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지루함의 가치를 받아들일 때…저평가 종목 선택하고 기다려라[윤지호의 투자, 함께 고민하시죠]

기자 2023. 1. 1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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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시간을 나의 편으로.’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조언이다. 수익이 재투자되고, 돈이 돈을 벌어주는 복리의 마법을 푸는 열쇠는 시간에 있다. 물리적 시간이 흐르면 복리의 마법은 작동된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알아도 실천하기 힘들다. 물리적인 시간단위가 아닌 각자 느끼는 투자시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장기투자’라는 단어를 두고 A투자자는 1년을, B투자자는 3년을 연상할 수 있다. 각자 느끼는 시간의 강도는 다르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시간을 다룬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요양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흥미로운 건, 이 소설의 전개이다. 1장은 휴가 첫날을 묘사하면서 시작해 3장까지는 며칠에 불과하지만, 4장에서 5장은 몇 개월, 마지막 6장과 7장은 몇 년의 시간을 그려낸다. 소설은 사건으로 이어지지만, 이야기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경험이 소설 속에 녹아 있다.

어느 순간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이유는 경험에 있다. 투자의 시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 투자 경험만큼 투자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아침에 시황을 듣고, 장중에는 온갖 종목 추천 방송을 넘나들다 보면, 하루 증시는 마감된다. 이후에는 주식 공부라는 명분하에 책도 읽고, 자료도 보다 보면 잠잘 시간이다. 이런 하루하루가, 일주일 한 달을 이어가다 금방 1년이 지나간다. 빨라진 시간에 비해 주식 투자의 성적표는 시원찮다. 쏜살같이 시간이 흘러가는데 남는 게 없다. 어느덧 투자자의 시간은 막바지에 치닫는다. 빠르게 부자가 되려다 빠르게 돈을 날리게 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대다수 투자자는 상황을 탓하고, 누군가의 조언을 핑계로 삼는다. 암울했던 과거에 갇혀 살거나, 성찰 없는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다 경험한 듯한 착각이 시간을 가속시킬 뿐이다.

시간을 나의 편으로 만드는 뻔한 방법이 있지만 투자자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다이어트는 운동과 소식의 두 수레바퀴가 끌고간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이는 소수인 것과 같다. 좋은 가치를 선택하고 기다리면 된다. 단순하지만 이때의 시간은 나의 편이다. 빠르게 결과를 확인하고 싶지만 시간은 느리게 갈 것이다. 그러나 시간의 이자는 복리가 될 것이다. 이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 가치란 귀하기에 누구나 쉽게 알 수 없다. 좋은 것을 모두가 알게 되면, 투자자가 지불해야 할 가격은 이미 올라 있다. 어떤 가치든, 이를 인지한 투자자가 소수일 때 투자에 나서야 한다. 경험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투자 승률을 높일 수 있다. 결국 가격이 가치에 수렴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지루한 투자시간을 버텨낼 수 있다. 좋은 종목을 선별해도 수익이 복리로 선순환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가치투자의 주관적 시간은 물리적 시간에 비해 더 길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투자자에게 외면받아, 가격이 싸진 주식을 찾아야 한다. 자동차나 옷을 세일기간에 사는 것과 같다. 단, 앞으로가 지금보다 나아질지도 가늠해야 한다. 경기가 부진하다 보니 도매금으로 주가가 내려온 기업도 있겠지만, 더 매력적인 가치는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로 돌아설 때 주가는 급등한다. 2023년 재고가 쌓인 정보기술(IT) 업종과 이제 평균으로 회귀하기 시작한 리오프닝 기업이 이에 해당된다. 현재는 매우 짧은 순간이다. 과거는 익숙하지만, 미래는 낯설다. 시간은 낯선 미래를 선방영해 간다. 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마음이고, 그것으로 인한 가격의 변동이다. 2023년, 투자자들은 지루함의 가치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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