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반정부 시위대, 경찰과 충돌…총상 등으로 하루 최소 17명 사망
지난해 말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으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페루에서 9일(현지시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최소 17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페루 옴부즈맨 사무소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옴부즈맨 사무소는 중앙정부 행정과 공공 서비스 실태를 감시하는 헌법 기관이다.
이날 남부 푸노주 훌리아카 인근 공항에서는 공항에 진입하려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 간 충돌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금속 간판과 도로 표지판을 방패로 삼아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다. 피에 젖은 스웨터를 입은 시위대가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엔리 레바사 푸노주 보건장관은 국영 TV에 10대 2명을 포함해 최소 17명이 사망했으며, 6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에는 총상을 입은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성은 로이터에 친척 한 명이 친구와 함께 시위 현장 인근을 걸어가다가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훌리아카의 한 병원 중환자실 책임자 호르헤 소토마요르 페랄레스는 “정부에 묻고 싶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망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하루 17명이 사망한 것은 지난해 12월7일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집계된 하루 사망자 중 가장 많은 것이다. 로이터는 이날 최소 17명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지난해 연말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39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페루 옴부즈맨 사무소는 트위터를 통해 공권력 사용은 벌과 질서 유지를 위해 최소한으로 그쳐야 한다면서 사망 경위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정부에 촉구했다.
지난해 12월7일 의회로부터 탄핵당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반란 및 음모 혐의로 18개월간의 예비적 구금 명령을 받고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가족은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망명 중이다.
페루의 시위가 장기화하는 이유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기성 정치권으로부터 외면당해온 농촌 지역의 ‘잊혀진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 교사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전무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빈농 계층의 강력한 지지가 자리잡고 있다. 로이터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고, 탄핵을 피하기 위해 불법적인 의회 해산을 시도했음에도 페루인들은 기성 엘리트 정치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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