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시장 ‘조연’들의 ‘주연’ 도전장…이제는 직접 식탁 공략한다

정유미 기자 2023. 1. 1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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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C 파고드는 식자재 기업들
롯데제과의 간편식 브랜드 ‘쉐푸드’가 2층 버스에 일명 ‘버슐랭’ 마케팅의 일환으로 차린 근사한 저녁식사 모습. 롯데제과 제공

‘숨은 조력자’로 단체급식에 주력해오던 식자재 전문기업들이 최근 ‘세상 밖’으로 나와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며 기존 식품 브랜드 업체들에 도전장을 던졌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집밥 수요가 늘어난 데다 식재료 가격과 외식물가 급등으로 집에서 요리하는 간편식이 인기를 끌자 ‘기업 간(B2B) 거래’를 해오던 식자재 업체들이 집밥시장(B2C)을 파고들고 있는 모습이다. 대기업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와 롯데제과는 모기업의 지원 아래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중소업체인 사세와 면사랑은 다년간의 노하우를 발판으로 자사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올반’으로 출사표 낸 신세계푸드
작년 매출 1000억…7년간 10배 ↑
롯데제과는 ‘쉐푸드’ 브랜드 활용
‘버슐랭’ 운영 등 다양한 판촉전략
중소업체 사세·면사랑도 ‘출사표’
소비자와 거리 좁히며 ‘인기몰이’

■ 유통가 맞수: 신세계푸드 vs 롯데제과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식자재 전문업체에서 출발해 신흥강자로 부상한 대표 기업은 신세계푸드다. 1995년 신세계그룹 급식사업부에서 분사한 신세계푸드는 2015년 충북 음성에 가정간편식 전용 공장을 설립, 셰프와 파티시에 등 150여명으로 구성된 종합식품연구소를 세우며 소비자들과 직접 만날 채비를 서둘렀다.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2016년 ‘올반’ 브랜드를 출시하면서다. 만두와 떡볶이 등 60여종의 신제품을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1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신세계푸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이 어려워지자 1~2인 가구와 에어프라이어에 주목했다. 식자재 분야에서 메뉴 개발과 원재료 경쟁력을 키워온 만큼 소포장 육류(소불고기·우삼겹)와 옛날통닭 등 신제품을 250여종까지 늘렸고 7년 만인 지난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0배 이상 폭풍 성장을 기록했다.

신세계푸드는 베이커리와 케이크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2019년 온라인 베이커리 브랜드 ‘밀크앤허니’ 냉동 샌드위치·생지 등 식사용 빵과 호두파이·롤케이크 등 디저트류는 내놓자마자 호응을 얻었고 모기업 프로야구마케팅 등에 힘입어 2010년 6000억원이던 전체 매출이 지난해에는 1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B2B사업의 노하우, 맛과 품질 경쟁력 등을 접목한 결과 종합식품기업으로 올라섰다”며 “새해에는 전골류와 육류 등 신제품으로 고객을 만나 세계적인 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제과(합병 전 롯데푸드)도 B2B사업 비중이 절반이 넘던 회사였다. 2009년 소스류 판매에 머물던 롯데푸드 간편식 브랜드 ‘쉐푸드(Chefood)’가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1년8개월 전부터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식시장이 위기를 겪자 2021년 쉐푸드를 리뉴얼하며 집밥 공략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첫 성과는 2021년 8월 선보인 ‘Chefood 통등심돈까스’다. 1000억원을 투자해 경북 김천공장을 증축한 롯데푸드는 2㎝ 두께의 전문점 수준 돈가스로 각광받았다. 이에 B2C 제품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롯데제과로 통합 출범했다. 롯데제과는 역량을 총집중해 지난해 ‘Chefood 계절을 만나다’ 냉동 밀키트와 프리미엄 ‘Chefood 블렌딩 카레’를 잇따라 밥상에 올렸고 고객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았다.

롯데제과는 올해는 만두·떡갈비·볶음밥류 등 다양한 신제품 출시와 함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당장 미식의 대명사 미슐랭과 버스의 합성어인 ‘버슐랭’ 이색 마케팅으로 서울과 수도권 직장인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매주 수·목요일 도심 속 2층 버스에서 야경과 연주회를 곁들인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데 시티투어에 버금간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며 “롯데하이마트와 협업해 매장에 Chefood 제품을 소개하고 쿠킹클래스를 여는 등 ‘새로운 롯데’ 쉐푸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신세계푸드 ‘올반 통닭’과 쉐푸드 ‘등심 통 돈까스’, 면사랑 ‘사골 떡만두국’, 사세의 ‘바삭하닭 홈치킨’. 각 업체 제공

■ 오직 실력으로 승부: 사세 vs 면사랑

중소기업인 ‘사세(SASE)’는 일반인에겐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1997년부터 B2B 냉동 치킨가공식품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치킨 전문회사다.

특히 2005년 무렵 닭고기의 특정 부위를 떼어 판매하는 부분육·치킨 가공품을 처음 선보여 버팔로 윙과 윙스틱(다리)으로 단체급식과 주요 음식점을 평정했다. 버팔로 윙은 18년간 지구 한 바퀴 반을 돌 정도의 양인 1800만팩을 판매해 국민 1인당 평균 18개 이상을 맛본 인기 제품. 버팔로 윙스틱도 지금까지 1400만팩 이상을 팔아치워 누구나 한번쯤은 맛봤을 한국 대표 치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세가 B2C시장에 뛰어든 것은 코로나19 때문이었다. 대용량이 아닌 500g 내외 가정용 제품을 네이버 등 온라인몰에 내놨는데 MZ세대들에게 ‘바로 그맛’으로 입소문을 타며 승승장구했다. 실제 11번가에서는 사세의 버팔로윙 등 최근 한 달간(2022년 12월9일~2023년 1월8일) 매출이 3개월 전에 비해 105% 증가하는 등 닭 가공식품 10위 내 3~4개나 진입했을 정도다. 사세의 지난해 매출은 2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해 사세는 새우 등 시푸드로 라인업을 확대해 종합 냉동식품 회사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새해를 맞아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이달 15일까지 1+1 균일가 파격행사도 진행한다. 사세 관계자는 “오랜 기간 맛과 품질을 검증받아온 만큼 치킨을 집에서 1만원대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도록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도 손쉽게 만날 수 있도록 브랜드 인지도 역시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창립 31주년을 맞이한 면사랑은 오뚜기 건면 납품 협력업체로 출발해 호텔을 비롯한 외식 프랜차이즈 등에 면류를 납품해온 B2B 출신 기업이다. 건면과 생면·쫄면·냉면 등을 비롯해 소스·고명 등 300종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면사랑 역시 직접 소비자와 만나면서 지난해 146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26% 판매량이 증가했다. 면과 소스, 고명을 영하 40도에서 급속 냉동해 면발과 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인기비결이다.

올해는 멸치국수·사골 칼국수·스파게티 등 8종의 냉동 팩면을 내놓는 등 정면 승부에 나섰다. 면사랑 관계자는 “김치전골우동, 카라이 돈코츠라멘을 최근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주고객층인 MZ세대를 겨냥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6000억원에서 2021년 4조4000억원, 지난해는 5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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