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기울어진 운동장 위 탈북민들의 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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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A씨가 숨진 지 1년 만에 발견됐다.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 3만5000명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탈북민들에게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지난해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탈북민 정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민 상당수는 일용직이거나,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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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례|268쪽|은행나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A씨가 숨진 지 1년 만에 발견됐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채 방치된 죽음, ‘고독사’(孤獨死)였다.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 3만5000명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탈북민들에게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지난해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탈북민 정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민 상당수는 일용직이거나,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았다. 탈북민의 실업률은 9.4%로 한국인 평균(3.1%)보다 3배 이상 높았고, 공장 일용직부터 청소·도배·이사업, 골프장 캐디, 식당 종업원 등 단순 노무(28.66%)·서비스 종사자(16.0%)가 44.66%에 달할 정도로 고용의 질 역시 좋지 않았다.
책은 탈북민을 주인공으로 한 6편의 중·단편을 묶은 연작소설집이다. 중심에서 벗어나 경계를 배회하는 존재들에 주목해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탈북민에 집중한다. 북한을 떠나 세계 각 나라로 흩어져 뿌리내린 탈북민들이 탈북 과정에서 맺는 관계의 모든 양상을 세밀하게 묘사해 기록으로 남긴다. 작가는 섣불리 연민과 동정을 보내거나 민족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인물들의 관계 맺음을 통해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탐사해나갈 뿐이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가리켜 “없던 길을 만들며 먼먼 도정에 나선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보는 작업이었다고 고백한다. “직접 알고 있거나, 건너 들었거나, 인터넷 선을 타고 흘러나온 이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내내 고심했다. 무겁지 않게, 가볍지 않게” 쓰려고 했다는 작가의 말은 ‘예기치 않은 손님을 맞았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는다. 탈북민의 삶을 집요하게 좇아 닿은 곳이, 바로 여기 ‘우리의 곁’이란 작품의 메시지는 그 애씀의 결실인 것이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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