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96] 어느 첼리스트의 진실과 거짓
사람들이 빵을 사려고 줄 서 있다가 죽은 그 거리에서, 첼리스트가 매일 연주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보았다고 했다. 첼리스트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들었을 때, 케난은 좀 어이없고 감상적인 짓이라고 생각했다. 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그렇다고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수도 없을 테고, 누구 하나 배부르게 먹여주지도 못할 테고, 벽돌 한 장 끼울 수도 없을 터였다. - 스티븐 갤러웨이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중에서
청담동 술자리 소문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첼리스트는 지난 해 7월 새벽, 현직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벌인 술자리에 함께 있었다고 남자 친구에게 전화했다. 큰 이슈라고 생각한 남자는 그녀의 동의 없이 녹음한 통화 내용을 유튜브 방송에 제보했고,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국정감사에서 의혹을 터뜨렸다.
1992년, 보스니아 내전으로 연주할 기회를 잃어버린 첼리스트는 아파트 창가에서 거리를 바라보다가 포탄이 떨어지는 순간을 목격한다. 빵을 사려고 줄을 서 있던 굶주린 사람들 22명이 죽었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충격을 가누지 못하던 그는 다음날부터 포탄이 터진 거리에 나가 하루에 한 명씩, 22일간 그들을 애도하며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연주한다.
소설은 사라예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였던 베드란 스마일로비치의 실제 이야기에서 착안되었다. 언제 어디에서 죽음이 달려들지 모르는데 첼로 연주라니. 하지만 ‘아다지오’는 첼리스트 자신은 물론 전쟁에 지친 사람들 마음에 희망의 길을 연다. 그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저격수조차 방아쇠 당기는 걸 잊고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전쟁으로 상처 입은 인간의 영혼을 위로했다. 다른 남자와 있었다는 걸 감추려던 거짓말로 일파만파 혼란을 불러온 청담동의 첼리스트는 어떤 연주자로 기억될까.
위정자가 국정을 밀어두고 술집에서 흥청거린 게 사실이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당연하듯이, 거짓을 제보하고 거짓을 보도하고 더구나 거짓을 사실처럼 국회에서 폭로했다면 그 책임 또한 무겁게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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