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조사받고 나온 이재명…"답은 정해져, 기소 명백"
기사내용 요약
李 "결국 기소, 법정서 진실 가려질 것"
檢 조사 앞서 낭독한 서면질의서 제출
"답 정해진 수사…진실 설명 의미 없어"
지도부, '야당탄압·정적 제거' 한목소리
'사실상 진술 거부'에 "여론 조장" 반박
진보·보수단체 대치 이어지며 인산인해
비명계는 침묵…향후 李·민주 대응 촉각
[서울·성남=뉴시스]하지현 여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지난 대선 이후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 조사 12시간 만에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어차피 답은 정해져서 기소할 것이 명백하다"며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42분께 경기 성남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에게 "조사과정에서도 (기소가 명백하다는)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며 "오늘 제시되는 여러 자료를 봐도 제가 납득할 만한 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퇴청을 기다리고 있던 당 의원들에 "죄송하다"며 한 명씩 악수를 건넸다. 이 대표의 발언 도중 보수단체 지지자가 '이재명 고개 숙여'라고 외치자,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이재명은 죄가 없다' '김건희를 특검하라'며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가 후원금을 강요했다는 진술이 있는데 직접 지시했나' '정진상 실장과 공모했다는 말이 있다' '검찰의 티타임을 거절한 건 어떤 취지인지' 묻는 취재진 질의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19분께 검찰 조사에 앞서 준비해 온 서면 진술서를 낭독했다. 그는 "검찰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다. 답정(답이 정해진) 기소"라며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혹과 관련 "성남시에 기업 유치해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 구단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해 성남 시민 세금을 아낀 일이 비난 받을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이렇게 검찰이 공권력을 마구 휘두르면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이 기업을 유치하고 적극 행정을 해 시민 삶을 개선하고 도시를 발전시키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당한 일이 사법리스크였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나아가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젠 권력 그 자체가 됐다"며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이날 조사과정에서 사실상 검찰에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 차원에서 "검찰이 여론을 조장한다"며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가 진술 거부를 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도 검찰의 '야당탄압' 수사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이 대표의 결백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50분께 이 대표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뒤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정치기획 보복 수사라고 규정하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가) 당시 시장으로서 광고 영업에 관여한 바도 없으며, 광고로 단 한 푼의 사적 이익을 취한 바도 없다"며 이 대표의 제3자 뇌물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대통령의 아내라고 예외일 순 없다"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최근 김건희 여사 특검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이날 이 대표의 출석에는 박 원내대표와 정청래·박찬대·고민정·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지도부 및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당직자 등 40여명이 넘는 당 인사들이 동행했다.
성남지청 앞에서는 진보·보수단체 간 대립이 10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가 도착한 오전 10시20분께는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 대표 등이 떠밀리듯 청사로 이동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민주시민촛불연대, 이재명 지지자연대 등은 '이재명을 지켜내자' '진짜 대통령 이재명' '김건희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 대표 엄호에 나섰다.
반면 애국순찰팀, 신자유연대 등도 이에 질세라 '이재명은 구속된다, 문재인도 구속된다' '이재명을 당장 구속하라'라고 소리쳤다. 이들 단체 시위와 유튜버, 경찰 등으로 검찰 앞은 하루 종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이날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 이후, 이 대표와 당의 대응을 분리해야 한다는 '분리대응론'도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지난 2016~2018년 사이 네이버·두산건설 등 6개 기업으로부터 부지 용도변경 등을 대가로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가 향후 검찰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오는 11일에는 본인 지역구가 있는 인천을 방문해 지지층 결집 행보를 이어간다. 오는 12일에는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 관련 소회 및 사법리스크 대응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judyha@newsis.com,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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