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징어게임’ 덕분?…제네시스도 포르쉐도 팔더니 인기폭발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1. 10. 22: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흑백 색상 대세 속 녹색 돌풍
포르쉐·제네시스·기아도 내놔
점유율 4%, 전년대비 3%p↑
루저 녹색의 반란 [사진출처=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제네시스, 포르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루저 색상’으로 여겨졌던 녹색이 돌풍을 일으켰다. 외장 컬러가 녹색계열인 자동차가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나와서다.

매경닷컴이 10일 글로벌 자동차 페인트 기업인 엑솔타(AXALTA)에서 입수한 2021~2022년 인기색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엑솔타는 1953년부터 매년 1월 올해 유행할 자동차 색상과 이전 해 인기를 끈 색상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는 컬러 마케팅을 펼칠 때 이 보고서를 참고한다.

한국에서 녹색 선호도 급증
차량 외장 색상 [사진출처=엑솔타]
엑솔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흰색 점유율은 34%에 달했다. 전년보다 1%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대세를 형성했다.

검은색은 21%로 전년보다 2%포인트 증가했다. 회색은 19%로 전년과 같았고, 은색은 8%로 전년보다 1%포인트 감소했다.

무채색을 대표하는 흰색, 검은색, 회색, 은색 4가지 색상의 점유율은 총 82%에 달했다.

유채색 중에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선전했다. 지난해 점유율은 파란색이 8%, 빨간색이 5%로 변동이 없었다. 갈색 및 베이지색은 2%로 전년보다 1%포인트 감소했다. 녹색과 노란색은 1%로 전년과 같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녹색은 유채색 중에서도 선호도가 매우 낮게 나온 셈이다.

다채로운 색상을 내세운 슈퍼카 및 럭셔리카 [사진출처=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한국 자동차 시장으로 국한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무채색이 대세를 형성하면서 파란색과 빨간색 점유율은 전년보다 떨어졌다.

반면 유채색 중 유일하게 녹색 점유율만 올랐다. 다른 유채색의 점유율 하락분을 흡수했다.

녹색은 지난해 점유율 4%를 기록했다. 1%에 그쳤던 전년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무채색인 은색과 점유율이 같았다.

무채색 중에서는 흰색만 점유율이 증가했다. 34%로 전년보다 2%포인트 늘었다. 회색은 전년과 마찬가지로 24%를 기록했다. 블랙은 1%포인트 감소한 16%로 나왔다.

유채색 중에서는 파란색이 전년보다 2% 줄어든 9%로 4위를 기록했다. 빨간색은 전년과 같은 6%를 기록했다. 갈색과 베이지색은 3%에서 2%로 줄었다.

녹색은 전년보다 3배 가량 점유율이 증가하면서 순위도 8위에서 6위로 올랐다.

녹색, ‘오징어게임’ 상징 컬러
오징어게임 스틸 컷 [사진출처=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녹색은 2021년 대박을 터트렸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주력 색상이다. 한 방에 인생 역전을 노리는 기훈(이정재) 등 루저(낙오자) 출신 참가자들과 반전을 일으키는 오일남(오영수)도 모두 촌티나는 ‘녹색 운동복’을 입었다.

색채 심리학에 따르면 녹색은 나무와 숲 등 자연을 대표하는 색상이다. 평등, 공정, 평화, 생명을 뜻한다.

부정적 의미도 있다.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녹조 현상과 곰팡이 때문에 부패, 질투(green eye)를 의미한다. 달러 색상이어서 돈을 상징하기도 한다.

평등, 공정, 부패, 질투, 생명, 돈은 모두 오징어게임의 주제다. 녹색 운동복은 촌스럽지만 오징어게임의 주요 흐름을 결정했다.

녹색 차량과 엑솔타 올해의 컬러 [사진?처=람보르기니, 벤틀리, 엑솔타]
자동차 컬러 분야에서도 녹색은 ‘루저’다. 그러나 2021년 반전이 일어났다.

엑솔타는 자동차업계가 컬러 마케팅을 펼칠 때 참고하는 ‘2021년 올해의 컬러’로 일렉트로 라이트를 선정했다. 녹색과 노란색을 조색해 연두색에 가깝다.

엑솔타뿐 아니라 신차 주요 색상으로 녹색계열 채택하는 자동차 회사들도 2020년을 전후로 많아지기 시작했다.

녹색은 보기 드문 만큼 희소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명차 브랜드인 벤틀리는 연두색 벤테이가,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는 녹색 아벤타도르를 내놨다.

고성능 스포츠카 대명사인 포르쉐도 고성능 전기차인 타이칸에 ‘맘바 그린 메탈릭’을 적용했다.

국산차 브랜드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를 중심으로 녹색 열풍이 불었다.

제네시스 색상 [사진출처=현대차]
제네시스가 선두에 있다. 제네시스는 2020년 1월 GV80을 내놓으면서 녹색을 적용했다. 현재 판매되는 GV80에는 브런즈윅 그린과 카디프 그린이 있다.

유채색인 녹색 계열이지만 채도를 낮춰 무채색 느낌을 많이 줬다. GV70도 카디프 그린을 외장 컬러에 포함시켰다. 기아 스포티지도 정글 우드 그린을 선보였다.

국내 최초 경형 SUV인 현대차 캐스퍼는 아예 녹색을 메인 컬러로 결정했다. 캐스퍼 구매자 중 32%가 톰보이 카키를 선택했다. 색상 점유율 1위다.

지난해 출시된 기아 신형 니로도 녹색 선호도가 높다. 시티스케이프 그린이 무채색을 제치고 색상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쌍용차 토레스도 녹색 외장컬러인 포레스트 그린을 선택한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 ‘다채로운’ 녹색 많아져
서울모빌리티쇼에 전시된 아우디 Q5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2021년 11월 킨텍스(경기도 고양)에서 열렸던 서울모빌리티쇼(구 서울모터쇼)에서도 녹색 돌풍이 일었다. 자동차 브랜드 부스에 녹색 차량들이 대거 등장해서다.

‘녹색 개구리’를 닮은 포르쉐도, 미끄러지지 않고 벽을 오르는 ‘도마뱀’을 4륜구동 콰트로 상징으로 내세운 아우디도, ‘타이거노즈 그릴’을 앞세운 호랑이 기아도 모두 녹색 컬러를 적용한 자동차를 부스에 내놨다.

녹색 차량은 종전 모터쇼에서는 보기 드물었다. 그나마 ‘브리티시 그린’을 추구하는 영국 출신 재규어와 미니(MINI)만 가끔 녹색 차량을 선보였을 뿐이다. 서울모빌리티쇼에서는 미니 대신 BMW가 녹색을 메인으로 내세웠다.

자동차업계는 서울모빌리티쇼 참가 브랜드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희소성과 함께 대중성도 점차 확보하고 있는 녹색을 출품차 메인컬러 중 하나로 선택했을 것으로 풀이했다. 아울러 오징어게임 열풍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토레스 [사진출처=쌍용차]
업계 관계자는 “녹색은 자동차 외장컬러 분야에서 선호도가 매우 낮은 유채색으로 여겨졌다”며 “이제는 희소가치가 높은데다 친환경 색상이라는 장점까지 지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에 어울리는 색상으로도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조색 기술 발전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갖추게 되면서 녹색 적용 차종이 많아지고 있다”며 “유채색을 대표하는 파란색과 함께 메인 외장 컬러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