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전 ‘이태원 인파 대책’ 지시해놓고…말 바꾼 서울청장
경찰, 사고 직후 ‘대통령실 용산 이전’ 원인 지목될까 우려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사진)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12일 전 화상회의에서 인파 집중 위험성을 수차례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참사 발생 뒤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와 관련한 위험성 제기가 없었다”고 한 김 서울청장 주장과 배치된다. 공소장에는 참사 직후 경찰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참사 원인으로 지목될까봐 우려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10일 경향신문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등 경찰 정보라인 관계자 3명의 공소장을 보면, 김 서울청장은 지난해 10월17일 화상회의에서 서울청 산하 경찰서장들에게 “올해는 3년 만의 거리 두기 해제로 이태원, 홍대, 강남 등을 중심으로 핼러윈 데이에 많은 인파가 운집할 것이 예상되므로 해당 부서, 관서는 범죄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한 촘촘한 사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김 서울청장은 일주일이 지난 10월24일에도 화상회의에서 핼러윈 데이 인파 집중 위험성에 대비할 것을 거듭 지시했다.
검찰은 참사 전 김 서울청장에게 인파 집중 위험성이 보고됐으며, 김 서울청장이 이에 대비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서울청장은 지난해 10월14일 서울청 정보외사부로부터 핼러윈 데이 안전사고 위험성과 대응 필요성을 담은 ‘핼러윈 데이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 요인’ 보고서를 보고받았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안전사고 위험성이 제기된 바 없다”던 김 서울청장의 그간 발언과 배치된다. 김 서울청장은 지난 4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관련해 특별히 그동안 위험성 제기가 없었다”고 했다.
공소장에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경찰 대응에 미친 영향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용산서 정보과 관계자는 참사 발생 사흘 전인 지난해 10월26일 ‘핼러윈 축제 인파 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가 올라왔으나 “주말이고 하니까 (대통령실) 집회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며 묵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정보라인은 참사 직후부터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 정보 관계자는 참사 다음날인 30일 오후 1시39분쯤 다른 정보 관계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경력 배치에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으로 흐를 경우 → 서울청 대비 미흡, 대규모 집회시위 대응으로 경력 부족 등 부각 → 용산 이전 근본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고 지역행사, 축제 등에 더 많은 경력 배치 문제로 연결. 경찰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 발생” 등의 내용을 공유했다. 이 관계자는 “주최 측, 자치단체 책임이 부각되도록 조치가 필요”라고도 했다. 타 기관에 책임을 떠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용산서 정보과 관계자들이 참사 전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에게 “보고서를 안 썼다고 하면 어떻겠냐, 컴퓨터를 다 지우는 게 어떠냐, 보고서를 안 만들었다고 하기 싫으면 용산서에서 핼러윈을 대비해 112종합상황실에서 제출한 요약본이라고 하면 어떠냐” 등의 말을 하며 회유했다고 적혀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30일 해당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박 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 등 경찰 정보라인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김 서울청장은 이번주 불구속 송치된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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