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국가 기능 정상화”…노란셔츠에 맞선 붉은셔츠 물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대통령궁·대법원을 습격한 후 현재까지 1500여명이 체포됐으며, 지금은 국가의 정상적 기능이 회복됐다고 브라질 당국이 밝혔다. 폭동에 충격을 받은 브라질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규모 행진을 벌였다.
브라질 매체 조르나우 두 브라지우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브라질 당국은 이번 폭동을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고 폭력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법무부는 시위 참가자들이 타고 온 버스 40여대를 압수했고, 이들에게 비용을 지원한 사람들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경은 이날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대선 불복 시위를 위한 베이스 캠프로 활용해온 브라질리아의 ‘애국 캠프’ 철거를 시작하는 한편 해당 캠프에서 활동한 이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당국, 폭동을 테러로 규정
현재까지 1500여명 체포
입법·행정·사법 3부 수장
한자리서 “민주주의 수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사진)을 비롯한 브라질 입법·사법·행정 3부 수장은 이날 민주주의 수호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는 우리 공화국은 어제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테러, 기물 파손, 쿠데타 등 각종 범죄 행위자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당국은 현재 국가의 제도적 기능이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플라비우 지누 법무부 장관은 “국가가 제도적 정상성을 회복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도 이날 대통령궁에 모여 회의하는 삼부 요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며 폭도들 때문에 브라질 제도가 마비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고 EFE 통신이 보도했다.
시민들은 폭동을 규탄하며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브라질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에서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치며 행진했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 대다수는 룰라 대통령의 노동자당 색깔인 붉은 옷을 입고 나왔다. 지난 8일 의회와 대통령궁 등을 습격한 시위대는 보우소나루 지지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초록색 셔츠를 입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보우소나루를 감옥으로”라는 구호를 외치고 “쿠데타 주동자들에 대한 사면은 없다”는 플래카드를 흔들며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한 시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기 위해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 반대한다”며 “부정선거라고 믿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 정부를 신뢰하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브라질과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룰라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브라질의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를 전달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또 오는 2월 룰라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대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부터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북미 3국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브라질의 민주주의와 평화적인 권력 이양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면서 “우리는 룰라 대통령과 함께 일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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