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행복한 하나 빼기

2023. 1. 1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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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으레 연례행사처럼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려고 한다.

탁구를 배워 볼까, 영어회화는, 자격증 하나 따야지 등등 의욕 충만해서 각오를 다진다.

계묘년에는 무엇을 시작하는 더하기가 아니라 나쁜 습관, 잘못된 생각 하나는 확실하게 없애는 빼기를 계획하는 건 어떨지.

하루 종일 집안일로 동동걸음을 치는 주부 A, 늘 바쁜 업무에 100m 단거리 선수처럼 진을 빼야 하는 직장인 B는 식구들이 다 잠든 밤 비로소 편안한 자유를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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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으레 연례행사처럼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려고 한다. 탁구를 배워 볼까, 영어회화는, 자격증 하나 따야지 등등 의욕 충만해서 각오를 다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느슨해지고 시들해져서 결국 포기하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계묘년에는 무엇을 시작하는 더하기가 아니라 나쁜 습관, 잘못된 생각 하나는 확실하게 없애는 빼기를 계획하는 건 어떨지.

하루 종일 집안일로 동동걸음을 치는 주부 A, 늘 바쁜 업무에 100m 단거리 선수처럼 진을 빼야 하는 직장인 B는 식구들이 다 잠든 밤 비로소 편안한 자유를 맛본다. 그때부터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세계에 빠져든다. 잠자기 전 컴퓨터나 휴대폰을 보는 건 불면증의 원인이 되고 눈이 침침해지는 등 건강을 해친다. 달콤한 자유시간의 만끽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그 시간을 A와 B는 새해부터 빼기로 했다. 숙면을 못하니까 늘 피곤하고 짜증이 잘 났다. 그러다 결국 병이 된다. 큰 병의 시작은 피로의 누적이다.

친구 C는 주로 누워서 TV를 보며 하루의 시간을 넘긴다. 주위에서 건강 해친다고 할 때마다 준비한 방패로 막아낸다. 바로 주민 센터에서 운영하는 헬스클럽 등록증이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두 시간 동안 러닝머신, 자전거 타기, 스트레칭을 하며 그걸로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 어느 날 손님이 온다고 해서 밀린 설거지며 집안 청소를 하느라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더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문득 어느 TV 프로에서 ‘움직여야 산다’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새해부터는 온 종일 누워 TV를 보는 걸 하지 않기로 했다.

친구 D는 남편과의 잦은 부딪힘으로 사는 게 조금도 즐겁지 않다. 남편은 매사에 무심하고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너무 답답하다. 새해부터 ‘왜?’라고 답답한 마음에 따져 묻는 말을 빼고 ‘그럴 수 있지’를 넣기로 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그걸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매번 같은 장소에서 길을 못 찾는 남편의 무심함에 ‘왜?’ 대신 ‘그럴 수 있지’를 해보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는 살면서 ‘이건 꼭 고쳐야겠다’ 결심한 게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쉽게 고칠 수가 없다. 오죽하면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생겼을까? 감사할 줄 모르는 태도, 남을 탓하는 마음, 원하는 하나를 갖는 순간 또 다른 하나를 갖기 위해 까치발을 드는 버릇 등등 내 안에 있는 나쁜 것 하나쯤 나한테서 빼낼 수 있다면 돈보다 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물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몽골제국을 통일한 칭기즈칸은 이렇게 말했다. “적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모두 쓸어버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던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올 한 해 나는 무엇을 내 안에서 빼내야 할까?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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