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차’ 동성부부, 올핸 ‘배우자’로 인정받을까
1심에선 “사실혼 불인정”
‘평등’ 주목 2심 내달 선고
2019년 5월 결혼한 김용민씨(33)와 소성욱씨(32)가 10일 서울고법 303호 대법정에 들어섰다. 올해로 결혼 5년차 부부. 동성부부라는 이유로 혼인신고는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2021년 소송을 시작한 후 법정을 오가며 두 번째 겨울을 맞았다.
2020년 2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김씨 피부양자로 소씨가 등록됐다. 결혼식 후 건강보험공단에 “사실혼 배우자도 직장가입자 피부양자로 신고할 수 있는지” 문의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뒤였다. 그러나 소씨가 피부양자 자격을 얻은 기쁨은 8개월 만에 끝나버렸다. 두 사람의 사연이 보도되자 공단은 같은 해 10월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로 했다. “담당 직원 실수로 처리했다”는 이유였다. 공단은 이후 소씨에게 지역가입자 건보료를 청구했고, 두 사람이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내며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1심에선 두 사람이 졌다. 법원은 동성부부인 두 사람을 사실혼 관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 심리로 항소심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평등의 원칙’을 판단 기준으로 놓았다. 동성커플의 혼인이 사실혼에 해당하는지가 아니라, 동성커플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한 건보공단의 처분이 건강보험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는지가 쟁점이라는 것이다.
2심에서 소씨 측 소송대리인은 “피부양자 제도는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성욱씨는 용민씨와 생계를 같이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서약 후 가족과 교류하며 생활하는 사이로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사실혼 배우자라는 용어는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공단은 건보법상 직장가입자 부양자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스스로 판단해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 범위에 포함시켰다. 그런 점에서 공단의 재량행위가 개입됐다고 보이며, 이럴 경우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커플 상대방이 건보법상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고 했다.
10일 두 번째로 열린 변론기일에서도 ‘평등의 원칙’을 놓고 양측 주장이 오갔다. 소씨 측 대리인은 재결합한 사실혼 배우자, 주민등록상 동거하지 않는 사실혼 배우자 등 실질적 부양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단이 법률적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피부양자 범위를 유연하게 확장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건보공단 측 대리인은 피부양자 제도 역시 가족법 체계와 ‘가족’을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반박했다.
소씨는 이날 법정에서 마지막 진술을 했다. 소씨는 “저희 같은 부부, 수많은 형태인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사법부가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 정의롭고 올바른 판결을 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진술을 마쳤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21일 열린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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