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쏙~ 잘 들어가는 3점슛, 쑥쑥~ 잘 커가는 ‘복덩이’

프로 2년차 고양 캐롯 가드 이정현 ‘폭풍성장’

고양 캐롯 이정현이 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3점슛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팀과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고양 캐롯, 그리고 캐롯의 에이스인 전성현(32)이다. 2점슛보다 3점슛을 더 많이 시도하는, 지금껏 한국 프로농구에 없었던 캐롯의 스타일과 프로농구 레전드 슈터들을 줄이어 소환하는 전성현의 엄청난 활약상은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캐롯과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에서 전성현은 3점슛 5개 포함 20점을 올렸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전성현이 아닌, 캐롯의 프로 2년차 가드 이정현(24)이 주인공이었다. 이정현은 3점슛 11개를 던져 9개를 적중시키는 대단한 슛감을 뽐내며 31점을 올려 팀이 87-76으로 승리하고 3연승을 달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에이스 전성현 “넌 슈터야” 격려
김승기 감독은 “조금 더” 채찍질

사실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전성현에 묻혀 이슈가 덜 되고 있을 뿐, 이정현의 이번 시즌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 고양 오리온에서 데뷔해 평균 9.7점을 올렸다. 경기당 평균 3점슛 성공은 1.1개, 성공률은 33.5%에 그쳤다.

그런데 2년차인 이번 시즌, 이정현은 평균 16.0점에 경기당 평균 3점슛 성공 2.5개, 성공률 39.6%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현재 이정현보다 경기당 평균 3점슛 성공 개수가 많은 선수는 전성현(4.1개)과 오마리 스펠맨(KGC·2.9개)뿐이다. 2년차 징크스는커녕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정현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슛 범위를 넓혀 3점 라인보다 한참 떨어진 곳에서도 슛을 던지는 경우가 많아 상대 수비가 더욱 힘들어졌다.

이정현은 경기 후 기자회견 도중 ‘전성현이 (슛에 대해) 가르쳐준 것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내가 슈터는 아니지만…”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전성현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너 슈터야”라며 기운을 북돋아줬다. 김승기 캐롯 감독 역시 이정현의 성장세가 흐뭇하다. 하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에 기쁜 마음을 가슴 한쪽에 숨겨놓고 당근이 아닌 채찍을 꺼내든다.

김 감독은 “이정현은 조금 더…”라고 말문을 연 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더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려 한다”며 “지금도 거의 100%를 하고 있지만, 120%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동안 보였던 나쁜 점들을 잘 고쳐가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