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행복한 하나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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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으레 연례행사처럼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려고 한다.
탁구를 배워 볼까, 영어회화는, 자격증 하나 따야지 등등 의욕 충만해서 각오를 다진다.
계묘년에는 무엇을 시작하는 더하기가 아니라 나쁜 습관, 잘못된 생각 하나는 확실하게 없애는 빼기를 계획하는 건 어떨지.
하루 종일 집안일로 동동걸음을 치는 주부 A, 늘 바쁜 업무에 100m 단거리 선수처럼 진을 빼야 하는 직장인 B는 식구들이 다 잠든 밤 비로소 편안한 자유를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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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집안일로 동동걸음을 치는 주부 A, 늘 바쁜 업무에 100m 단거리 선수처럼 진을 빼야 하는 직장인 B는 식구들이 다 잠든 밤 비로소 편안한 자유를 맛본다. 그때부터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세계에 빠져든다. 잠자기 전 컴퓨터나 휴대폰을 보는 건 불면증의 원인이 되고 눈이 침침해지는 등 건강을 해친다. 달콤한 자유시간의 만끽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그 시간을 A와 B는 새해부터 빼기로 했다. 숙면을 못하니까 늘 피곤하고 짜증이 잘 났다. 그러다 결국 병이 된다. 큰 병의 시작은 피로의 누적이다.
친구 C는 주로 누워서 TV를 보며 하루의 시간을 넘긴다. 주위에서 건강 해친다고 할 때마다 준비한 방패로 막아낸다. 바로 주민 센터에서 운영하는 헬스클럽 등록증이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두 시간 동안 러닝머신, 자전거 타기, 스트레칭을 하며 그걸로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 어느 날 손님이 온다고 해서 밀린 설거지며 집안 청소를 하느라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더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문득 어느 TV 프로에서 ‘움직여야 산다’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새해부터는 온 종일 누워 TV를 보는 걸 하지 않기로 했다.
친구 D는 남편과의 잦은 부딪힘으로 사는 게 조금도 즐겁지 않다. 남편은 매사에 무심하고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너무 답답하다. 새해부터 ‘왜?’라고 답답한 마음에 따져 묻는 말을 빼고 ‘그럴 수 있지’를 넣기로 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그걸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매번 같은 장소에서 길을 못 찾는 남편의 무심함에 ‘왜?’ 대신 ‘그럴 수 있지’를 해보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는 살면서 ‘이건 꼭 고쳐야겠다’ 결심한 게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쉽게 고칠 수가 없다. 오죽하면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생겼을까? 감사할 줄 모르는 태도, 남을 탓하는 마음, 원하는 하나를 갖는 순간 또 다른 하나를 갖기 위해 까치발을 드는 버릇 등등 내 안에 있는 나쁜 것 하나쯤 나한테서 빼낼 수 있다면 돈보다 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물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몽골제국을 통일한 칭기즈칸은 이렇게 말했다. “적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모두 쓸어버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던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올 한 해 나는 무엇을 내 안에서 빼내야 할까?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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