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EU, 중·러 맞서 결속 다짐…美주축 집단방위 의존 심화
중·러 콕 집어 경계…'서방 vs 반서방' 구도 더 뚜렷해져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이 중·러에 맞서 협력을 심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서방과 반(反)서방 간 진영 구도가 더 뚜렷해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 주축의 나토 집단방위체제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심화해 미·중 패권 경쟁 속 '전략적 자율성'을 기치로 내건 EU의 목표는 후퇴할 전망이다.
나토와 EU는 10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유럽과 대서양 안보가 '최대 위협'에 직면했다며 협력 관계를 격상하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2016년, 2018년에 이어 올해까지 세 차례 발표된 공동선언문 중 처음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콕 집어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장 시급한 건 러시아의 위협과 도전이지만,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중국이 자국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시도를 점차 늘리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당면한 위기라면, 중국은 '새롭게 부상하는 위협'이라는 것이다.
이는 나토, 특히 미국이 러시아 및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일맥상통한다.
나토는 작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2022 전략개념'에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명시하는 등 인도·태평양 현안에서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위기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핵심 분야 의존도를 낮추려는 EU로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의도와 무관하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방이 '안보 스크럼'을 더 단단하게 짜게 만든 셈이다.
5년 만에 나온 공동선언문은 '전쟁이 돌아왔다'는 유럽의 안보 불안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양측은 "나토는 동맹을 위한 집단방위의 토대이자 유럽-대서양 안보에 필수"라며 "나토와 EU는 국제 평화 및 안보를 지원하는 데 있어 상호 보완적이며 일관적이고 강화된 역할을 한다"고 명시했다.
경제동맹 성격이 짙은 EU가 사실상 자체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호 보완'이라는 말은 결국 부족한 EU의 방위력을 나토의 집단방위체제로 메워야 한다는 의미다.
EU 각국은 빈 무기고를 채우고 방위비 예산을 증대하고 있는데, 이 역시 EU 차원의 군사력이라기보다는 기존 나토의 집단방위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미국의 유럽에 대한 영향력 확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EU가 그간 추구해온 '전략적 자율성'과도 거리가 있다.
EU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자 그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다각화하는 정책을 추구하면서 중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1960년대 미국의 과도한 영향력을 비판하며 나토를 탈퇴했다가 2000년대 들어서야 재가입한 프랑스 등 일부 EU 회원국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EU 회원국에 대한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와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시아 행보 등으로 EU 내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힘을 받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구도가 격변하면서 유럽으로선 나토 집단방위체제를 더 공고히 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회견에서도 EU의 '전략적 자율성'은 사실상 사장된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나토의 전략개념은 EU의 전략적 나침반 정책을 보완하고 지원하며, (상호) 일관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략적 자율성은 (누군가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같은 파트너와 협력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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