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PEF가 공개매수제도 신경 안쓰는 이유…합리의 함정
일각에서는 '큰 부담은 없다' 평가도
25% 이하 50%+1주 이상 인수는 제외
"매각 전 기준 맞추는 작업 나설 것"
공격적 기준 설정하면 그때는 큰 일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금리 인상 여파로 얼어붙은 M&A(인수합병) 시장에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새해 화두로 떠올랐다. IMF 외환위기 이후 무려 25년 만의 의무공개매수 제도 부활에 업계에서도 이해득실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가 제도 시행 이후의 전략 마련에 나선 가운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일각에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시행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지분 100% 인수’와 같은 극단적인 방향으로까지는 흐르지 않으면서 충분한 대응이나 전략 설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회사 주식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M&A를 진행할 때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 청약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기준은 지분 50%+1주 이상이며, 인수 과정에서 인정받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같이 누릴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해당 제도는 25~49% 수준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회사를 팔 때 일반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줬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회사 매각 수혜를 최대주주만 누리는 것이 옳지 않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유예기간을 1년 이상 부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20년 넘게 잠겨 있던 공개매수제도 부활 소식에 자본시장에서는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오랜 기간 쓰지 않아 잊고 있던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없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진정한 의미의 인수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수긍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의무공개매수제도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도 있다. 현재 공개된 제도 취지와 가이드라인을 훑어본 결과 ‘리스크가 아주 크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린 곳도 있다.
핵심은 의무로 매수해야 하는 주식 범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 개요를 보면 25% 이하 주식 인수를 통한 M&A는 해당 사항에 들지 않는다. 25% 내외 주식을 보유한 최대주주는 경영권을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지분을 조정하면서 매각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26%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매각 전 24.99%로 지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지분 1~2% 차이로 25% 넘는 주식 매입에 선뜻 나설 원매자는 없기 때문에 25% 언저리에서 최대주주 지분이 형성된 회사의 경우에는 매각에 앞서 리스크를 제거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 개정과 유예기간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상방 기준으로 책정한 ‘50%+1주’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원매자 쪽에서는 해당 조건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만족만 시키면 되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48% 지분 인수를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경우 2%+1주 수준의 일반주주 주식 매입 과정만 거치면 된다. 일반주주 모두가 자기 지분을 사달라고 해도 기준만 지키면 된다. 30~40%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입장에서도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앞서 리스크를 걷어내는 지분 인수·매각 작업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도 시행이라는 부담이 없진 않지만, 구속력이 크다거나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결국 매각 사전 단계에서부터 가이드 라인을 지키는 사전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른바 ‘합리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제도 시행에 따른 시장 침체도 신경 써야 하고, 일반주주 권익도 보호해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말랑말랑한 규정을 정했다는 것이다.
사실 자본시장이 진짜 긴장하는 부분은 이 지점이라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해당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판단해 공격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25% 이상 조항을 20%로 내려 잡는다거나 50%+1주를 70% 내지는 급기야 100%로 시행하는 등 기준을 공격적으로 설정할 경우를 경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5% 기준 규정을 조정할 경우에는 납득할 수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50%+1주 이상인 기준을 70% 내지는 100%로 높이면 상장사 투자에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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