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히잡 시위 참가자 사형 멈춰라” 이란 첫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이란 ‘히잡 시위’ 지지 의사를 밝히고 시위 참가자들을 잇따라 사형에 처하는 이란 당국을 비판했다. 교황이 구체적으로 이란 반정부 시위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시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각국 바티칸 대사들을 상대로 한 연례 연설에서 “최근 여성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란의 사례에서 보듯 사형이 계속 부과되는 곳들에서 생명권이 위협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지난해 12월 2명, 지난 7일 2명 등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 참가자 4명에게 사형을 집행했으며, 추가로 2명을 처형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사형은 범죄 억지력이 없고, 피해자에게 정의를 가져다주지도 않고, 오직 복수에 대한 갈망에 기름을 끼얹을 뿐”이라며 “이는 국가적 사법으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이란 히잡 시위에 대해 “우리는 여성 인권을 위해 계속해서 투쟁해야 한다”고 했고, 지난달에는 이란에 화해를 촉구하기도 했으나 시위 상황을 직접 언급하며 이란 당국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이어 “사형제는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인정될 수 없다”라면서 사형제 폐지를 호소했다.
교황은 아프가니스탄의 상황도 거론하며 “세계 많은 곳에서 여성들이 이류시민 취급을 받는다”면서 “여성은 폭력과 학대 상황에 놓여 공부와 일, 재능 발휘, 의료와 식량에 접근할 기회를 거부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청에서도 고위직에 임명된 많은 여성이 사제 서품을 받을 수 없는 등 이류시민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의 스테파노 산니노 사무총장도 이날 주EU 이란 대사를 불러 이란 당국에 사형 집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고,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각국도 이란 대사를 불러들여 사형집행을 규탄했다.
이란 내에서도 사형 중단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BBC는 지난 8일 밤 테헤란 북동쪽 42㎞ 지점 카라즈의 라자이 샤흐르 교도소 앞에 반정부 시위대 수십명이 몰려가 사형집행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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