.5%는 일몰 도래 시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예상되는 문제점으로 영업 이익 감소(66.0%), 기존 근로자 이탈에 따른 인력난 심화(64.2%), 납기일 미준수로 거래 단절 및 손해배상(47.2%) 등을 꼽은 데서 이들의 근심을 읽을 수 있다.

정부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52시간제 시행에 대해 1년 간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임시 조치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근로자의 진정이나 고소·고발이 있을 때, 처벌받을 수 있는 위험은 여전해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상시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추가 채용 인건비를 지원하고, 특별연장근로제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인가 기간을 확대하고, 사후인가 절차를 완화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야 합의를 통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제를 폐지, 항구화하고 근본적인 주52시간제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와 정부는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가 권고한 대로,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한 ‘월 단위 이상의 연장근로’ 법제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자 뿌리가 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조치해 주길 바란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