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윤심’보다 민심 아닌가
명분도, 실익도 없는 ‘윤심’ 논란
더불어민주당 내에 별다른 반향을 남기진 못했지만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교토삼굴’(狡兎三窟) 발언은 신년 정가 화두로 삼을 만하다. 만일에 대비해 굴 세 개를 파놓는 토끼처럼 위기 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계묘년을 맞아 토끼 지혜에 빗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한 고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어제 검찰에 출두한 이 대표는 당당했다. 그를 병풍처럼 에워싼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 면면, ‘개딸’들 응원전을 보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달라질 여지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적기 때문에 ‘확실한 우리 편’에 대한 대통령의 욕망이 도드라진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7월 핵심 측근인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에 보낸 대통령 문자 메시지는 거칠지만 솔직하다. 명실상부한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과 손잡고, 권성동 의원이 중도하차한 데는 이런 대통령 속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김 의원은 최근 당내 행사에서 “윤 대통령과 눈빛만 봐도 통하는 당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과 당의 동기화’를 강조했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집권 2년 차 윤석열정부가 성과를 내려면 용산과 코드가 맞고 자기 정치를 하지 않는 당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목표는 내년 총선 승리다. 국회 권력이 없는 절반의 정권 교체로는 성공한 정부도, 정권 재창출도 요원하다는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을 둘러싼 작금의 논란에는 “자기 정치가 앞서는 사람과 함께 갈 수 없다”는 용산의 경고가 담겨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놓은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에 성공할지 회의적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당·청 한 몸 전략은 되풀이됐다. 대표적 사례가 문재인정부다. 집권 2년 차인 2018년 전대에서 뽑힌 이해찬 대표 일성은 “당과 문재인정부는 공동운명체”였다. 그 이후 조국 사태,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 등으로 민심이 요동쳤어도 당은 ‘원보이스’였다. 조금이라도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가 나올라치면 수뇌부 압박과 ‘문파’ 항의가 쏟아졌다.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확보하고도 이 대표가 공언한 20년 연속 집권은커녕 5년 만에 정권을 내놓은 건 한 몸 전략의 실패다. 주요 패인인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논란에 당이 굳게 입 닫은 결과다.
이재명 지키기에 올인하는 민주당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여권 인사들이 윤심 논란에는 왜 그렇게 무감한지 모르겠다. 윤심에 밝은 당권 주자를 줄세운다고 당이 용산과 한 몸처럼 움직일 수는 없다. 국정 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민심을 관리하고 대야 협상을 통해 입법 실적을 만들어내는 게 집권 2년 차 여당 대표 몫이기 때문이다. 국민 가슴을 철렁케 하는 고물가, 자산 시장 침체 같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내년 총선 전망은 밝지 않다.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이태원 압사 참사 사태를 끌고 가려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윤심이 아니라 민심에 민감한 여당 대표가 필요한 때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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